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겨울철 감기 환자가 늘어난 데 이어 중국 내 코로나 확진자 급증 여파로 국내 감기약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진해거담제, 해열제 등 감기약 관련 제품 매출이 급증하면서 사상 첫 500억원대 매출 제품이 탄생할 전망이다. 관련 제약사들도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4일 제약바이오 및 투자증권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 재택치료, 감기 환자 증가, 중국 코로나 상황에 따라 감기약, 해열 진통제 등의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매년 4분기에 감기약 특수가 형성되는 데다 중국의 코로나 확진자 폭발적 증가로 국내 감기약 시장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2019년 국내 일반감기약 시장은 약 1400억원 규모를 형성했지만 2022년에는 40% 성장, 2000억원 규모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의약품의 경우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진해거담제의 2022년 3분기 누적 청구액은 2984억원으로, 2021년 같은 기간 1907억원 대비 약 57% 급증했다. 2022년 처방약 규모는 3000억원을 돌파할 것이 확실시된다.
실제로 감기약 관련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국내 제약사들은 지난해 4분기보다 생산량을 더욱 늘릴 정도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기약 시장을 리드하고 있는 제품과 관련 제약사들의 매출 상승도 예상된다. 다만 일부 언론에서 제기하고 있는 감기약 쇼티지(Shortage) 현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일선 현장에서도 타이레놀만 일부 품절된 것으로 알려졌다.
감기약 생산 제약사 관계자는 “매년 3·4분기는 계절적 특성으로 감기약 수요가 증가하는 시기다. 올해는 재택 코로나 치료 수요와 중국 코로나 상황에 따른 영향으로 예년보다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감기약 제품의 매출 증가가 예상된다”면서도 “감기약이 부족해 치료를 못 받는 상황은 없을 것이다. 현재 생산량은 수요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고, 제조사마다 몇 달간의 재고까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원제약 코대원 매출은 2022년 3분기 누적 약 428억원으로 전년 동기 약 105억원 대비 약 307% 증가한 수치다. 안국약품 시네츄라 매출은 약 383억원으로, 전년 동기 약 138억원 대비 177% 성장했다. 유한양행 코푸시럽도 약 215억원으로, 전년 동기 약 80억원 대비 약 170% 증가했다. 대원제약의 활약은 일반의약품 분야에서도 이어졌다.
감기약 일반의약품의 경우 동아제약 판피린, 동화약품(000020) 판콜, 대원제약 콜대원 순이었다. 판피린과 판콜은 각각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 각각 391억원(40%↑), 359억원(56%↑)으로 집계됐다. 콜대원은 약 151억원(331%↑)으로 폭발적인 성장률을 보였다. 이들 제품 모두 사상 최대 매출을 예고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감기약 제품군의 매출 성장이 두드러졌다. 감기약 관련 제품을 취급하는 대부분의 제약사가 감기약 수요 폭발 수혜를 입었다”며 “특히 국내 감기약 관련 제품 중 사상 첫 연 매출 500억원대 제품들이 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약사 매출 상승 예상되지만...단기 수요 그칠듯
감기약 관련 제품들의 매출이 수직 상승하면서 해당 제약사 매출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대원제약은 코대원 외에도 콜대원, 펠루비 등 다양한 감기 관련 제품들의 성장에 힘입어 2021년 3542억원이던 매출이 2022년 약 50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2021년 약 163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안국약품도 2022년 큰 폭의 매출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2021년 매출 약 4574억원으로 비상장 제약사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동아제약도 감기약 제품군의 활약 등으로 매출 상승이 예상된다. 지주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도 그 수혜로 2022년 연매출이 사상 첫 1조원대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감기약 수요 증가는 단기 이벤트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겨울철이 지나면 감기약 수요가 줄어들었던 사례와 중국 내 코로나 확산도 점차 안정을 되찾을 것이란 측면에서 예년과 같은 분위기가 유지될 것이란 분석이다. 박재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감기약의 가파른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감은 충분히 선반영됐다”며 “코로나 확산은 자연적인 면역 반응을 유발해 신규 확진자는 줄고, 사망률은 점차 낮아지는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감기약 수요 증가는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단기 모멘텀 보다 코로나 완화에 따른 구조적 시장 상황 변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