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영수 기자] 수소연료전지는 친환경ㆍ고효율 에너지원으로 분산전원의 최적 에너지 전환 기술로 부상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투자규모와 시장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실제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수소가 가정용 난방이나 자동차에 필요한 연료를 대체하면서 기후변화에도 대처해줄 것이라며 오는 2050년까지 시장 규모가 11조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우리 정부 역시 2020년 7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의 10대 주요 과제 중 그린에너지 분야에서 수소에너지의 중요성을 띄운 만큼 앞으로 수소연료전지 분야는 더욱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따라 수소연료전지 시장을 놓고 국내 양산 업체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국내에선 2019년 10월 ㈜두산에서 사업부문으로 분사한 ‘두산퓨어셀’, SK건설(지분율 51%)과 미국 블룸에너지(49%)의 합작법인 ‘블룸SK퓨어셀’, 같은 해 11월 포스코에너지가 연료전지사업부문을 분할 설립한 ‘한국퓨얼셀’ 등이 연료전지 시장에 진출한 상태입니다. 업계에서는 2014년 연료전지 시장에 진출한 ㈜두산이 연료전지 사업의 성장에 맞춘 경영 효율과 전문성 강화를 위해 별도 법인으로 출범시킨 두산퓨어셀을 가장 주목하고 있습니다. 수소를 직접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상업발전소에 적용해 성공한 회사는 두산퓨얼셀이 유일하기 때문입니다. 두산퓨얼셀은 이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2018년 세계 최대 부생수소 발전소(한화대산부생수소발전소)를 수주하는 등 시장 진입 후 3년 만인 2019년, 처음으로 수주 1조원을 넘어섰고 2023년 매출 1조원을 달성할 계획입니다. 두산퓨얼셀은 국내 누적 설치 기준(2015년 이후)으로 시장점유율 80%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 ▲두산퓨얼셀 전북 익산공장 전경. (사진=두산퓨얼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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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퓨얼셀이 공격적으로 시장 대응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퓨얼셀은 새롭게 전열을 가다듬고 있습니다. 한국퓨얼셀은 포스코에너지가 만성적자에 시달리던 연료전지 사업을 내실화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2019년 물적분할을 통해 분사한 연료전지 전문 자회사입니다. 포스코에너지 연료전지 부문은 국내 전체 연료전지 설비의 약 48%를 차지(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 보급 통계 기준)할 정도로 비중이 크지만 2014년 품질 이슈(스택 결함)가 불거지며 수주난을 겪기도 했습니다.
비교적 후발주자인 SK건설은 2019년 9월 세계적인 연료전지 주기기 제작업체인 미국 블룸에너지와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의 국내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JVA)인 블룸SK퓨얼셀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데 이어 2020년 10월 20일 경상북도 구미에 제조공장 준공을 기념한 개관식을 가졌습니다. 구미공장의 생산규모는 연산 50MW로 시작해 2027년 400MW까지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 ▲블룸SK퓨얼셀 제조공장 전경. (사진=SK건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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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연료전지 핵심 부품인 수분제어장치의 핵심 기술을 보유한 코오롱인더스트리도 눈여겨볼 만한 회사입니다. 수분제어장치는 수소 연료전지 주변기계장치의 핵심 부품으로 코오롱인더스트리가 31년간 축적한 멤브레인 설계·제조 관련 기술을 바탕으로 만듭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이와 관련해 가장 큰 규모의 생산설비를 보유하고 있으며 매년 증설 투자를 진행해 국내외에서 독보적 우위를 확보한 상태입니다. 2013년 현대자동차와 협력해 세계 최초로 수분제어장치를 상용화한 데 이어 2025년 이후 세계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목표로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대차 역시 수소에너지 분야의 강력한 게임 체인저로 꼽힙니다.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를 양산한 현대차는 수소충전 인프라,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의 확대 적용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2020년 2월에는 현대건설기계와 손잡고 수소연료전지 건설기계를 공동 개발했습니다.
| ▲현대차 수소전기 대형트럭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사진=현대자동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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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020년 7월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연료전지시스템은 수소전기의 심장으로 지난 20년간 140여 개 협력업체와 함께 개발했다”며 “3~4년 안에 수명은 두 배 이상 늘리고 원가는 절반 이하로 낮춘 차세대 시스템을 개발해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현대차는 앞으로 유럽 수출을 발판 삼아 미국, 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 수소연료전지시스템 판매를 확대한다는 전략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발전 연료전지 시장은 정부의 지원정책이 있는 한국과 미국 중심으로 경쟁 구도가 형성돼 있다”며 “하지만 연료전지의 보급확대로 가격이 하락하고 친환경 분산전원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한 기업들간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