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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표산업이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을 적용할 첫 번째 사업장이 될 전망이다. 삼표산업 양주 채석장에서 인부가 매몰돼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철저한 책임 규명에 나서기로 하면서 산업계를 중심으로 삼표산업 처벌 수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일 고용노동부는 중앙산업재해수습본부(중수본)를 구성, 근로감독관 8명을 삼표산업 양주 채석장으로 파견한 뒤 사고 수습과 함께 원인을 조사 중이다. 이와 관련, 지난달 29일 삼표산업 양주 골재 채석장에서 토사가 붕괴, 2명은 숨진 채 발견되고 실종자 1명은 여전히 수색 중이다.
삼표산업, 중대재해법 처벌 피하기 어려울 듯
삼표산업은 국내 건설용 골재 1위 업체다. 레미콘은 유진기업에 이어 2위다. 레미콘 사업은 서울 성수·풍납, 경기 광주·양주·동서울·연천 등 18개 공장을 가동 중이다. 골재 사업은 사고가 난 경기 양주를 비롯해 인천·파주·화성·안성·예산 등 6개 석산을 운영한다. 2020년 기준 매출액 6535억원, 영업이익 109억원 규모로 중견기업에 속한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삼표산업이 중대재해법상 처벌을 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선 노동부가 ‘중대재해법 1호’ 사업장이라는 상징성이 있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 역시 같은 이유로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삼표산업 역시 유리하지 않은 입장이다. 삼표산업은 이미 지난해 두 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6월 포천사업소에서 근로자 1명이 굴러떨어진 바위에 깔려 숨졌다. 이어 9월에는 성수공장에서 근로자 1명이 덤프트럭에 부딪혀 사망하기도 했다. 이에 안경덕 노동부 장관이 “지난해 2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곳에서 다시 대형 인명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참담하다”며 “신속한 수사를 통해 철저히 책임을 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우리가 될 수도…산업계 위기감 팽배해
이러한 상황을 인지한 산업계에서는 삼표산업 처벌 수위를 주목하는 분위기다. 중대재해법상 종사자가 사망하면 사업주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 법인은 50억원 이하 벌금을 선고할 수 있다. 이번 양주 채석장 사망사고와 관련, 골재 부문을 총괄하는 이종신 대표가 중대재해법상 처벌 대상이다.
대기업에 비해 대응력이 부족한 중소기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중소기업 총 322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중대재해법 준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절반 이상인 53.7%가 ‘의무사항 준수 불가능’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종사자 수가 적은 50∼99인 사업장은 ‘불가능’ 응답이 60.7%에 달했다.
천안에서 주물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삼표 사고 소식을 접하고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중대재해법 첫 사례가 나오면서 위축되고 불안한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여전히 중대재해법에 대한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작은 회사라 가뜩이나 사람이 없는데, 안전 전담조직을 꾸리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중대재해법으로 인해 ‘우리가 잠재적인 범죄자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기업을 하다가 까딱하면 감옥에 갈 수 있겠다는 불안함이 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어떤 부분을 준수했을 때 경영자나 안전관리 책임자가 면책된다는 부분을 명확히 해서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