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미사일 공습 허위 경보로 '대혼란'…美FCC 조사 나서

주민·관광객 및 PGA 선수들 긴급 대피 소동
주민 대다수 40분 지난 뒤에야 허위 경보 소식 전해들어
  • 등록 2018-01-14 오전 10:01:59

    수정 2018-01-14 오전 10:02:44

/털시 개버드 하와이 민주당 하원의원 트위터 캡쳐.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13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하와이에서 탄도미사일 허위 경보가 발령해 혼란이 빚어졌다. 하와이 주민들과 관광객들은 물론, 이 곳에서 열리고 있는 미 프로골프(PGA) 소니 오픈 참가 선수들도 경보에 놀라 긴급히 대피했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진상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이날 오전 8시 10분께 하와이 주민들의 휴대폰에선 일제히 경보음이 울렸다. 이와 함께 “탄도미사일이 하와이를 향하고 있다. 즉시 대피할 곳을 찾아라. 이건 훈련이 아니다”라고 적힌 문자메세지가 도착했다. 주민들은 허위 경보라는 사실은 생각하지도 못하고 두려움에 떨며 대피하기에 급급했다. 지난 해 하와이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정거리에 포함된다는 보도 이후 긴장감이 높아져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달 이같은 경보를 동반한 긴급 대피 훈련을 시행했던 터라 주민들의 공포와 불안을 더욱 키웠다.

거리의 모든 버스가 멈춰 섰으며 탑승객들은 다른 사람들의 동향을 살피며 대피에 나섰다. 호텔 투숙객들은 잠에서 깨어 지하실로 대피했고, 주민들은 대피소로 이동했다. 15분 넘게 대피소에 꼼짝 않고 앉아 있었던 한 주민은 “가장 무서웠던 것은 추가 정보가 없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호텔에서 아침 식사 도중 경보를 받았다는 한 관광객은 “결과적으로 허위 경보라는 사실에 안심했다”면서도 “북한과의 긴장 상태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이같은 상황이 발생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심각하게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하와이 주정부 비상관리국(HEMA)은 10여분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 경보가 실수였다고 밝혔다. 이어 미 국방부와 태평양 사령부도 “탄도미사일 위협은 없으며, 경고문은 잘못 보내진 것이다”라며 주민들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SNS 계정이 없는 사람들은 약 40분이 지난 뒤에야 소식을 전해들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하와이까지의 도착 시간이 약 37분으로 추정되는 만큼, 대응이 늦었던 것이다.

비상관리국 대변인은 “하루 3교대로 이뤄지는 근무 중 누군가 컴퓨터에서 눌러선 안되는 것을 클릭했다”며 직원의 실수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같튼 긴급 경보가 발령된 이후에 2단계 인증을 요구하는 새로운 절차가 도입되면서 수습이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백악관 공보 담당 린제이 월터스는 플로리다 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주말을 보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경보 발령 사실을 즉각 보고했다고 전했다.

아지트 파이 FCC 위원장은 하와이에서의 허위 경보가 발생한 경위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에서도 철저한 조사와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메이지 히로노(민주·하와이) 상원의원은 “오늘 경보는 거짓 경보였다. 긴장이 고조된 시기에 발표되는 정보는 정확해야 한다”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철저히 조사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이비드 이게 하와이 주지사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허위 경보에 대해 공식 사과한 뒤“대중은 우리의 경보 시스템에 신뢰를 가져야 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모든 시스템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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