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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하늘의 구름이 솜사탕이 아닐까 / 어디 한번 뛰어올라 볼까 / 오늘은 그녀에게 고백을 해야지 / 용기를 내야지’
가수 이상우의 ‘그녀를 만나는 곳 100m 전’이라는 노래 가사입니다.
노랫말처럼 솜사탕 같은 구름이 유난히 예쁜 요즘입니다. 파란 하늘에 두둥실 떠 있는 뭉게구름은 요즘 같은 찜통더위에 청량제 같은 상큼함을 주지만 사실 이 구름은 바로 찜통 더위 때문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강한 태양 복사열에 의해 지표면의 공기가 가열되면 가벼워져서 위로 올라가게 됩니다. 공기는 위로 올라갈수록 온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일정 고도에 도달하면 공기 중에 있던 수증기가 작은 물방울로 응결돼 구름을 만들게 됩니다.
단풍이 산 정상부터 드는 것으로 알 수 있듯이 공기는 높이 올라갈수록 온도가 낮아지는데 정확하게는 100m 올라갈 때마다 1도씩 낮아집니다.
지면에서 상승하기 시작한 공기는 온도가 조금씩 낮아지다가 이슬점 온도라고 하는 물방울로 응결되는 고도에 이르면 구름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구름이 생기는 높이는 대개 지상 2km 정도로 지표면보다 약 20도 정도 온도가 낮은 곳입니다.
구름 무게를 계산하려면 먼저 구름의 크기를 알아야 합니다. 뭉게구름의 크기는 구름이 생기는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가로·세로·높이가 약 1km 정도 됩니다.
부피를 알았으니 뭉게구름의 단위 무게, 밀도가 필요합니다. 가로·세로·높이가 1m인 1㎥ 크기의 뭉게구름 무게는 약 0.5g입니다. ㎦의 단위로 바꾸면 500t/㎦가 됩니다. 부피(1㎦)와 밀도(500t/㎦)를 곱하면 500t, 싱겁게 계산이 끝났네요. 뭉게구름의 무게가 자그마치 500t이나 됩니다. 계산 결과를 믿기는 어렵겠지만 계산 과정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크고 무거운 걸 표현할 때 항상 떠올렸던 코끼리로 비교해보겠습니다. 코끼리 한 마리 무게가 보통 4~6t 정도니까 코끼리 100마리에 해당하는 무게인 셈이네요.
뭉게구름을 보면서 달달한 솜사탕이 수백 개 떠 있는 줄 알았더니 코끼리 수백 마리가 돌아다니고 있었네요.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 ‘덤보’처럼 하늘을 나는 코끼리도 아니고 아무리 생각해도 놀라울 뿐입니다.
그렇다면 수백 마리의 코끼리만큼 무거운 구름은 어떻게 둥둥 떠 있을 수 있을까요? 그건 대기의 상승기류 때문입니다. 구름 전체의 무게는 어마어마하지만 구름은 작은 물방울로 이루어져 있어서 물방울에 미치는 상승 기류에 비해 중력이 워낙 작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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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태풍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요? 태풍과 같은 비구름은 뭉게구름보다 3~5배 정도 무겁기 때문에 ㎦당 약 2000t 정도의 무게를 갖습니다.
중형급 태풍으로 가정해 크기를 계산해볼까요? 태풍은 원형이기 때문에 구름은 반경 400km, 높이 16km의 원기둥 모양이 될 겁니다. 초등학교 6학년 교과 과정인 원기둥의 부피를 구하는 공식(πr2×h)을 적용하면 태풍은 약 800만㎦의 크기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해당 부피에 비구름의 밀도(2000t/㎦)를 곱하면 태풍 구름이 싣고 오는 물의 무게가 됩니다. 그 값은 자그마치 160억t이나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소양댐을 5번이나 채우고도 남는 양입니다. 이 태풍이 우리나라에 상륙할 경우 우리나라 전역에 160mm의 비를 쏟아 부을 수 있는 엄청난 양이기도 합니다.
달달한 솜사탕처럼 보였던 구름이 알고 보니 상상조차 힘든 엄청난 무게를 가지고 있었네요. 계산 결과야 어떻든 저는 파란 하늘에 떠 있는 뭉게구름이 여전히 솜사탕처럼 보입니다.
■최종수 연구위원(박사·기술사)은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University of Utah Visiting Professor △국회물포럼 물순환위원회 위원 △환경부 자문위원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자문위원 △대전광역시 물순환위원회 위원 △한국물환경학회 이사 △한국방재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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