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의 월가브리핑]파티는 계속된다…돈줄 조이기 전까지만

파란만장 2020년 가고 2021년 증시 온다
월가는 美 강세장 우위…JP모건 "19.2%↑"
'버블 예언가' 실러 "주가, 그리 높지 않다"
재무부-연준 공조 불가피…주식 매력 커져
변수는 일각서 나오는 '하반기 테이퍼링說'
  • 등록 2021-01-04 오전 7:13:57

    수정 2021-01-04 오전 10:10:32



<미국 뉴욕 현지에서 월가의 핫한 시선을 전해드립니다. 월가브리핑이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고 투자의 맥을 짚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새해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새해 전야 행사이지요. 미국 뉴욕 타임스 스퀘어의 볼드롭(Ball Drop) 행사를 기자는 TV 생중계로 봤습니다. 원래 매년 수십만명이 몰려 먹고 마시고 즐기던 행사인데, 올해는 썰렁했습니다. 뉴욕 공공병원 의사 등 40여명만 텅 빈 타임스 스퀘어에서 직접 공연을 봤는데요. 1907년 행사 시작 후 이런 비대면 행사는 처음이라고 합니다. 기자가 머무는 뉴저지 버겐카운티 인근에는 간헐적으로 폭죽 소리만 들렸습니다.

월가도 지난해처럼 드라마틱한 해가 있었나 싶습니다. 연초 증시는 코로나19가 터지며 수직낙하 했다가, 거짓말처럼 고공행진을 펼쳤지요.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의 경우 지난해 3월23일 1만8591.93까지 폭락했는데요. 연말(12월31일 기준) 3만606.48까지 치솟았습니다. 그 상승률이 64.6%에 이릅니다. 요즘처럼 주요국들의 성장이 정체된 와중에 시쳇말로 ‘말이 안 되는’ 수익률입니다.

기자는 지난해 8월 뉴욕으로 부임한 이후 의외의 경험을 했습니다. 테슬라 주가가 폭등하다 보니 기사를 많이 쓸 수밖에 없었는데요. 한국의 여러 지인들로부터 “나도 테슬라에 올라 탔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서학개미의 테슬라 투자금액이 74억9120만달러(약 8조1350억원)에 달합니다. 애플과 아마존 역시 각각 30억달러, 20억달러가 넘습니다. 이제 미국 증시에서 벌어지는 일은 ‘딴 세상 얘기’가 아닙니다.

지난해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추이. (출처=구글 캡쳐)


로버트 실러 “주가, 그렇게 비싸지 않다”

새해 투자자들의 모든 관심은 하나이지 않을까요. 올해도 오르냐, 아니면 내리냐. 지난 <월가브리핑>에서 설명했듯 월가는 강세장 전망이 우위입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든, 재닛 옐런 재무장관 지명자든,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든, ‘나중 일은 그때 가서 생각하고 일단 돈을 쏟아붓는다’는 기조에 변함이 없습니다. 이번주는 개괄적으로 새해 월가 증시를 조망해보려 합니다.

그렇다면 얼마나 오를까요. 정확히 알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초대형 투자은행(IB)들의 전망치 컨센서스는 있습니다. 블룸버그와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JP모건은 올해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상승률을 19.2%로 점쳤습니다. 지난해 S&P 500 지수는 16.3% 올랐는데요. 올해 그보다 더 오른다는 겁니다. 골드만삭스(16.5%), HSBC(13.8%), 크레디트스위스(9.8%) 등도 높은 오름세를 예상했습니다. 기자는 2013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의 최근 CNBC 인터뷰를 굉장히 흥미롭게 봤습니다. 그는 2000년 닷컴 버블을 점친 ‘버블 예언가’로 유명한데요. 실러 교수는 “현재 주가는 높은 수준”이라면서도 “투자를 검토하지 않을 만큼 그리 비싼 건 아니다(But it’s not so high that I wouldn’t consider it as an investment)”고 했지요. 실러 교수는 대가답게 “시장을 예측하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라고 겸손을 보이면서도 “시장은 지난해 3~4월께 극도의 공포를 극복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사실 강세장을 설명하는 논리는 많습니다. 첫 손으로 꼽히는 건 코로나19 백신입니다. 실러 교수는 “백신이 효과를 본다면 경제는 터닝포인트를 맞게 되는 것”이라며 “그건 단순히 투자심리의 변화를 뜻하는 게 아니다”고 했습니다. 블룸버그 집계를 보면 S&P 500 지수에 속한 기업의 주당순이익(EPS)은 올해 약 22%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백신 보급에 따라 경제 활동이 정상화한다는 전제입니다. 백신은 증시의 빅테크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합니다. 지난해 한해 죽을 쒔던 항공주, 에너지주, 은행주, 크루즈주 같은 경기 민감주가 동반 상승하며 ‘건강한 강세’를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입니다.

