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코리아 인수전 나선 원매자들의 속내 ‘관심 or 고민’

이베이코리아 인수 나선 원매자 공식 언급
'관심·고민·진지' 단어 사용…복잡한 속내
시장점유율 매력이지만 매각가 고민 여전
이해득실 분석 한창인 가운데 행보 주목
  • 등록 2021-03-27 오전 11:00:00

    수정 2021-03-27 오전 11:00:00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뛰어든 유력 원매자들이 공개 석상에서 의중을 드러내며 이목이 쏠리고 있다. ‘관심’이라는 표현을 쓰면서도 ‘고민’이라는 키워드를 꺼내며 여전히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각사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따른 이해득실 분석에 한창인 가운데 향후 어떤 행보를 걸을지 주목된다.

(왼쪽부터)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 강희석 이마트 대표, 박정호 SK텔레콤 대표 (사진=이데일리DB)
첫 공식 언급은 주주총회 현장에서 시작됐다. 강희태 롯데그룹 유통 BU(사업부문) 부회장 겸 롯데쇼핑 대표는 지난 23일 서울 롯데빅마켓 영등포점에서 열린 롯데쇼핑 주주총회에서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검토하기 위해 투자설명서(IM)를 받았다”며 “충분히 관심이 있다”고 언급했다. 롯데 측에서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대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튿 날인 24일 강희석 이마트(139480) 대표는 서울 성동구 이마트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며 “구체적인 본입찰 참여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 이마트와 더불어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뛰어든 SK텔레콤(017670)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는 25일 주주총회에서 “이베이 인수는 종합적인 고민이 필요한 사안이라 아마존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참여한 이유는 (자사 사업에) 영향이 있는 포트폴리오고 바인딩 되지 않는 구조기 때문에 전략을 유동적으로 구사하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유력 원매자들이 내놓은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대한 공식 멘트를 보면 ‘관심’ 또는 ‘고민’, ‘진지’라는 단어들이 겹친다. 이베이코리아는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해 국내 온라인쇼핑 거래액도 161조원을 기록하며 네이버(035420)와 쿠팡에 이어 시장점유율 3위를 기록했다. 인수와 동시에 업계 상위권으로 발돋움 할 수 있다 보니 관심을 거둘 수 없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그러나 4조~5조원에 달하는 매각가는 아무리 생각해도 부담으로 꼽힌다. 관심이 있더라도 또 고민하고 진지하게 들여다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쿠팡의 미국 뉴욕증시 상장 과정에서 100조원 가까운 기업가치를 터치하면서 저렴해 보인다는 ‘착시현상’이 있지만 현 상황을 냉정하게 따져볼 때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자칫 단독으로 인수 협상에 나섰다가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사그라지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고민이 많다 보니 극도의 눈치 게임은 현재 진행형이다. ‘내가 갖자니 부담되고 남에게 넘기자니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복잡한 속내가 엿보인다. 주주총회 현장에서조차 “무조건 인수하겠다”거나 “인수가 회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는 멘트를 지양한 이유다.

현격한 가격차이만 없다면 이들 원매자들의 중도 이탈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일단 숏리스트(적격인수후보)까지 들어간 뒤 실사와 가상데이터룸(VDR) 과정을 거쳐 중요 정보를 꼼꼼히 훑어보겠다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리스크를 최소화기 위한 우군 확보에도 나설 전망이다. 컨소시엄 인연을 계기로 향후 이커머스 경쟁 국면에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를) 남 주긴 아깝고 내가 갖긴 부담스러운 상황으로 봐야 한다”며 “최종 본입찰 단계에서 어떤 기업이 결단을 내릴지 향후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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