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육아]전자파차단 앞치마 10만원·입덧껌 2만원…임산부 노린 바가지 마케팅

튼살크림·오일 세트 필수제로 둔갑 10만원 훌쩍
입덧캔디 산모용복대 등 '특수성' 내세워 마케팅
  • 등록 2016-08-19 오전 6:30:00

    수정 2016-08-19 오전 6:30:00

이데일리는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와 함께 ‘적게 쓰고 크게 키우는 행복한 육아’라는 주제 아래 연속 기획을 게재합니다. 해마다 눈덩이처럼 커지는 육아 부담을 줄여 아이를 키우는 일이 행복이 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보고자 합니다. ‘작은육아’ 기획시리즈에 많은 독자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랍니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어렵게 아이를 가진 김여진(38)씨는 심한 입덧 탓에 며칠째 물만 마시고 있다. 뭔가 방법이 없을까 찾던 중 자주 방문하는 육아카페에서 입덧캔디와 입덧껌을 추천하는 글을 봤다. 미국 의료 전문가들이 만들고 자연성분만을 사용했다는 제품 설명이 붙어 있었다. 혹한 김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구매했지만 별 효과는 보지 못했다. 김씨는 “입덧이 워낙 심해 입덧제품을 이것저것 써봤다. 처음엔 잠시 좋아지는 듯 했다가 다시 심해졌다. 호갱(호구+고객)이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임산부들을 타깃으로 한 바가지 마케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천연재료를 사용한 임산부와 태아를 위한 제품이라고 포장해 원가의 수십배가 넘는 터무니없는 가격에 판매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18일 이데일리가 임산부용 제품을 판매하는 온-오프라인 사이트를 조사한 결과 입덧을 줄여준다는 임산부용 치약과 칫솔, 입덧팔찌, 입덧캔디, 입덧껌을 비롯해 태아를 전자파로부터 보호해준다는 전자파차단 앞치마·이불 등이 ‘임산부용’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비싼 값으로 팔려나간다.

입덧캔디는 1만원, 입덧껌은 2만원, 전자파차단 앞치마는 10만원, 이불은 12만원대다. 2015년 출생아는 43만 8700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산모용 제품시장의 주 타깃인 임산부 또한 연 40여만명으로 추산된다.

2만원 입덧껌·1만원 입덧캔드 ‘플라세보’ 효과일 뿐

임산부들 사이에서 유명한 수입품 P캔디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한통(21개들이)가격이 1만 1900원이다. 사탕 한알 가격이 567원이다. 주성분은 설탕시럽, 콘시럽, 구연산, 천연향, 천연색소다. 사탕 포장에는 ‘Natural(천연)’ 제품이라고 표시돼 있다. 쇼핑몰에서 이를 근거로 임산부와 태아에 안전한 천연재료를 사용한 제품이라고 홍보한다. 블로그에는 이 제품이 입덧이나 멀미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추천글이 여럿 올라와 있다.

그러나 의학 전문가들은 입덧껌, 입덧캔디로 입덧이 가라앉은 경우는 대부분 ‘플라세보(위약) 효과’라고 지적한다.

이경훈 부천서울여성병원 보건학박사는 “입덧껌이나 캔디 등은 입덧완화에 효과가 없다”며 “이미 효과가 입증된 약도 심한 심한 입덧 환자에게는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고가제품은 ‘이렇게 비싼데 효과가 있겠지’라는 식의 심리적 안정감만 주지 실제로는 별 효능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제품 구매 시 임산부용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주치의와 비용대비 효과가 있는 지 상의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화장품으로 튼살 완화까지 가능”…위험한 상술

임신부를 타깃으로 한 바가지 마케팅은 화장품 시장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화장품 매장에는 튼살크림, 튼살오일, 임산부 다리 마사지용 로션, 임산부 가슴 마사지용 로션, 임산부 샴프·린스 등 다양한 임산부용 제품이 매대를 장식하고 있다.

서울 중구 소공로 신세계백화점에 입점한 B화장품 업체 직원은 “이 제품은 살이 트는 걸 예방해준다. 이미 튼 곳은 꾸준히 발라주면 완화해 주는제품이다. 오일과 크림을 섞어서 함께 발라줘야 한다”며 15만원 짜리 세트 구매를 권했다. 주요 성분을 묻자 C직원은 “식물성 100%다”라고만 설명했다.

임산부용 샴푸와 린스도 있다. 중구 을지로 롯데백화점에 입주해 있는 M업체 직원은 “임산부는 피지·땀 등과 같은 분비물이 많이 나오다 보니 샴푸 린스도 따로 나온다”며 250㎖에 3만원짜리 제품을 소개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삼푸 린스보다 2~3배이상 비싸다.

2개월 된 아이 엄마인 김은진(34)씨는 “살이 트는 체질은 발라도 트고, 살이 안 트는 체질은 안 발라로 안 튼다지만 체질을 모르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크림을 구매해 바르고 있다”며 “아무래도 비싼 게 좋지 않겠냐는 생각에 고가제품이 잘 팔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이석 테마피부과 원장(전 피부과의사협회장)은 “화장품으로 이미 튼살을 치료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아무리 기능성 화장품이라고 해도 조직 재생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임 원장은 “보습개념 정도로 접근해야지 비싼 제품을 바른다고 해서 치료가 되는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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