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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작년과 올해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일상생활마저 조심스럽다 보니 공항에서의 북적거림은 옛날 얘기가 됐습니다.
공항은 설렘과 기대가 많은 곳입니다. 그 이유는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공항을 여행의 출발점으로 기억하기 때문인 듯합니다.
여행을 출발하기 전 공항에서의 기억을 떠올리면 항상 설렘과 즐거움만 있던 것은 아닙니다. 가끔은 중요한 준비물을 깜빡하는 바람에 그야말로 ‘멘붕’이 되는 일도 있고 까다로운 공항 보안검색이 여행 기분을 망치기도 합니다.
공항 검색대의 긴 줄과 복잡한 검색과정은 우리를 불편하게 합니다. 가방과 주머니를 탈탈 털어 보여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신발과 허리벨트까지 풀어야 하는 일도 있습니다. 기내 수하물과 위탁 수하물에 반입 가능한 물품도 우리를 헷갈리게 합니다.
어떤 물품은 기내 반입이 안 될 것 같아 위탁 수하물에 넣었다가 위탁 수하물 금지 품목이라고 해서 꽁꽁 싸맸던 여행 가방을 공항 바닥에서 발칵 뒤집기도 합니다. 반대로 어떤 물품은 기내 수하물에 넣었다가 기내 반입이 안 된다고 해서 버리지도 못하고 가져가지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을 빚기도 합니다.
필자의 경우는 일회용 가스라이터와 보조 배터리가 늘 말썽이었습니다. 가스라이터는 기내에 가지고 타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에 위탁 수하물에 넣었다가 큼지막한 여행 가방 속에서 그걸 찾느라 한바탕 숨바꼭질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기내에 물을 가지고 탈 수 없다고 합니다. 공항 직원의 설명으로는 물이 폭발물로 사용될 수 있어서라고 하더군요. 일회용 가스라이터와 보조 배터리는 직원의 설명으로 이해가 됐는데 물이 폭탄이 될 수 있다는 말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물이 기내 반입이 안 되는 정확한 이유는 물이 폭탄이 되는 것이 아니라 물과 유사하게 생긴 액체가 폭탄의 재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겉으로만 봐서는 물과 다른 액체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액체로 된 것은 무조건 기내 반입을 금지한다는 것입니다.
해당 규정이 새로 생긴 것은 2006년 영국 공항에서 있었던 테러 음모가 계기가 됐다고 합니다. 테러범들은 영국에서 출발해 미국과 캐나다로 가는 7대의 비행기에 액체 폭탄을 설치하려고 계획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영국 경찰에 의해 사전에 발각되는 바람에 테러는 실행에 옮겨지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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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것은 질산과 황산, 글리세린을 섞어 만든 니트로글리세린입니다. 니트로글리세린의 재료는 일상에서 쉽게 구할 수 없지만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는 물질도 액체 폭탄의 재료가 되기도 합니다.
매니큐어를 지우는 아세톤, 소독제로 쓰이는 과산화수소수가 그것입니다. 2005년 영국 런던의 지하철 테러, 2015년 프랑스 파리의 연쇄 테러에 사용된 액체 폭탄 TATP(Triacetone triperoxide)가 바로 아세톤과 과산화수소수를 이용해 만든 것이었습니다.
세계적인 코로나 확산으로 해외여행은 기억의 저편으로 멀어졌고 공항 검색대의 긴 줄과 복잡한 검색과정이 주던 불편함은 이젠 추억이 됐습니다. 지난해 1월에 시작한 코로나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렇게 오래 갈 줄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일상 속의 소소한 행복은 평상시 느끼지 못하다가 그것이 없어지고 나서야 그 ‘소확행’의 빈자리를 알 수 있나 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이름으로 사랑하는 가족과도 거리를 둬야 하는 현실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던 삶이 그립고 매인 데 없는 마음으로 훌쩍 떠날 수 있는 여유가 몹시도 그립습니다.
■최종수 연구위원(박사·기술사)은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University of Utah Visiting Professor △국회물포럼 물순환위원회 위원 △환경부 자문위원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자문위원 △대전광역시 물순환위원회 위원 △한국물환경학회 이사 △한국방재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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