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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찬(59) 한스바이오메드(042520) 대표는 지난해부터 국내에 본격 출시된 유방보형물 ‘벨라젤’의 반응에 대해 “고가의 외국 제품과 대등한 품질에 의사들의 가려운 곳까지 긁어줬으니 시장에서 제대로 인정 받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유방보형물은 인체조직 제품에 주력하던 한스바이오메드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아 집중 육성하고 있는 아이템 중 하나이다.
◇국내 인체조직법 제정 주인공
한스바이오메드는 국내 1호 인체조직은행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화상을 입으면 환자의 엉덩이나 배, 허벅지에서 피부를 떼어내 이식했다. 입원기간이 길어지고 떼어낸 부위는 또 다른 흉터가 남아야 했다. 최근에는 인체조직으로 만든 이식재를 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5년 관련 법이 만들어지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한스바이오메드는 1999년에 인공피부 개발에 뛰어들었다. KAIST와 공동으로 2002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피부결손 환자 이식용 무세포 진피제품을 개발했다.
하지만 이게 약인지 의료기기인지 당시로서는 불분명했다. 법이 없으니 시술이 불가능했다. 황 대표는 “국내에는 인체조직 이식에 대한 법은 물론 인식도 없는 상태였다”며 “필요성에 대해 아무리 얘기를 해도 ‘좋긴 한데 법이 없어 힘들다’는 얘기만 수도 없이 들었다”고 말했다. 황 대표가 대안으로 찾은 곳은 미국이었다. 수거·가공·보관 등 모든 과정을 미 식품의약국(FDA)의 기준에 맞췄다. 미 소비자안전실의 실사평가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시설을 갖춘 조직이식재 생산업체’라는 평가를 받았다. 2003년 FDA로부터 인체이식재 기업으로 승인을 받았다. 아시아 기업 중 최초이다. FDA의 승인을 받으니 국내에서 2003년 인체조직 이식에 관한 법이 만들어져 2004년부터 인체조직은행이 운영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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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바이오메드는 2002년 유방보형물을 개발해 2003년 유럽과 남미에서 승인을 받고 2005년부터 수출했다. 지금까지 한스바이오메드의 ‘벨라젤’ 수술 케이스가 5만 건이 넘을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비결은 꼼꼼함의 차이이다. 보형물의 형태, 표면처리, 돌출 정도에 따라 15개로 세분화해 개인별 맞춤이 가능하도록 했다. 벨라젤에는 어린이 새끼손가락 손톱 크기의 돌기가 세 개 달려 있다. 수술 과정에서 인공유방의 상하 위치를 직접 보지 않고 만져보는 것만으로 알 수 있게 한 부분이다. 황 대표는 “유방보형물은 정확한 위치에 자리잡아야 가슴이 자연스럽게 보인다”며 “글로벌 제품은 이런 디테일이 약해 국내 의사들에게 ‘좋긴 한데 뭔가 아쉽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고 말했다.
◇“안정적 수익 바탕으로 줄기세포 치료제 도전”
한스바이오파마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송파구 문정동으로 사옥을 옮기면서 연구소를 확장했다. 대전 대덕연구소는 인체 조직을 전문으로, 서울 연구소는 생체재료제, 줄기세포 치료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한다. 현재 섬유화 부작용을 최소로 줄인 실리콘 보형물, 천연 고분자 기반의 연조직 접착제 같은 인체조직제품을 비롯해 제대혈 속 줄기세포를 이용해 인슐린을 분비하는 줄기세포를 체코 연구소와 공동으로 연구하고 있다. 황호찬 대표는 “성장엔진과 진출국가를 다양화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인체조직기업으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