기자는 그와 함께 주식의 상대적인 투자 매력을 주목합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채권과 비교해 보지요. 현재 글로벌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0.92%입니다. 지난해 초만 해도 1.8% 안팎이었는데, 그 수익률이 확 낮아진 겁니다. 2019년 당시에는 2.8%에 육박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연준은 올해도 장기시장금리를 낮게 통제할 겁니다. 바이든 당선인이 또 천문학적인 국채를 찍어낼 게 뻔한 와중에 그 부채 원리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그래야 하지요.

특히 연준은 지난해 정부가 새로 발행한 국채의 약 54%(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집계)를 사들였습니다. 국채 발행 잔액 중 연준의 보유 비중은 이미 20%를 넘어섰습니다. 정부가 찍어내는 국채를 중앙은행이 사주는 건 그냥 길바닥에 돈을 흩뿌리는, 그러니까 역사적으로 일본식(式) 재정의 화폐화(Monetization of government debt) 비판까지 받는 사안인데요. 그럼에도 연준은 이를 멈출 의사가 전혀 없어 보입니다. 만에 하나 금리가 뛰면 그 부메랑이 연준으로 날아올 수 있는 있기 때문일 테지요. 게다가 옐런 지명자는 연준 의장을 지낸 인사입니다. 월가에서는 ‘옐런-파월’ 찰떡 공조 기대감이 매우 큽니다. 현재 미국 국채금리는 예컨대 2% 남짓한 S&P 500 배당수익률보다 낮은 실정입니다. 투자자들이 굳이 주식에서 손을 뗄 이유가 없지요. 지금 돈이 워낙 넘치다 보니 주식을 넘어 비트코인 가격까지 폭등하고 있는데요. 여러 투자 자산들과 비교했을 때 주식의 매력도는 단연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월가 일각서 나오는 ‘하반기 테이퍼링說’

그런데 한 번쯤 관심을 가질 건 월가 IB의 시각에 차이가 크다는 점입니다. JP모건은 올해 증시 상승률을 19.2%까지 점쳤는데, 씨티그룹은 3.0%로 제시했습니다. BNP파리바와 소시에테 제네랄은 각각 5.7%, 3.0%로 봤습니다. 3.0%는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컨센서스보다 낮습니다. 물론 미국 증시는 폭등한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삼았고, 성장률은 급감한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단순 비교는 어렵고요. 둘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해야 한다는 근거도 애매합니다. 그러나 투자심리상 실물경제 성장 속도에 미치지 못하는 주식 수익률은 왠지 모르게 찝찝하지요.

월가에서는 언제부터인가 테이퍼링(Tapering·양적완화 축소) 얘기가 나옵니다. 올해부터 인플레이션 충격이 올 수 있다는 게 주요 근거인데요. 대표적인 기대인플레이션 지표인 미국 10년물 기대인플레이션율(BEI·Breakeven Inflation Rate)은 지난해 말 1.99%까지 올랐습니다. 2018년 11월 이후 최고치입니다. 슬금슬금 오르는 기대인플레이션을 주목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실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지난해 초 수준, 그러니까 1.7~1.8%까지 올라도 ‘묻지마 투자’가 이어질 수 있을지 약간의 의구심이 있습니다.

