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의 軍界一學]비무장지대 GP 철수가 논란이 되는 이유

  • 등록 2018-08-26 오전 11:44:43

    수정 2018-08-26 오전 11:44:43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남과 북은 앞으로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기로 하였다.”

지난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 내용 중 일부입니다. 이에 따라 남북 군 당국은 비무장지대(DMZ) 내 경비초소(GP)를 공동 철수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31일 열린 남북 장성급 회담에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DMZ 내 남북 공동 유해발굴, DMZ 내 GP 시범 철수 방안에 대해 협의하고 구체적 이행방안을 추후 논의키로 한 바 있습니다.

10개 안팎이라던 송 장관, 구역별로 감축 추진?

그러나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제시한 GP 철수 계획을 두고 논란이 일었습니다. 처음에는 10여개 안팎의 GP 철수 계획을 얘기했다가, 구역별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겁니다. 송 장관은 지난 21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10여 개의 GP를 시범 철수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확대하자는 단계에 있다”면서 “북한과 (군사분계선에서) 1km 이내에 있는 GP를 우선 철수하자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DMZ 내 GP에서 우리 군 장병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출처=육군 홈페이지]
하지만 24일 국회에서 이같은 송 장관 판단에 문제를 제기하자 뉘앙스가 달라졌습니다. 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이 ‘GP를 1대1로 철수하면 우리가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지적하자, 송 장관은 “저도 군복을 40년 입었는데 GP를 하나 하나씩 줄이는 것은 계산하나 마나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어느 구역에서 너희는 몇 개 없애고 우리는 몇 개 없앤다고 남북 군사회담할 때 얘기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안규백 국방위원장이 ‘남북이 상호주의 비례성 원칙에 따라 동시에 GP를 철수하겠다는 것이지, 숫자로 1대1 철수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냐’고 재차 묻자 송 장관은 “그렇다. 어느 구역부터 구역까지 없애는 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요새화 된 北 GP, GOP 처럼 운용…南 보다 3배 많아

사실 GP를 두고 남북간 인식차가 존재합니다. 북한군은 GP를 우리 군의 GOP 처럼 운용하고 있습니다. GP는 기본적으로 DMZ 내에서 적의 활동을 감시하고 조기경보 임무를 수행하는 초소입니다. 그러나 GOP는 남방한계선의 철책선을 감시하며 적의 기습에 대비합니다. 이 때문에 철책선도 3중으로 쳐져 있고, 과학화경계시스템으로 24시간 주시하고 있습니다.

군사분계선(MDL) 기준 양측 2km의 DMZ는 유엔군사령부 규정에 따라 원칙적으로는 무장병력을 투입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산과 계곡 등의 자연장애물로 북방한계선에서 남쪽을 감시하기 여의치 않자 DMZ 안에 GP를 만들었습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군도 남방한계선을 넘어 비무장지대 안에 GP를 만들어 운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북한이 남침용으로 파 내려온 4개의 땅굴 때문에 해당 지역의 우리 군 GP는 땅굴 이북지역으로 추진돼 있습니다.

북한군은 현재 282개소의 감시초소(GP)와 관측소(OP)를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우리 군의 DMZ 내 GP 및 OP는 100여개로 수적으로 북측의 약 3분의 1수준입니다. 특히 북측은 박격포 진지 234개소, 고사포 진지 92개소, 대전차포 진지 28개소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측 GP는 콘크리트 건물 전체가 겉으로 드러나 있는 반면, 북측 GP는 1~2층만 땅위로 모습을 드러내 놓고 나머지는 눈에 보이지 않게 땅 밑에 숨겨뒀습니다. 남북한이 1대1로 GP를 감축할 경우 상대적으로 우리 군 전력 약화가 더 클 수밖에 없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육군 장병들이 탐색격멸작전을 하고 있다. [출처=육군 홈페이지]
국민공감대 노력 부족, 軍 정체성 혼란 올 수도

물론 우리 군은 과학화경계시스템 등 감시장비와 미국 위성 정보, 무인기 등 정찰 자산을 통해 북한군 동향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DMZ 내 GP를 철수해도 전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문제는 국민적 공감대입니다. 북한의 남침용 땅굴이 발견됐을 당시에도 남북 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던 때였습니다. 평화를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전쟁을 준비하는 북한의 ‘화전양면’ 전술에 대한 우려가 컸던게 사실입니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GP 철수에 대한 국민적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군 당국의 노력이 아쉽습니다.

우리 군의 정체성 문제도 짚어봐야 할 대목입니다. 군의 본질은 우선 적을 식별하는 것입니다. 누가 우리의 적인지를 가려내고 그 위협 순위에 따라서 적의 순위를 결정합니다. 가장 순위가 높은 적에 대한 대비를 하는 것입니다. 우리 군 장병들은 여전히 북측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고 있습니다. 남북관계가 달라졌다지만, 우리의 주적은 아직 북한군이라는 얘기입니다. 대적관과 정신교육 없는 북한과의 대화와 군비축소 논의는 장병들의 정체성에 혼란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국방백서에서 적이라는 말을 넣고 빼고는 그 다음 문제입니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간 군대에서 ‘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나’라는 생각을 한다면, 큰 문제입니다. 국방부는 야전부대 정신교육에 이상이 없다고 하지만, 현장에선 아우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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