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독일 제약사 바이엘이 개발한 경구용 항응고제(NOAC) ‘자렐토(성분명 리바록사반)’다. 2020년 기준 글로벌 시장 매출액이 69억3000만 달러(당시 한화 약 8조1774억원)로 전체 의약품 중 매출 10위를 기록한 블록버스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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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응고제는 혈관에서 혈액이 뭉쳐 생기는 혈전을 막는 약물이다. 1954년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쿠마딘(성분명 와파린)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쿠마딘은 비타민K 응고인자에 관여해 음식과 크게 상호작용하고 반감기가 길어 체내에서 예측 불가능한 부작용을 일으켰다.
2000년대 초 많은 글로벌 제약사가 비타민K 응고인자에 의존하지 않는 특징을 가진 쿠마딘의 대체 약물을 찾기 시작했다. 당시 개발된 대표적인 화학물질 중 하나가 자렐토의 성분인 ‘리바록사반’이었다.
바이엘은 리바록사반이 개발해 2008년 유럽의약품청(EMA)와 캐나다 보건당국으로부터 선택적 고관절 전치환술 또는 무릎 전치환술을 받은 환자에서 정맥 혈전색전증(VTE)을 예방하는 적응증으로 판매승인을 받은 다음 ‘자렐토’란 이름으로 출시했다.
또 바이엘은 2011년 FDA가 고관절 및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받는 성인 환자에서 폐색전증(PE)을 유발할 수 있는 심부정맥 혈전증(DVT) 예방을 위해 자렐토의 사용을 허가했다. 미국 내 자렐토의 판매는 미국 존슨앤존슨 자회사 얀센이 맡고 있다.
한편 국내에도 자렐토, 프라닥사, 엘리퀴스, 릭시아나 등이 모두 도입된 상황이다. 전 세계 시장 순위와 달리 2020년 기준 640억원의 매출을 올린 릭시아나가 국내 항응고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자렐토(500억원)와 엘리퀴스(476억원)가 그 뒤를 이었고, 보령(003850)제약이 국내 판권을 쥐고 있는 프라닥사는 142억원을 기록했다.
가장 거대한 시장인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에서 엘리퀴스, 릭시아나 등은 2026년경 물질특허가 만료될 예정이다. 반면 자렐토 물질특허는 미국에서 2024년에 만료되며, 국내에서는 이미 지난해 10월에 만료된 바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허가 목록에 따르면 보험급여 등재까지 완료된 리바록사반 관련 약물은 바이엘의 자렐토와 종근당(185750)의 리록시아 등 2개 제품뿐이다. 하지만 품목 허가된 약물은 한미약품(128940)의 리록스반정, SK케미칼(285130)의 ‘에스케이리바록사반정’ 등 200여 종의 이른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4종의 오리지널 약물이 경쟁하던 국내 항응고제 시장이 올해부터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