테이퍼링 전망이 매우 미미하기는 합니다. 근래 소수의 IB들로부터 올해 하반기께 연준이 테이퍼링 계획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견해가 나오는 수준이지요. 만에 하나 연준이 실제 시행한다고 해도 내년 혹은 내후년 이후일 게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월가가 이를 주시하는 건 그 충격파가 크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테이퍼 탠트럼(Taper tantrum·긴축 발작)으로 기억하는 2013년 당시 시장 충격은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이 그해 5월 처음 그 가능성을 언급했고요. 해를 넘겨 2014년 1월에야 테이퍼링을 시작했습니다. 정책금리 인상은 그보다 한참 뒤인 2015년 12월이었고요. 이렇게 느릿느릿 신중하게 했음에도 글로벌 증시는 한바탕 요동쳤습니다. 특히 연준의 테이퍼링은 투자자금이 미국으로 회귀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하기 때문에 신흥국 증시에 더 큰 타격을 입힐 수 있습니다. 지난해 고공행진을 했던 한국 증시와 무관하지 않은 겁니다.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를 했는데요. 그는 “현재 연준의 채권 매입 정책에 변화를 줄 필요는 없다”면서도 “매입 규모의 축소를 내년 늦게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꼭 테이퍼링까지 가지는 않더라도 지금 수준에서 양적완화(QE) 규모를 늘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백신 효과가 예상보다 낮아서 경제가 대침체에 빠지지 않는 한 말이지요. 장기물 비중을 점차 확대해 만기를 늘리는 식으로 QE 기조를 유지할 게 유력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시장은 이 역시 연준의 ‘신중한 출구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래저래 테이퍼링의 ‘T’자만 나와도, 증시 폭락까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추가 상승은 억눌릴 수 있다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국제금융 석학인 제프리 프랭켈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최근 이데일리와 신년 특별 인터뷰를 가졌는데요. 기자가 미국 증시에 대해 묻자 그는 너무 단호하게 “주가가 오른 건 급격한 통화 팽창 때문(extraordinarily expansionary monetary policy)”이라며 한 가지 이유만 말했습니다. 프랭켈 교수는 이어 “미국 금리가 조금이라도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된다면 증시는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최근 5년 미국 10년물 기대인플레이션율(BEI·Breakeven Inflation Rate). 현재 1.99%로 이미 팬데믹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출처=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제공)


새해 첫 거래 주간, 조지아주 선거 주목

이번주는 올해 첫 거래 주간입니다. 투자자들은 새해를 맞아 방향성을 적극 찾을 수 있습니다. 오는 6일 연준은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공개합니다. 올해 시장의 키워드가 연준인 만큼 잘 살펴야 합니다. 연준은 12월 FOMC 회의 때 채권 매입 정책, 즉 매입 규모의 확대 혹은 만기의 장기화 여부에 대해 구체적인 힌트를 주지 않았는데요. 의사록에서는 FOMC 각 위원들이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상 유지 혹은 추가 완화 중 어디에 더 기울었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네요. 그 연장선상에서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의 8일 미국 외교협회 연설도 주목해야 합니다.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은 총재,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4일 전미경제학회(AEA) 연례 총회의 세션에 참석합니다.

이번주는 일시적인 정치 이벤트가 있습니다. 미국 조지아주 상원의원 결선투표 결과에 증시를 출렁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요. 지난해 대선과 함께 치러진 11·3 상원 선거는 민주당이 48석(민주당 성향 무소속 2석 포함)을 획득해 공화당(50석)에 뒤지고 있습니다. 5일 열리는 2석의 조지아주 선거는 미국을 지배하는 핵심 권력인 상원의 향배를 결정합니다. 민주당이 2석을 모두 얻으면 부통령의 캐스팅보트까지 더해 과반을 확보합니다. 대통령에 이어 상원과 하원을 장악하게 되는 것이지요. 반대로 공화당이 1석이라도 이기면 상원은 공화당으로 기울게 됩니다. 시장은 공화당이 텃밭인 조지아주에서 1석은 건질 수 있을 것으로 보는데요. 혹시나 민주당이 조지아주를 석권하며 ‘블루웨이브’를 달성하면 시장 판도는 약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민주당이 내세우는 세율 인상, 규제 강화에 대한 긴장감이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초반 증시를 좌우할 재료는 조지아주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8일 나오는 지난해 12월 비농업 고용지표 역시 관심을 가질 만합니다. 코로나19 재확산 이후 고용이 더 악화했을 수 있어서입니다. WSJ 집계에 따르면 신규 고용은 6만8000명 증가로 전월(24만5000명 증가)보다 나빠졌을 것으로 보입니다. 실업률(6.7%→6.8%)은 소폭 상승했을 전망입니다. 하루 전인 7일 발표되는 주간 실업보험 청구 건수도 관심이 모아집니다.

2013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버블 예언가’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 (사진=AFP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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