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투자·경영권 위협자’..녹십자·한미, 경쟁사 투자 목적은?

"단순 투자" 목적으로 일동·한미 지분 대량 보유
지주사 전환으로 경영권 안정으로 적대적 M&A 가능성↓
  • 등록 2013-10-16 오전 8:37:53

    수정 2013-10-16 오전 8:37:53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동아제약에 이어 일동제약이 경영권 안정을 위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함에 따라 이들 업체의 주요주주인 한미약품(128940)녹십자(006280)의 투자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미약품과 녹십자는 ‘단순 투자’라는 입장이지만 ‘잠재적 경영권 위협자’라는 의혹도 받고 있다. 앞으로 추가 주식 매입이나 교환 움직임에 따라 실질적인 투자 목적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일동제약(000230)은 내년 3월부터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는 기업분할을 추진키로 했다. 회사 측은 ‘각 사업부문의 전문화와 책임경영’을 지주사 전환의 배경으로 제시했지만 ‘경영권 안정’이 최우선 목적이라는 평가다.

일동제약은 지난 몇 년간 주요주주로부터 끊임없이 경영권을 위협받아왔다. 윤원영 회장이 최근 주요주주로부터 주식 7%를 인수하는 초강수를 뒀음에도 현재 윤 회장 등 최대주주의 보유 지분율은 34.16% 수준이다. 일동제약은 지주사 전환 이후 일동홀딩스와 일동제약의 주식 교환 등을 통해 최대주주의 일동홀딩스 지분율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일동제약의 2대 주주인 녹십자(006280)의 행보가 주목된다. 녹십자는 지난해 일동제약의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이면서 보유 지분율을 15.35%까지 끌어올렸다. 10% 이상의 지분을 보유 중인 주요 주주들과의 세를 규합하면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일동제약의 지주사 전환으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하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다. 녹십자가 일동제약의 지주사 전환 이후 일동홀딩스와 일동제약의 주식을 그대로 보유할 가능성도 있지만, 주식교환을 통해 지주회사나 사업회사의 지분율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주회사체제로 전환되면 일반적으로 사업회사가 지주사보다 높은 주가 흐름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녹십자가 기존에 밝혀왔던 입장대로 ‘단순 투자’ 목적이라면 일동홀딩스 주식을 처분하고 일동제약의 지분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반대로 녹십자가 일동홀딩스의 주식을 늘리면 일동제약 경영진을 압박하겠다는 의도를 표명하게 되는 셈이 된다.

녹십자 관계자는 “일동제약 측으로부터 지주사 전환에 대해 사전에 협의나 통보를 받지 않았다”면서 “일동제약 주식 보유 목적이 단순 투자 목적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으며 주식 매각이나 교환 여부는 회사에 어느 쪽이 도움될지 검토해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동아제약의 지분을 쥐고 있는 한미약품도 어정쩡한 상태다. 한미약품은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와 함께 동아쏘시오홀딩스 8.29%, 동아에스티의 8.71%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한미약품도 줄곧 ‘단순 투자’라는 입장이지만 동아제약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인식하는 시각이 많다. 한미약품은 올해 초 동아제약의 지주사 전환을 의결하는 임시주주총회에 참석했지만 표결에는 참석하지 않고 기권했다.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현 경영진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요 상위제약사들의 경우 오너들이 지금까지도 각별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 적대적 M&A 시도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향후 오너 2, 3세들이 경영권을 넘겨받거나 업계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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