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경기 오산시에 있는 신흥에스이씨 본사에서 만난 황만용(52)·김기린(51) 공동대표는 회사 경영철학을 선대회장의 뜻을 이어받은 ‘화목’이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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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에스이씨는 2차전지 폭발방지 제품인 안전변(Safe Valve)이라고 불리는 캡어셈블리(Cap Assembly)가 주 생산 품목이다. 안전변은 폭발을 방지하는 ‘뚜껑’ 역할을 하는 금형정밀부품이다. 이 장치를 통해 휴대폰·노트북·전기자동차 배터리 등의 폭발사고를 사전에 막을 수 있다.
‘79년 부산의 작은 금형공장서 매출 800억원 강소기업으로
신흥에스이씨는 1979년 부산에서 신흥정밀이란 이름으로 시작한 회사다. 창업주인 최화봉(75)·김점용(76) 회장은 창업 전 금성사(현 LG전자(066570))에서 함께 일했지만 당시에는 서로 모르던 사이였다.
1970년 삼성이 전관사업을 시작하며 삼성NEC(삼성전관·현 삼성SDI(006400))를 만든다. 이때 최 회장과 김 회장은 이곳으로 스카우트된다. 이들은 같은 부서에서 일하며 서로 알게 된다. 금성사에서 일했던 연까지 더해 이들은 막역한 사이로 발전한다. 삼성NEC에서의 10년 경험을 토대로 이들은 부산에서 금형부품 기업인 신흥정밀이란 작은 회사를 공동 창업한다.
신흥정밀은 2000년대 전까지만 해도 삼성 브라운관TV에 들어가는 전자총 부품을 주로 납품했다. 1979년 삼성전관이 수원에 브라운관 생산공장을 새로 세웠고 1982년 신흥정밀도 수원으로 이전했다. 이후 수원공장은 오산으로 확장이전하고 양산에도 새 공장을 차린다.
연매출 100억원의 작은 금형부품회사서 10년도 채 되지 않아 800억원의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급성장의 배경에는 황만용·김기린 공동대표가 자리하고 있다. 현재 황 대표는 오산공장, 김 대표는 양산공장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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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엔 전공을 살려 약제 업무를 봤고 이후 CJ제일제당 본사에서 상품기획 업무를 맡았다. 황 대표는 CJ제일제당 재직시절 고등학교 선배의 소개로 최 회장의 딸과 1995년 결혼하며 신흥에스이씨와 연을 맺는다. 황 대표는 2003년 CJ제일제당에서 퇴사해 신흥에스이씨 중국공장 법인장으로 나선 후 2007년도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한다.
김점용 회장의 아들인 김기린 대표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사업을 하는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평범한 학창시절을 보낸 김 대표는 대학은 금형이 아닌 건축설계를 전공했다. 입대 전 아버지 회사에서 용돈벌이로 시작한 ‘박스포장’ 아르바이트를 통해 신흥에스이씨와 처음 연이 닿았다.
1988년 군 제대 후 김 대표는 본격적으로 아버지 공장에서 금형 실무를 배우기 시작한다. 이론을 겸비하기 위해 김 대표는 서울산업대 금형설계학과 야간에 편입을 한다. 일과 공부를 병행해야 하던 터라 수업이 있는 날이면 30분 일찍 일을 마치고 수원 병점역에서 서울 석계역까지 2시간이 넘는 통학을 하며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금형 전문가로 성장한다.
삼성 협력사였지만 산업구조 변화로 위기 맞아
신흥에스이씨는 규모가 큰 회사는 아니었지만 삼성SDI의 협력사로 20여년 간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했다. 하지만 산업구조의 변화는 신흥에스이씨의 위기로 다가왔다. 2000년이 다가오자 브라운관TV 시대가 내리막을 걸었기 때문이다.
신흥에스이씨가 생산하는 브라운관에 필요한 전자총 부품도 더는 필요 없어졌다. 당시 삼성SDI는 새로운 먹거리인 PDP 사업을 돌파구로 삼는다. 신흥에스이씨는 PDP 샷시커버 부품을 담당하는 회사로 탈바꿈한다. 하지만 PDP 산업마저 LCD에 밀려 사양길로 접어든다.
수원공장에 PDP 부품이 있었다면 양산공장은 삼성자동차(현 르노삼성자동차)가 있었다. 이곳에선 삼성이 야심차게 시작한 자동차 사업에 연료 필터 부품을 공급했다.
2000년부터 시작한 2차전지 부품연구…회사 체질 바꿔
불행 중 다행으로 당시 매출 비중은 작았지만 수요가 늘던 휴대폰·노트북 배터리 등에 들어가는 안전변를 2000년도부터 생산해 2007년 국산화에 완전 성공했다.
2009년 황만용·김기린 공동대표 체제에 들어가면서 신흥에스이씨는 반전을 꾀한다. 우선 법인으로 전환한다. 적극적인 R&D(기술·개발) 투자를 위해 창업 때부터 지켰던 무차입경영 원칙을 접는다. 그리고 2차전지 부품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황 대표는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간 소형전지 사업을 꾸려와 기본 기술은 있었다”면서 “2년간 연구 끝에 그간 일본 부품에 의존하던 전기차 2차전지 배터리 안전변을 국산화했다”고 회고했다. BMW, 폭스바겐, 크라이슬러 등 전기차 배터리에는 신흥에스이씨의 캡어셈블리가 들어가 있다.
2000~2006년 50억~80억원 수준에 머물렀던 매출액은 지난해 780억원으로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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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저희 회사 사훈에 ‘인화단결’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다”며 “두 세대,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작은 갈등 하나 없이 회사를 키울 수 있던 것은 서로에 대한 배려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황 대표는 “기업은 성장하지 못하면 도태할 수밖에 없다”며 “항상 앞으로 어떤 성장동력을 회사에 장착할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흥에스이씨의 올해 매출 목표는 1000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