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들을 타깃으로 한 바가지 마케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천연재료를 사용한 임산부와 태아를 위한 제품이라고 포장해 원가의 수십배가 넘는 터무니없는 가격에 판매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18일 이데일리가 임산부용 제품을 판매하는 온-오프라인 사이트를 조사한 결과 입덧을 줄여준다는 임산부용 치약과 칫솔, 입덧팔찌, 입덧캔디, 입덧껌을 비롯해 태아를 전자파로부터 보호해준다는 전자파차단 앞치마·이불 등이 ‘임산부용’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비싼 값으로 팔려나간다.
입덧캔디는 1만원, 입덧껌은 2만원, 전자파차단 앞치마는 10만원, 이불은 12만원대다. 2015년 출생아는 43만 8700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산모용 제품시장의 주 타깃인 임산부 또한 연 40여만명으로 추산된다.
2만원 입덧껌·1만원 입덧캔드 ‘플라세보’ 효과일 뿐
임산부들 사이에서 유명한 수입품 P캔디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한통(21개들이)가격이 1만 1900원이다. 사탕 한알 가격이 567원이다. 주성분은 설탕시럽, 콘시럽, 구연산, 천연향, 천연색소다. 사탕 포장에는 ‘Natural(천연)’ 제품이라고 표시돼 있다. 쇼핑몰에서 이를 근거로 임산부와 태아에 안전한 천연재료를 사용한 제품이라고 홍보한다. 블로그에는 이 제품이 입덧이나 멀미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추천글이 여럿 올라와 있다.
이경훈 부천서울여성병원 보건학박사는 “입덧껌이나 캔디 등은 입덧완화에 효과가 없다”며 “이미 효과가 입증된 약도 심한 심한 입덧 환자에게는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고가제품은 ‘이렇게 비싼데 효과가 있겠지’라는 식의 심리적 안정감만 주지 실제로는 별 효능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제품 구매 시 임산부용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주치의와 비용대비 효과가 있는 지 상의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화장품으로 튼살 완화까지 가능”…위험한 상술
임산부용 샴푸와 린스도 있다. 중구 을지로 롯데백화점에 입주해 있는 M업체 직원은 “임산부는 피지·땀 등과 같은 분비물이 많이 나오다 보니 샴푸 린스도 따로 나온다”며 250㎖에 3만원짜리 제품을 소개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삼푸 린스보다 2~3배이상 비싸다.
2개월 된 아이 엄마인 김은진(34)씨는 “살이 트는 체질은 발라도 트고, 살이 안 트는 체질은 안 발라로 안 튼다지만 체질을 모르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크림을 구매해 바르고 있다”며 “아무래도 비싼 게 좋지 않겠냐는 생각에 고가제품이 잘 팔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이석 테마피부과 원장(전 피부과의사협회장)은 “화장품으로 이미 튼살을 치료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아무리 기능성 화장품이라고 해도 조직 재생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임 원장은 “보습개념 정도로 접근해야지 비싼 제품을 바른다고 해서 치료가 되는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