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美 당국에 1000억원 벌금..자금세탁방지 준수 부족

2014년 조사 시작 후 6년만에 벌금 합의
위장거래 등 이란제재 위반 적시 파악 못해
  • 등록 2020-04-21 오전 7:59:38

    수정 2020-04-21 오후 9:06:56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IBK 기업은행이 자금세탁방지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미국 검찰과 뉴욕금융청에 1000억원 규모의 벌금을 납부하게 됐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6년간의 조사를 마치고 미국 검찰에 5100만달러(622억원), 뉴욕주 금융청에 3500만달러(427억원) 등 총 8600만달러(1049억원)의 벌금을 내기로 합의했다. 미국 검찰이 2014년 5월 조사에 착수한지 6년 만이다.

앞서 미국 검찰은 국내 무역업체 A사가 이란을 상대로 허위거래를 한 정황을 포착,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업은행을 조사한 바 있다. A사는 이란과 제3 국간 중계무역을 하면서 위장거래로 2011년 2월부터 7월까지 기업은행 원화 결제계좌를 이용해 대금을 받고 해외로 달러화 등을 송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우리 검찰 역시 앞서 2013년 A사 대표를 구속기소 하기도 했다. 검찰은 A사가 두바이 대리석 허위거래를 통해 기업은행에 개설된 이란 중앙은행 명의 계좌에서 1조원가량을 빼내 해외 5~6개국으로 분산 송금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기업은행은 A사 위장거래를 즉시 파악하지는 못했고, 송금 중개 과정에서 미국 자금세탁방지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았다.

로이터는 거래 당사자가 80대인 전 알래스카 시민 케네스 종(Kenneth Zong)이라고 전했다. 케네스 종은 기업은행 원화 결제계좌에서 원화를 달러로 인출해 제3국으로 송금하기 위해 대리석 타일 수출 계약과 송장을 위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검찰은 케네스 종을 2016년 이란 제재 위반과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등 47건의 혐의로 기소했다.또 케네스 종과 공모한 아들 미첼 종 역시 같은 혐의로 30개월 징역형을 선고받고 2018년 12월에 1만달러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미국 검찰은 벌금 합의를 통해 자금중계를 했던 기업은행 뉴욕지점에 대한 기소를 유예했다. 기소유예 기간은 2년이다.

뉴욕 맨해튼 연방 지검의 제프리 버만은 “미국서 영업하는 은행은 테러를 조장하거나 테러에 관여하는 제재대상이 은행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을 막고 안전장치를 구축해야 할 의무를 져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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