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는 잠들지 않는다 [물에 관한 알쓸신잡]

밀물, 썰물과 해수면
  • 등록 2022-08-14 오전 11:00:00

    수정 2022-08-14 오전 11:00:00

[최종수 환경칼럼니스트(박사/기술사)] 바다와 육지는 어떻게 구분할까요? 아주 간단해 보이는 이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을 찾기는 의외로 쉽지 않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바다와 육지의 정의는 아주 간단합니다. 바닷물에 잠긴 곳은 바다라고 하고 잠기지 않은 곳은 육지라고 합니다. 문제는 밀물과 썰물에 의해 바닷물이 드나들기 때문에 바닷물에 잠기는 곳이 계속 변한다는 겁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바닷물이 들어오는 밀물 때는 바다가 되었다가 바닷물이 빠지는 썰물 때는 육지가 되는 이곳을 갯벌 또는 간석지(干潟地)라고 합니다. 하루에 두 번 바다가 되기도 하고 육지가 되기도 하지요.

그렇다면 간석지는 바다일까요, 육지일까요? 간석지 단어에 ‘땅 지(地)’가 들어있기 때문에 육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쉽게도 틀렸습니다. 이곳은 바다로 분류됩니다.

바다와 육지를 구분하는 경계선은 가장 높은 밀물(사리) 때의 해안선이 기준이 되기 때문이지요. 바닷물 수위가 가장 높아졌을 때도 물에 잠기지 않아야 육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밀물과 썰물 때문에 애매했던 바다와 육지의 경계선이 마련된 셈입니다.

밀물과 썰물의 바닷물 움직임 때문에 기준을 정하기에 애매한 게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산과 건축물 높이의 기준이 되는 해수면입니다. 높이를 나타날 때 해발 몇 m라고 표시하는데, 해발은 해수면으로부터 얼마나 높은가를 의미합니다.

육지에 있는 대상의 높이를 재기 위해서는 기준이 되는 해수면 높이가 정해져야 합니다. 그런데 밀물과 썰물로 해수면의 높이가 계속 변하기 때문에 해수면 높이에 대해서도 일정한 기준이 필요합니다. 오르락내리락하는 해수면 높이를 보완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은 여러 해 동안 해수면 높이를 측정해 평균치를 해수면의 기준으로 정하는 것입니다.

해발고도의 기준이 되는 평균 해수면 높이는 나라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평평하게 보이는 바다도 지역에 따라 높낮이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평균 해수면에 대한 자료는 우리가 아닌 일본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일제강점기인 1913~1916년에 걸쳐 청진, 원산, 진남포, 인천, 목포의 5개 바다에서 해수면의 높이를 측정해 평균값을 기준 높이를 정했습니다.

평균 해수면 높이를 정했으니 이제 높이를 알 수 있도록 표시를 해야 합니다. 마치 땅을 측량하고 위치를 표시하기 위해 말뚝을 꽂아두는 것처럼 말이죠. 그런데 땅은 위치가 고정돼 말뚝으로 표시하기 쉽지만, 바다는 계속 움직이기 때문에 높이를 알려주는 표시를 고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방법은 높이를 알려주는 표시를 육지에 설치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수준원점(水準原點)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수준원점은 인천광역시 인하대학교 부지 내에 설치돼있습니다. 이 수준원점은 대한민국 국토에 있는 산과 건축물의 높이를 재는 기준점이 됩니다.

평균 해수면과 해발고도. (이미지=최종수 박사)


수준원점을 기준으로 측정한 산 높이는 한라산 1950m, 지리산 1915m, 설악산 1708m입니다. 그리고 한반도에서 가장 높은 백두산은 2,744m입니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백두산 높이를 찾아보면 한국과 북한, 그리고 중국이 표시하고 있는 백두산 높이가 조금씩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북한은 2750m, 중국은 2749.2m로 표시하고 있습니다. 똑같은 백두산을 두고 왜 나라마다 측정한 높이가 다른 걸까요? 이유는 나라마다 해발고도의 기준이 되는 바다 위치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동해안의 원산 앞바다를 기준으로 하고 중국은 톈진 앞바다의 해수면을 기준으로 합니다.

지구온난화로 해발고도의 기준이 되는 해수면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일부 단체에서는 2030년이 되면 해수면 상승으로 인천공항이 잠길 것이라는 섬뜩한 자료를 내놓기도 합니다.

하지만 해수면 상승은 영화나 일부 단체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급격하게 상승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 의견입니다. 세계기상기구와 우리나라 해양수산부가 2021년 발표한 우리나라 연안의 해수면 상승 높이는 매년 3mm 정도입니다.

해양환경공단의 자료를 이용해 해수면 상승을 예측해 보아도 상승 높이는 2050년 0.4m, 2100년 1.1m 정도입니다. 일부 단체에서 제시했던 인천공항이 바닷물에 잠길 것이라는 주장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예측이 해수면 상승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기후 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 기후변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해수면 상승에 대한 지나친 과장으로 막연한 공포심을 유발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종수 환경칼럼니스트(박사/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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