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 설계자로 전락한 보험설계사…수십명 동원해 6억 챙겨

경기 시흥署, 전직 설계사 주도 조직형 보험 사기 일당 검거
6년간 보험금·수리비 등 명목 6억원 타내
작년 보험사기 적발 8만 3012명, 피해규모 7185억 달해
  • 등록 2017-10-31 오전 6:30:00

    수정 2017-10-31 오전 6:30:00

이수창(오른쪽) 생명보험협회 회장과 송재근 전무가 지난 2월 8일 서울 종로구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열린 2017 보험사기근절 선포식에서 희망 퍼즐탑을 완성한 뒤 박수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주부 정모(45)씨는 한때 잘 나가는 보험 설계사였다. 특정 보험사 직속이 아닌 보험 대리점(GA·General Agency) 소속이었지만, 2008년 보험 영업을 시작한 이후 업계에서 나름 인정을 받았다. 가정에서는 평소 아이들에게 늘 입버릇처럼 ‘나쁜 짓을 하지 마라’며 가르친 엄마였다.

하지만 실적 욕심이 지나쳐 벌인 몇 번의 보험 사기가 정씨의 발목을 잡았다. 설계사 코드가 말소돼 정상적인 보험 설계 및 가입 업무를 더이상 할 수 없게 됐다.

다행히 실형은 피한 덕에 자녀들과 생이별 할 일은 없었지만,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보험 영업 말고는 달리 재주가 없었다.

‘전과 3범’이란 낙인(烙印)에 ‘앞으로 남을 속이지 않겠다’는 다짐도 잠시, 정씨는 지난 2011년 말 동년배인 지인과 짜고 다시 보험 사기 행각에 나섰다.

설계사 코드가 말소된 정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A씨를 설계사로 등록한 뒤 A씨 코드를 이용해 보험 영업에 다시 뛰어들었다. 친척과 지인 등을 가입시킨 뒤 보험금을 타 낼 계획을 세운 정씨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사전에 교통사고 유발 장소, 방법 등을 짠 뒤 보험금을 부당하게 타도록 도왔다.

자신감이 붙은 정씨는 “보험금을 쉽게 타게 해 주겠다”며 친목 동호회, 조선족 등 과거 자신이 보험 설계한 고객들까지 범행에 끌어들였다.

불법자가용 영업인 ‘콜뛰기’를 하는 임모(25)씨를 알선책으로 영입한 뒤에는 본격적으로 범행 횟수와 부당 청구액을 늘려 갔다. 범행에 가담한 이들에게는 수수료 명목으로 1인당 50만원을 주겠다고 꾀었다.

임씨는 공범 3~4명씩 두 개 차량에 나눠 태운 뒤 폐쇄회로(CC)TV가 없는 사각지대에서 서로 충돌하는 사고를 낸 뒤, 시흥·안산시 등지 소재 병원에 입원시키고 차량 수리비와 치료비 등을 타냈다. 공범 대부분은 변변한 일자리가 없었지만, 5~6개의 보험에 가입해 있었다.

특정 지역에서 비슷한 사고가 잇따르자 이를 수상히 여긴 보험사 측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 정씨 일당의 범행은 꼬리가 잡혔다.

정씨는 경찰 조사에서 “어려운 형편에 상대적으로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을 떨치기 어려웠다”며 범행을 뉘우쳤지만, 때늦은 후회였다. 조사 결과 정씨는 부당하게 타낸 보험금을 자녀 뒷바라지와 생활비에 쓴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을 수사한 경기 시흥경찰서 관계자는 “증거를 안 남기려 계좌이체 없이 현금으로만 거래하는가 하면 카톡이나 문자도 주고받지 않고 무조건 전화통화로 범행을 짜고 실행했다”고 말했다.

시흥서는 지난 2011년 12월부터 올해 7월까지 이런 수법으로 25차례에 걸쳐 6억여원을 받아 챙긴 혐의(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로 최근 정씨와 임씨 2명을 구속하고 공범 4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정씨와 같은 보험 사기 규모가 해마다 늘고 있어 경찰과 금융당국도 합동 단속 중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사기를 저지른 이들이 지난해 8만 3012명, 피해 규모는 총 7185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도 지난 6월까지 4만 4141명이 보험사기로 적발돼 총 피해액은 3703억원에 달했다. 올 상반기 기준 사기 유형별로는 허위 입원 등 허위·과다 사고가 전체 81%인 3만 5833명이었다. 이어 고의 충돌 등 고의 사고가 2816명, 피해 과장이 2532명 등 순이었다.

경찰청은 금감원과 함께 지난 7월 보험사기 수사협의회 개최를 시작으로 넉달 간 관련 정보를 공유해 고액의 보험료를 노리는 범죄자에 대한 합동 단속에 돌입한 상태다.

신의기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사는 “보험범죄라 하면 대개 보험금을 노린 살인, 방화와 같은 강력범죄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 보험범죄 가운데 대부분은 별다른 죄의식 없이 저지르는 연성 사기”라며 “운전자 바꿔치기, 사고과장, 수리비 과다청구, 기왕증을 보험사고로 위장하는 행위, 장기입원 등 보험금을 더 타내기 위해 벌이는 이런 일들이 사회를 좀먹고 사회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 박사는 “결국 보험사기의 부담은 선량한 보험가입자에 전가된다”며 “보험사기가 사회적 피해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고 국민의 경각심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차원의 특별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료=금융감독원(그래픽=이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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