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오징어, 살길 찾는 어업인…정부, 이달 초 대책 마련[바다이야기]

10월 오징어 생산량 평년대비 80% 급감
고유가에 어업비용 느는데 수익은 적자
동해안 어업인들 "도산 위기" 어려움 호소
'감척기준 개선, 유동성 지원' 내주 당정협의
  • 등록 2023-12-02 오전 10:48:39

    수정 2023-12-02 오전 10:48:39

[세종=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최근 들어 동해안에서 오징어 씨가 마르면서 어업인들의 경영에 비상이 걸렸다. 어민들은 ‘이대로 가다간 다 도산해 버릴 것’이라며 정부에 유동성 지원 등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지난달 23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오징어를 고르는 시민의 모습.(사진=연합뉴스)
◇오징어 생산량 80% 급감…동해 수온상승에 ‘한계어업’ 위기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오징어 생산량은 3만6549톤(t)으로 최근 5년 평균(6만597t)보다 40% 감소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올해 10월 오징어 생산량은 1076t으로 1년 전(4920t)보다 78.1% 감소했고 평년(8010t)보다는 80.6%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영향에 수산자원 생산량이 변한 것을 오징어 어획량 급감의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강수경 국립수산과학원 연근해자원과 과장은 1일 국회에서 열린 ‘동해안 오징어 실종, 연근해어업 재도약을 위한 해법은 무엇인가’ 토론회에서 “최근 55년간 우리나라 해역의 표층수역은 1.36도 상승했는데 이는 전세계 수온상승(0.52도)보다 2.5배 높은 수준”이라며 “특히 동해 해역이 가장 표층수온 상승률이 높았다”고 밝혔다.

동해의 경우 표층수온은 올라가고 있는데, 100m 수층과의 수온차는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며 위에 있는 따뜻한 물과 아래에 있는 찬물이 섞이지 않아 상대적으로 영양분(영양염)이 풍부한 저층에서 영양염이 올라오지 못하기 때문에 생태계의 생산량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동해에서 특히 오징어 생산량이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어업인들의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 동해안에서 오징어 등을 잡는 근해채낚기 어선은 404척으로 전체 업종 중 가장 많은 척수를 차지했다. 그러나 수협중앙회가 근해채낚기 어업경영을 분석한 결과 어업비용은 2021년 3억9700만원에서 지난해 4억3500만원으로 증가한 반면, 어업수익은 같은 기간 7000만원 흑자에서 지난해 200만원 적자로 돌아섰다.

이창수 수협 수산경제연구원 박사는 “근해채낚기는 현재 한계어업 상황에 빠져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동해안 회원조합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2~3년 전부터 아무것도 안 된다’, ‘먹고 살기가 힘들다’는 얘기가 많다”고 말했다.

한국수산경영인중앙연합회와 수협중앙회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공동주관한 ‘동해안 오징어 실종! 연근해어업 재도약을 위한 해법은 무엇인가’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사진=공지유 기자)
◇어업인 “감척 보상 현실화, 유동성 지원 필요”…정부 “제도 마련”


이같은 상황에서 어업인들은 정부의 대책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서정도 전국근해오징어채낚기연합회 사무국장은 “2015년 오징어 어획량이 15만5000t이었을 때 어선이 460척이었는데, 올해 어획량 3만6000t일 때 어선이 401척”이라며 “오징어 어획량은 급격히 감소하는데 오징어채낚기 어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어민들은 정부에 감척사업을 통해 선박수를 줄여 수산자원 회복에 도움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감척을 할 때 지원금 산정 방식이 현실과 동떨어져 현실적인 감척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광남 해양수산정책연구소 소장은 “현재 연근해폐업지원금 산정방식이 30년 됐는데 어선 감척에 대한 보상이 실효성이 없다”며 “현재 직전 3개연도 평균 순수익액으로 산정하는 지원금을 5개년 평균으로 늘리거나 업종별 평균 순수익액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는 단기적 유동성 지원, 중장기적 산업 구조조정 등을 고려한 뒤 조만간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황준성 해양수산부 수산정책과장은 “단기적으로 어가 경영을 유지할 수 있는 단기경영안정자금 관련 지원방안을 재정당국과 협의 중”이라며 “중기적으로 감척에 대한 어민들의 수용성을 높일 수 있게 합리적 지원기준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 과장은 또 “장기적으로 어선어업의 업황에 따라 제도적으로 어업을 잠시 쉬더라도 직불금을 받을 수 있는 농업의 ‘휴경제도’ 개념을 도입해 최소한 어촌에서 생계유지를 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을 위해 고민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이르면 다음주 중 당정협의를 통해 이같은 지원책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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