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호의 PICK]연극의 묘미 살린 '킹스 스피치'

동명 영화 무대로…국내 초연
'말더듬증' 조지 6세 실화 바탕
왕족이 아닌 평범한 인간 고뇌로
인물관계 집중한 보편적 감동 '차별화'
  • 등록 2020-12-08 오전 6:00:00

    수정 2020-12-08 오전 6:00:00

연극 ‘킹스 스피치’의 한 장면(사진=연극열전).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지금이 우리 역사상 가장 운명적인 순간일 것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전운이 감돌던 1939년, 영국 국왕 조지 6세는 라디오를 통해 연설에 나섰다. 어릴 적부터 말을 더듬는 언애장애를 가졌던 그는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전쟁에서 꼭 승리할 것이라는 명연설로 영국 국민을 감동시켰다. 이 역사적 순간 뒤에는 배우이자 언어치료사인 라이오넬 로그와의 만남이 있었다.

조지 6세와 라이오넬 로그의 실화를 그린 연극 ‘킹스 스피치’가 지난달 28일부터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국내 초연 중이다. 2010년 동명 영화로 먼저 제작돼 이듬해 제83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작품상, 각본상 등 4관왕을 휩쓸었던 작품이다.

극본을 쓴 데이비드 세이들러는 런던 출신의 작가 겸 제작자다. 그에게 조지 6세는 영웅과 같았다. 자신도 말더듬증이 있었기 때문이다. 세이들러는 1970년대부터 자료 조사를 진행해 조지 6세와 라이오넬 로그의 일화를 알게 됐다. 그러나 조지 6세의 아내인 엘리자베스 왕비가 생전에는 이 이야기를 쓰지 말 것을 요청해 2005년이 돼서야 집필을 시작했다.

영화로 먼저 제작됐지만 처음엔 연극을 염두에 뒀다. 세이들러의 아내가 “연극으로 만드는 것이 주요 인물들의 관계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권유했기 때문이다. 영화가 공개된 뒤에도 세이들러는 연극화를 위한 노력을 이어갔다. 2012년 영국 길퍼드에서 초연한 뒤 웨스트엔드에 진출했다. 독일을 비롯한 9개국 언어로 번역돼 무대에 올랐다.

줄거리는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차남으로 태어났으나 뜻하지 않게 왕위를 이어받는 조지 6세가 라이오넬 로그를 통해 말더듬증을 이겨내는 과정을 그린다. 영화와 다른 점이 있다면 연극에서 인물들의 관계가 보다 밀도 있게 펼쳐진다는 점이다. 영화가 영국 왕실의 실화를 스크린으로 옮긴 시대극이었다면 연극은 평범한 인간의 고뇌에 더 집중하는 드라마다. 인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감정과 관계의 변화가 영화보다 더 공감가게 그려져서다.

조지 6세는 첫 만남부터 자신을 가족들의 애칭인 ‘버티’로 부르는 라이오넬 로그에게 당황한다. 그러나 왕이 아닌 ‘사람’으로 자신을 대하는 라이오넬 로그 앞에서 어느새 어린 시절 자신의 상처를 털어놓기 시작한다. 백미는 영화에서 스치듯 지나갔던 대관식 장면이다. 내면의 상처를 이겨내는 한 사람의 모습이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한다.

서현철·박윤희가 라이오넬 로그 역, 박정복·조성윤이 조지 6세 역에 더블 캐스팅됐다. 라이오넬 로그의 아내 머틀 역은 이선주, 엘리자베스 왕비 역은 양서빈이 맡아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보여준다. 최명경, 정원조가 각각 조지 5세·윈스턴 처칠, 데이비드·코즈모 랭의 1인 2역 연기를 펼친다. 공연은 내년 2월 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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