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위기 맞은 `저가항공 신화` 페르난데스 에어아시아 회장

탄탄대로 누려온 페르난데스 회장, 첫 위기에 직면
추락사고로 단순-과감함 위축될수도..위기관리 주목
  • 등록 2014-12-29 오전 8:39:49

    수정 2014-12-29 오전 8:39:49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단돈 300원에 인수한 무명의 항공사를 10여년만에 시가총액 2조원에 달하는 아시아 최대 저가 항공사로 키워낸 `항공업계 신화` 토니 페르난데스(50·사진) 에어아시아 회장이 거대한 위기를 맞았다.

162명을 태운 말레이시아 국적 에어아시아 여객기가 추락하는 사고를 낸 뒤 그는 애써 “이번 사건으로 위축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많은 언론들은 자신만만하던 페르난데스 회장이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하느냐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페르난데스 회장은 28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이번 사건은 나에게 최악의 악몽”이라며 정신적 충격이 컸음을 시인했다. 그러나 이내 “우리 모두 힘을 모아 이번 시련을 헤쳐나갈 것”이라며 에어아시아 직원들에게 굳건한 태도를 유지하고 항상 최고가 돼야 한다며 앞으로도 모든 고객을 위해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사실 이번 추락 이전까지 페르난데스의 삶은 탄탄대로였다. 인도계 아버지와 포르투갈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영국으로 조기 유학을 떠나 런던 정치경제대학을 졸업했다. 리처드 브랜슨이 운영하는 버진그룹이 취업해 단기간에 자회사인 버진애틀랜틱항공에서 감사인으로 근무했고, 말레이시아로 돌아와서는 워너뮤직 말레이시아법인에서 최연소 전무로 승진했다.

페르난데스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지난 2001년 9ㆍ11테러 직후 적자에 허덕이던 에어아시아를 4000만링깃(약 126억원)의 부채를 떠맡는 조건으로 단돈 1링깃(약 315원)에 인수했다. 당시 보잉 737-300기 두 대를 보유하던 회사를 사들이기 위해 저축한 돈을 모두 털고 살던 집까지 담보로 맡기는 베팅을 했다.

항공업계 전체가 좋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그 덕에 항공기를 빌리는 임대료가 반값으로 떨어졌고 정리해고된 많은 경쟁사 경력직원들을 싼 임금에 채용할 수 있었다. 페르난데스 회장은 “이제 누구나 비행기를 탈 수 있다”는 모토를 내걸고 공격적인 경영을 펼쳤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A320 여객기만 160대에 이르고, 전세계 120여개국을 취항하고 있다. 시가총액도 60억링깃(약 1조9400억원)에 이른다. 그 자신도 총 6억5000만달러에 이르는 재산을 모아 말레이시아 28번째 갑부에 올랐다.

페르난데스 회장의 성공 비결은 단순함과 과감함이었다. 그는 비용 절감을 강조하고 과감하게 결단을 내릴 줄 안다.

그는 늘 “우리에게는 경쟁사란 없다”며 “지금까지 비용 면에서 우리를 따라올 수 있는 곳은 없다”고 자신했다. 첫 국제선 취항때 모두가 말레이시아와 호주간 노선을 추천했지만, 그는 영국 런던으로 가는 노선을 택했다. 지난 10일 한국을 찾았을 때에도 “저비용 항공은 땅콩을 그릇에 담지 않는다”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리턴 사건을 비아냥거리는 등 주변의 시선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 캐릭터다.

외신들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페르난데스 회장의 이같은 장점들이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제대로 된 위기를 맞은 적 없는 그가 위기관리를 제대로 할 것인지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그도 트위터에서 “이번 사건으로 위축되는 일이 없다”고 강조하며 스스로 마음을 다잡는 모습을 보였다. 앞으로 그의 행보를 지켜봐야할 것 같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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