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적자 투성 바이오업계,회계비용 폭등에 아우성

매출없고 적자100억 바이오벤처,회계비용만 1.8억
표준감사제 도입빌미 회계비용 대폭 인상, 담합 의혹
업계,신약 연구개발과 관련없는 회계비용상승 소모적
  • 등록 2020-03-02 오전 8:23:43

    수정 2020-03-02 오전 8:23:43

[이데일리 류성 기자] 제약·바이오업계가 표준감사시간제도와 감사인 주기적 지정제 도입등의 영향으로 회계감사 비용이 급상승하면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업종의 특성상 아직 매출이 거의 없고 대규모 적자를 이어가는 업체들이 대부분인 바이오업계는 급등하는 회계감사 비용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표준감사시간제도는 감사업무의 품질을 높여 투자자 등 이해관계인을 보호하기 위해 외부감사업무를 수행하는 감사인이 투입해야할 최소한의 감사시간을 말한다. 감사인 주기적 지정제는 감사인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기업이 6년간 감사인을 자유롭게 선임하고 이후 3년간은 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정한 감사인을 선임하도록 하는 제도다.

회계법인 KPMG를 감사법인으로 두고있는 바이오업체 A사는 올해 부담하는 감사비용이 2억7000만원으로 지난해 1억8000만원에 비해 무려 50%나 급등했다. 여기에 금감원이 내부 회계팀을 별도로 구성하는 것을 권장하면서 인력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 회사는 현재 3~4명으로 회계를 전담하는 팀을 만들고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바이오업체의 핵심 사업인 신약 연구·개발 자금을 확보하기에도 버거운 상황이다”며 “핵심 사업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회계 분야에 추가로 막대한 비용부담이 발생해 회사로서는 난감하다”고 하소연했다.

여기에 회계 감사가 예전보다 엄격해지면서 회계법인들은 달라진 회계 감사 서비스에 대한 자문 및 용역 서비스를 별도로 제공하면서 업체들 비용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한 바이오 업체 관계자는 “깐깐해진 회계감사에 대해 제대로 내부적으로 대처할수 있는 역량을 갖춘 바이오벤처는 거의 없다”며 “그러다보니 어쩔수없이 상당한 추가비용을 들이면서 회계법인들의 신규 서비스를 대부분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고 귀띔했다.

유전체 분석 관련 바이오업체인 B사도 턱없이 치솟는 회계감사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쩔쩔매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 아직 개발중인 신약이 상품화에 이르지 못해 매출은 없고 지난해 영업손실만 100억원을 넘은 터라 회계감사 비용 증가에 울분을 터뜨리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회계감사 비용으로 1억4000만원을 지출했다. 지난해 8000만원보다 75% 늘어난 규모다. 이 회사 관계자는 “기존 회계 감사 서비스와 크게 달라진 게 거의 없는 데도 표준감사제 도입으로 감사비용만 큰 폭으로 올랐다”며 “아직 바이오벤처라 제품하나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본업과 관계도 없는 회계감사 비용만 급증해 답답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바이오업계에서는 주요 회계법인들이 표준감사제 도입을 빌미삼아 일괄적으로 회계감사 비용을 대폭 올린 배경으로 회계법인들의 ‘암묵적인 담합’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바이오 업체 관계자는 “회계법인마다 제도가 달라졌다고 일제히 대폭으로 회계감사 비용을 올렸다”며 “사전에 회계법인들끼리 어느 정도 회계 서비스 비용 인상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지 않고서는 힘든 일이 벌어진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내부 모습. 이데일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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