(글로벌 두산)⑤`불만제로` 두산엔진 "품질에 대해선 묻지마라"

선박엔진 시장 세계 2위..'품질'로 석권
전사적인 '3C+운동' 등으로 선주불만율 '제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주력..CDPP 등 개발 박차
  • 등록 2009-10-29 오전 9:01:38

    수정 2009-10-29 오전 9:26:36

[이데일리 정재웅기자] 엔진은 억울하다. 차를 굴리기 위해 어느 부품보다 열심히 뛰지만, 알아주는 이는 별로 없다.  차를 사는 사람들은 디자인에 감탄하고 가격에 끌린다.  엔진을 들여다보는 이는 별로 없다. 차를 굴리다 외관에 조그만 손상이라도 나면 비싼 돈을 들여서라도 수리를 한다. 하지만 엔진점검에는 대부분 소홀하다.  
 
두산엔진도 참 억울한 기업이다. 두산중공업의 해수담수플랜트나 원자력발전설비, 두산인프라코어의 굴삭기 등은 많이 알려져 있고 친숙하다. 우리나라 경제 기여도와 국위선양 등에서 찬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선박엔진 분야 세계2위 기업으로서, 나름 두산그룹의 심장역할을 자부하고 있는두산엔진에 대해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속상한 기업' 두산엔진 사람들은 하지만 자부심 속에서 일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품질로 인정받고 있다는 자부심이다. 

◇선박엔진 세계 2위..'품질'에 대해선 묻지 마라

"두산엔진의 품질은 ORI(Owner Request Item) 지수가 말해줍니다. 두산엔진의 ORI 지수는 0% 입니다. 말하자면 품질에 관한 한 선주들의 불만제기가 전혀 없다는 이야깁니다"

김규일 두산엔진 디젤발전영업 팀장은 'ORI' 를 강조했다. 그만큼 품질에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두산엔진은 세계 선박엔진 시장 점유율 약 25% 를 기록하고 있다. 전세계를 항해하고 있는 선박 4척 중 1척은 두산엔진을 쓴다는 말이다.

두산엔진이 엔진 전문 기업으로 세계 시장에서 호평을 받는 이유는 다름 아닌 품질 덕분이다. 세계적인 엔진메이커 독일의 MAN社도 엔진제작을 맡길만큼 두산엔진의 기술력은 독보적이다.

▲ 두산엔진의 품질은 이미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 선주들의 불만제기를 표시하는 두산엔진의 ORI지수는 0%다. 이는 곧 선주들의 요구에 완벽히 부합하는 엔진을 생산한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두산엔진은 해운컨설팅 전문업체인 영국 클락슨(Clarkson)이 선주와 조선소를 대상으로 실시한 고객 만족도 조사에서 1위(43%)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같은 두산엔진의 품질 이면에는 지난 7년간 진행해왔던 '3C+(Clean Factory, Clean Mind, Clean Engine) 운동'이 자리하고 있다. 3C+운동은 청결한 공장환경에서 품질 향상에 집중해 무결함의 엔진을 생산하자는 운동이다.

두산엔진의 3C+운동은 구호만 외치는 운동이 아니다. 직접 체화(體化) 되도록 하는 운동이다. 따라서 실제 현장에서 두산엔진은 언제나 청결함을 생명으로 여긴다. 만일 현장이 청결함을 유지하지 못하면 담당자는 심하게 문책을 받는다.

운동을 시작한 초기에는 많은 어려움도 있었다. 하지만 곧 현장 작업자들도 품질만이 살길이라는 인식을 같이하게 됐다. 이제는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현장은 항상 청결히 유지된다. 두산엔진 품질의 우수성은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두산엔진은 3Zero(Zero Defect, Zero ORI, Zero Claim) 활동도 함께 전개하고 있다. 협력사로부터 결함이 있는 부품은 입고하지 않으며 고객 지적사항이 없는 완벽한 엔진을 공급해 불만이 없게 한다는 것이다.

이런 자립적인 활동들이 모여 두산엔진은 지난 8월 세계 최단시간에 누적 생산 6000만마력을 돌파하는 쾌거를 이뤘다. 기네스북에 오른 세계 최대 크기의 엔진도 두산엔진의 작품이다.

◇선박엔진만으론 안된다..틈새시장을 노려라

이처럼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을 갖췄음에도 불구, 두산엔진도 지난해 세계를 강타했던 경기침체 파도에 고전했다. 

수요산업인 조선업계에 수주가 끊기면서 선박용엔진을 제작하는 두산엔진도 함께 타격을 입은 것. 이에 두산엔진은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 결실 중 하나가 바로 CDPP(Containerized Diesel Power Plant) 사업이다.

김규일 팀장은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선박발주 취소나 연기가 잦아지면서 두산엔진도 그 영향을 받았다"며 "이에 따라 두산엔진은 사업포트폴리오 재구성에 착수, 비선박엔진부문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산엔진이 미래를 대비해 야심차게 준비중인 CDPP는 컨테이너에 발전 기자재들을 설치하는 방식을 적용, 이동과 설치가 매우 쉬운 발전설비다. 공사기간도 짧아 다른 발전설비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
 
연료도 일반 경유보다 싼 HFO(Heavy Fuel Oil)를 사용해 유지비도 적게 든다. 특히 전력수급이 원활하지 못한 도서, 외곽 지역이나 일정 규모 이상의 전력공급을 요하는 건설, 광산 현장 등에서 독립적인 전력 공급설비로써 활용할 수 있다.
 
▲ CDPP 메인 컨테이너(왼쪽)와 CDPP 레이아웃(오른쪽) 모습. 두산엔진은 사업다각화를 통한 글로벌 전략의 일환으로 CDPP를 집중적으로 개발, 올해 말 시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긴급전력이 필요한 중남미, 아시아 및 아프리카 지역 등을 중심으로 향후 2014년까지 CDPP 수요가 640MW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 팀장은 "CDPP는 두산엔진의 차세대 성장동력 중 하나"라면서 "올해 말이면 시제품 생산이 완료된다"고 밝혔다.

두산엔진에는 최근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그동안 자본잠식 상태로 시장의 우려를 낳았던 두산엔진에 대해 두산중공업이 총 2975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기로 결의한 것. 이 중 두산중공업은 51% 인 1517억원의 신주를 인수키로 했다.

이에 따라 두산엔진은 그동안 숨통을 조여왔던 현금흐름에서 안정을 찾을 수 있게 됐음은 물론, 시장 일각의 우려도 떨쳐버리는 '일석이조' 효과를 얻게 됐다. 
 
김 팀장은 "두산엔진 유상증자 소식에 현장에서도 매우 반기는 분위기"라며 "세계 최고의 품질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 그동안 걱정이 많았는데 이제 숨통이 트였다. 앞으로는 일에만 몰두할 수 있게돼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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