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현 비트코인 열풍이 투자일 수 없는 이유

가상화폐 한탕주의 과열 양상…불확실성 유의해야
  • 등록 2017-09-17 오전 10:10:23

    수정 2017-09-17 오전 10:14:43

AFP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모든 투자에는 투기적 요소가 있다. 단순한 대중의 우려가 강남 집값도 삼성전자 주식도 끌어내릴 때도 있다. 전문가는 전문지식과 오랜 경험, 합리적 판단을 근거로 확률을 높일 뿐이다. 그런데 오로지 대중 기대심리에만 의존하는, 기존 데이터가 무의미한 상품이 있다면 어떨까. 이미 그땐 이를 투자라고 부를 수 없다. 투기, 도박이다. 비트코인과 그 대안으로 나온 알트코인, 즉 현재의 가상화폐가 그렇다.

인터넷에는 한탕 해보겠다며 코인과 코인 공개(ICO)를 겉핥기식으로 공부하는 사람이 넘쳐난다. 물론 현재 비트코인의 유일한 가치는 ‘앞으로 실제 화폐로 쓰이리란 기대’뿐이다. 물론 그럴 가능성도 있다. 비트코인과 이를 이루는 원리인 블록체인은 잠재력이 있다. 그러나 이 잠재력, 실험이 당신에게 돈을 벌게 해준다는 보장은 없다. 역설적으로 현 ‘코인 판’의 한탕 심리가 코인의 안정화를 저해하는 요소다.

비트코인이 모든 걸 운에 의존하는 도박이라면 매력적일 수 있다. 어차피 전문가도 그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기존 금융·증권시장의 큰손, 각국 중앙은행이나 헤지펀드의 ‘조작’에서 벗어나 있다. 나도 조금만 공부하면 대등하게 겨뤄볼 수 있을 것 같다. 착각이다. 이곳에도 이미 기업화한 채굴꾼 집단이 시장 조작을 모색 중이다. 코인 거래소는 코인을 거래하고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이유로 투자자에게 이중삼중의 수수료를 떼며 돈을 번다.

이런 상황에서 설익은 지식과 근거 없는 가짜 논리로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건 위험하다. 처음 간 불법 하우스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과 ‘하이-로 깜깜이’에 뛰어든 것이나 매한가지다. 누가 타짜일지 아무도 모른다. 비트코인의 기술적 장점은 투명성이지만 이를 활용하는 사람 중에는 사기꾼도 있을 수 있다.

다단계 사기와도 닮았다. 처음 개발하고 투자한 이들로선 다른 사람을 계속 끌어들여야 한다. 계속 돈이 투입돼야 현 가격이 유지된다. 스스로 이익을 지킬 수 있다. 이들은 그래서 비트코인의 미래를 장밋빛으로 전망한다. 영악한 기술자들은 ICO란 이름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코인을 선보인다. 당신도 ‘이 코인에 먼저 투자한 사람’이 돼 돈을 벌 수 있다고 유혹하고 있다. 이미 1000종을 넘어섰다. 지금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중 기술적으로 의미 있는 시도도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론 코인의 본질을 잃고 투기판의 불쏘시개처럼 쓰이고 있다.

코인을 신봉하기 시작한 사람은 여기저기서 울리기 시작한 경고음을 믿지 않는다. 기존 국가·금융 권력이 자신의 권력을 지키고자 비트코인의 미래를 깎아내린다고 믿는다. 확증 편향에 의한 음모론이다. 백번 양보해서 음모론이 사실이더라도 어차피 보통 사람은 코인으로 돈을 버는 세력에 낄 수 없다. 지식과 자본이 부족한 보통 사람이 불리한 건 기존 시장과 다를 게 없다.

돈의 규모가 커지면서 당국도 주시하기 시작했다. 아직까진 규제 우려보다 관심이 더 크기에 가격이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신뢰가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아차 하는 순간 모든 걸 잃을 수도 있다.

몇 년 전 지인이 하루에 20% 이상씩 급등락하는 상장폐지 위험 코스닥 종목에 손을 댔다. 위험하다는 건 본인도 알았다. 그래도 ‘나만은 대박을 칠 것’이라 믿었다. 실제 순식간에 천만원 이상 벌기도 (또 그만큼 잃기도) 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그때 그를 말리지 못한 걸 후회한다. 그때 심정을 담아 섣부른 비트코인 투자를 말리고 싶다. 관심이 있다면 공부하는 건 좋다. 굳이 투자까지 하겠다면 몽땅 잃어도 좋을 여윳돈만 넣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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