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에 빗장 여는 유럽…반발했던 스페인도 수용 결정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유럽연합(EU)이 난민 수용 계획을 공식 발표한 가운데 기존 난색을 표했던 국가들이 일부 태도를 바꿨다.

장클로드 융커 유럽집행위원회(EC) 위원장은 9일(현지시간) 향후 2년에 걸쳐 16만 명의 난민을 분산수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미 알려진 대로 영국과 덴마크, 아일랜드를 제외한 대부분의 EU 회원국이 난민을 의무 할당받게 된다.

독일이 3만1443명 수용하고 프랑스가 2만4031명, 스페인과 폴란드가 각각 1만4931명, 9287명씩 받고 남은 4만명은 다른 회원국에 분산 배분된다.

융커 위원장은 난민 수용을 위한 7억8000만유로의 기금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난민을 받는 국가에 난민 한 명당 6000유로(약 802만원)를 제공할 예정이다. 유럽으로 통하는 관문인 이탈리아와 그리스, 헝가리의 경우 난민을 다른 유럽국으로 보낼 때마다 한 명당 교통비로 500유로를 지원한다.

만일 홍수나 지진 등으로 인해 난민 수용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못할 경우 예외를 적용하되, 국내총생산(GDP)의 0.002%까지 임시 기금을 내도록 할 예정이다. 다만 예외적용 한도는 1년으로 정했다.

수용 난민 대상은 시리아, 이라크, 에리트레아(아프리카 수단과 이디오피아 사이에 위치한 나라)인들에게만 적용되지만, 대상 국적은 앞으로 분기별로 검토할 예정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다시 한번 유럽의 동참을 호소했다. 메르켈 총리는 “융커 위원장의 제안은 공정한 할당의 첫 걸음”이라며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는 올해에만 80만명의 난민이 망명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메르켈은 “할당된 난민만 받고 더 이상은 관여하지 않겠다고 하면 안된다”며 “유럽인들이 책임감을 갖고 대처해야 유럽연합 회원국 모두가 이민을 초래한 원인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존 EU의 난민 배분 계획에 강력 반발했던 스페인은 다소 입장을 바꿨다. 지난주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난민 수용 인원을 2749명으로 제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유럽위원회가 처음 제안했던 4288명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할당된 1만7680명을 전부 받겠다며 보다 포용적인 태도로 전향했다.

라임도타 스트라우유마 라트비아 총리 역시 “자발적인 난민 수용을 원했지만 그럴 경우 소외될 것”이라며 유럽 회원국이 할당안을 승인한다면 난민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융커 위원장의 할당 계획은 회원국 다수의 지지를 얻어 무난히 승인될 것이란 전망이 높지만 일부 국가들의 반발은 여전하다.

이날 체코는 의무 할당 거부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했고 루마니아 정부 역시 어떤 의무 할당량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기존 반대입장이었떤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발틱연안 국가들을 설득하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