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 내용 중 일부입니다. 이에 따라 남북 군 당국은 비무장지대(DMZ) 내 경비초소(GP)를 공동 철수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31일 열린 남북 장성급 회담에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DMZ 내 남북 공동 유해발굴, DMZ 내 GP 시범 철수 방안에 대해 협의하고 구체적 이행방안을 추후 논의키로 한 바 있습니다.
10개 안팎이라던 송 장관, 구역별로 감축 추진?
그러나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제시한 GP 철수 계획을 두고 논란이 일었습니다. 처음에는 10여개 안팎의 GP 철수 계획을 얘기했다가, 구역별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겁니다. 송 장관은 지난 21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10여 개의 GP를 시범 철수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확대하자는 단계에 있다”면서 “북한과 (군사분계선에서) 1km 이내에 있는 GP를 우선 철수하자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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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GP를 두고 남북간 인식차가 존재합니다. 북한군은 GP를 우리 군의 GOP 처럼 운용하고 있습니다. GP는 기본적으로 DMZ 내에서 적의 활동을 감시하고 조기경보 임무를 수행하는 초소입니다. 그러나 GOP는 남방한계선의 철책선을 감시하며 적의 기습에 대비합니다. 이 때문에 철책선도 3중으로 쳐져 있고, 과학화경계시스템으로 24시간 주시하고 있습니다.
군사분계선(MDL) 기준 양측 2km의 DMZ는 유엔군사령부 규정에 따라 원칙적으로는 무장병력을 투입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산과 계곡 등의 자연장애물로 북방한계선에서 남쪽을 감시하기 여의치 않자 DMZ 안에 GP를 만들었습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군도 남방한계선을 넘어 비무장지대 안에 GP를 만들어 운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북한이 남침용으로 파 내려온 4개의 땅굴 때문에 해당 지역의 우리 군 GP는 땅굴 이북지역으로 추진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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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우리 군은 과학화경계시스템 등 감시장비와 미국 위성 정보, 무인기 등 정찰 자산을 통해 북한군 동향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DMZ 내 GP를 철수해도 전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문제는 국민적 공감대입니다. 북한의 남침용 땅굴이 발견됐을 당시에도 남북 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던 때였습니다. 평화를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전쟁을 준비하는 북한의 ‘화전양면’ 전술에 대한 우려가 컸던게 사실입니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GP 철수에 대한 국민적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군 당국의 노력이 아쉽습니다.
우리 군의 정체성 문제도 짚어봐야 할 대목입니다. 군의 본질은 우선 적을 식별하는 것입니다. 누가 우리의 적인지를 가려내고 그 위협 순위에 따라서 적의 순위를 결정합니다. 가장 순위가 높은 적에 대한 대비를 하는 것입니다. 우리 군 장병들은 여전히 북측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고 있습니다. 남북관계가 달라졌다지만, 우리의 주적은 아직 북한군이라는 얘기입니다. 대적관과 정신교육 없는 북한과의 대화와 군비축소 논의는 장병들의 정체성에 혼란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국방백서에서 적이라는 말을 넣고 빼고는 그 다음 문제입니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간 군대에서 ‘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나’라는 생각을 한다면, 큰 문제입니다. 국방부는 야전부대 정신교육에 이상이 없다고 하지만, 현장에선 아우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