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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산반월산단 내 금속부품업체 A사는 올해 상반기 공장가동률이 20%에도 미치지 못했다. 때문에 올해 들어 8월까지 주 3일만 공장을 가동해야 했다. 매출액 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통상 30%가량인데,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수출은 올스톱인 상황이다. 수출 감소와 내수 부진에 따라 지난해 말 기준 75명이었던 임직원은 현재 60명까지 줄어든 상황이다. A사 대표는 “통상 추석은 대목이지만 올해는 추석을 앞두고 특근이나 잔업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다. 명절 상여금은커녕 인력을 더 내보내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민족의 명절’ 추석을 앞두고 중소기업들이 자금난을 호소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예상을 뛰어넘어 장기화하면서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한편, 세계경제 성장률 역시 마이너스로 곤두박칠치는 등 사면초가 형국이기 때문이다. 경영환경은 최악인데, 소폭이지만 최저임금마저 인상하는 등 반기업적인 노동정책까지 더해지면서 중소기업 자금 사정은 악화일로에 있다. 23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추석을 앞두고 전국에 있는 중소기업 1075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0년 중소기업 추석 자금 수요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추석 상여금을 지급할 계획이 있는 업체는 47.3%였다. 이는 전년 55.4%보다 8.1%p(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이들 중소기업들의 매출액은 평균 39.2% 감소했다. 이 중 매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절반 이상(50~70%) 감소했다는 응답이 34.6%로 가장 많았다. 이어 △30~50% 감소(26.8%) △20~30% 감소(17.4%) 순이었다. 업종별로는 ‘숙박·음식점업’(95.2%)과 ‘교육·서비스업’(94.9%)이 90% 이상으로 큰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안산반월공단에서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B사 대표는 “자동차부품 도금이 전체 매출액 중 70% 이상인데, 올해 들어 관련 수주량이 40% 정도 줄었다. 자동차산업 자체가 침체한 상황에서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이라며 “올해 들어 주 4일 공장을 가동하는데 추석 이후 주 3일로 줄일까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고용유지지원금 90% 특례지원 기간 종료 역시 추석을 앞둔 중소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휴업·휴직 수당 중 90%까지 지원하는 특례지원 기간을 이달 부로 종료하기로 했다. 추석 연휴가 끝나는 10월부터 다시 기존 지원 비율인 67%로 돌아간다. 이럴 경우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지불할 여력을 회복하지 못한 중소기업은 인건비 부담까지 가중되면서 경영난이 더 악화할 우려가 있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코로나19로 인한 내수침체와 대외여건 불확실성 증가, 투자와 수출 부진에 더해 추석자금 애로까지 겹치면서 중소기업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추석을 앞두고 유동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자금 공급을 원활히 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현장 모니터링 강화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