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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조 수업료 치룬 자원개발 명맥만 유지
이들 자원 공기업 3개사는 모두 10년 남짓 고강도 자구 노력을 이어왔다. 석유공사는 2014년부터 7년째 비상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거의 매년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으며 올해도 본사 3급 이상 상위직(264명) 중 12명, 해외 자회사 직원도 추가로 104명 감축한다.
이들 자원 공기업은 이 과정에서 자원개발 역량이 약화하는 걸 우려하고 있다. 자본잠식 상태인 광물공사는 추가 투자가 불가능한 탓에 손을 놓은지 오래고 물론 석유공사도 동해지역에서 가스전을 유지하고 개발하는 수준에서 산유국 명맥을 유지하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에너지자원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세계 5대 석유 수입국이지만 주변국인 중국, 일본과 비교하면 자원개발에 너무 소극적”이라며 “조금이라도 공급자 역할을 해야 산유국에 대한 일방적 의존 관계를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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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특회계는 2020년 예산 기준 5조6000억원이고 이중 1조4000억원은 정해진 사용처가 없어 정부 금고 역할을 하는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금)에 예탁할 예정인 여유 재원이다.
물론 공적자금 투입까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과거 정부 정책의 실패에 대한 반성이나 자구노력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들은 경영 정상화의 핵심인 자산 매각이 지지부진한 탓에 경영 정상화에도 제동이 걸린 상태다.
광물공사는 꼬브레파나마 동(구리) 광산 지분 10%를 매각한다는 계획이지만 지난해 8월 마지막 공개입찰이 지나치게 낮은 가격 탓에 유찰된 이후 아직 이렇다 할 진척이 없다.
자본잠식 상태인 광물공사를 살리기 위해 광해관리공단과 합병하자는 논의도 있었다. 광해관리공단은 강원랜드의 최대주주로서 자금 여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광해관리공단이 광물공사 부채부담을 떠 안는데 대한 반대 여론 때문에 여전히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석유공사 역시 북해에서 가스를 채굴하고 있는 다나 페트롤리엄(DANA Petroleum)사 같은 우량자산에 대한 투자 유치와 EP에너지나 캐나다 하베스트(HOC) 같은 비핵심자산 지분을 매각해 부채비율을 줄일 계획이었으나 아직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 게다가 최근 들어 유가 급락과 국제 경제침체로 제값 받고 팔기 더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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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실제론 정반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석유공사의 부채비율은 2019년 3021%로 오히려 폭증했다. 부채가 156억2900만달러에서 156억6000만달러로 늘어난 반면 당기순손실로 인해 자본금은 6억8300만달러에서 5억1800만달러로 줄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와 유가 급락이란 대형 악재까지 겹쳤다.
이처럼 자구노력이 성과를 내지 못하자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공적자금 투입 등을 통한 회생방안에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해외자원개발 과정에서 대규모 부실을 낸 자원 공기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무마할 명분 없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에너지 업계에서는 정책 실패의 책임을 공기업에만 떠넘겨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자원 공기업을 살려야 한다는 국민 공감대를 형성한다면 굳이 에특회계가 아니더라도 이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며 “그러나 이를 위해선 이들 기업이 우선 앞서 약속한 계획을 철저히 이행해 국민 부담을 줄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헌 아주대 에너지시스템학과 겸임교수는 “자원 공기업의 과거 무리한 투자는 잘못된 일이지만 자원개발의 부가가치와 전후방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며 “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공적 자금을 투입해서라도 국가 차원의 자원개발 역량을 지키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의 과거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기업에만 계속 떠넘길 순 없다”며 “투자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투입한 공적 자금도 10~20년 후 민간에 되파는 방식으로 회수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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