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재운 기자]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같은 최신 기술의 발달에 따라 휴대용 통·번역기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국내 기술 기반 제품이 없는 점은 아쉽지만, 해외 기술에 한국어 역량을 더하는 협업을 통해 관광객 응대나 국제적인 협업 등에 활용되기 시작했다.
27일 IT 업계에 따르면 올 봄
한글과컴퓨터(030520),
슈피겐코리아(192440) 등 주요 국내 업체가 나란히 휴대용 통·번역기 제품을 선보인다. AI와 클라우드를 결합하며 자연어 처리 성능을 높였다. 김상철 한글과컴퓨터그룹 회장은 “(미국 기업인)구글은 비빔밥 종류 같은 번역은 어렵지 않겠나”라며 “한국어에서 다른 언어로 가는 부분은 우리의 확실한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지니톡, 포켓토크..4~5월 속속 출시 | 한글과컴퓨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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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과컴퓨터는 지난해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과 전주국제영화제 등에서 ‘말랑말랑 지니톡’을 시연하며 외국인 방문객 응대를 비롯한 다양한 활용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를 바탕으로 관련 역량 강화를 위해 최근에는 음성인식 기술 경쟁력을 가진 중국의 ‘아이플라이텍’과 합작법인을 세우고, 정확도 향상은 물론 지원 언어 확대를 꾀한다.
이를 통해 선보일 첫 제품은 ‘지니톡 고’(Genietalk Go)와 ‘지니비즈’(GenieBiz)다. 지니톡 고는 7개 언어에 대한 통번역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아도 4개 언어 통번역이 가능하다. 표지판, 메뉴판 등 이미지 번역이나 무선 핫스팟(인터넷 연결 지원) 기능도 지원한다. 가격은 미정이며 판매 시기는 5월 예정이다. 지니비즈는 회의실용 디스플레이 제품으로, 4개 언어 통·번역을 지원한다.
슈피겐코리아는 이보다 앞선 다음달 22일 ‘포켓토크’를 국내 시장에 선보인다. 일본의 소스넥스트라는 업체가 개발한 제품에 한국어 기능 추가를 위해 협업한 결과물로, 가격은 37만4000원이다. 클라우드와 연결해 동작하므로 항상 네트워크에 연결돼있어야 하며, 와이파이는 물론 글로벌 eSIM을 제공해 언제 어디서나 간단한 수준의 통역을 제공한다. 126개국 74개 언어를 지원하고, 무전기를 이용하듯 버튼을 누른 채 이야기하면 잠시 후 원하는 언어로 바꿔 들려준다.
제품 활용 확대를 위한 방안으로 여행·교육 등 활용도가 높은 업종의 렌탈 업체들과 협력을 논의 중이며, 서울지역 주요 관광안내소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서울특별시관광협회와도 협약 체결을 준비 중이다.
사업영역 확장 차원..“사업 방향성 변화의 일환”
두 회사는 각각 ‘스마트시티’와 ‘라이프스타일 시장’ 공략이라는 목표를 두고 통·번역기 출시를 추진하고 있다. 한글과컴퓨터는 클라우드 오피스 솔루션과 정보보안·블록체인, 재난 대응 같은 다양한 분야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면서 이의 일환으로 지니톡을 활용한다. 슈피겐코리아는 스마트폰 케이스로 확장한 판매망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뷰티, 패션 등으로 방향성을 넓혀가는 일환으로 추진한다.
두 제품은 모두 통·번역과 언어학습 기능도 제공한다. 향후 내국인 대상 외국어 교육이나 외국인 대상 한국어 교육 시장에서도 활로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 슈피겐코리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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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봉환 슈피겐코리아 국내총괄 사업부문장은 “소스넥스트가 일본에서 (2017년 12월 출시후)30만대를 판매하며 호응을 얻은 제품을 국내에 함께 선보이게 됐다”며 “슈피겐코리아도 기술 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 전문 인사 영입, 조직개편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아쉬운 점은 국내 기술이 아닌 해외 기술 위주라는 점이다. 한글과컴퓨터는 중국 업체, 슈피겐코리아는 일본 업체와 손 잡고 사업을 진행하는 형태다. 개방형 혁신이라는 측면에서 해외 업체와의 파트너십을 설명하지만, 국내 원천 기술 개발이 그만큼 늦어진데 따른 결과로도 풀이되는 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어 데이터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국내 기업이 협업에 나섰지만 분명 한국인으로서 아쉬움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