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도 2년 연속 4점 돌파
35회 SRE에서는 신평사들에 대한 신뢰도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는 점이다. SRE 설문조사에 참여한 시장전문가들은 한기평, 한신평, NICE신평 등 국내 3대 신평사가 발표하는 신용등급에 대한 신뢰도를 5점 만점 기준에 4.0점으로 평가했다. 이는 지난 34회 기록했던 사상 최고점인 4.01점에 소폭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34회 기록한 4.01점은 역대 최대치임은 물론 SRE 설문조사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4점대를 넘어선 것이다. 이어 2년 연속 4점대 신뢰도를 기록하면서 신평사들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한 SRE 자문위원은 “34회에 이어서 4점 이상을 기록했다는 것은 신뢰도가 높다는 것”이라면서 “신평사에 대해 전반적으로 좋게 생각한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35회 SRE에서도 34회 SRE와 비슷하게 설문조사 주관식 답변에 ‘전반적으로 3개 평가사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는 의견 역시 상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담당 업무별로는 크레딧 애널리스트(CA)가 4.17점으로 지난회차 기록했던 4.06점보다 높은 점수를 낸 것은 물론 전체적으로 신뢰도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다만 비CA는 3.89점을 기록하면서 지난회 3.97점보다 낮은 점수를 줬다. 채권매니저 역시 3.87점을 부여하면서 지난회 3.98점보다 신뢰도가 떨어졌고, 연기금 담당자와 금융투자업계 리스크 관리 담당자 등이 혹한 기타 그룹도 3.94점을 기록하면서 지난회 3.96점 대비 소폭 낮아진 신뢰도를 기록했다.
신평사 자료 이용 비중이 61% 이상으로 높은 응답자 103명(4.17점)과 회사채 업무 비중이 61% 이상인 응답자 84명(4.05점) 신용등급 신뢰도는 모두 4점을 넘어서는 한편 전체 신뢰도를 웃돌았다.
이슈 없을 땐 한기평?
35회 SRE 평가사별 등급신뢰도에서는 전통의 강자 한기평이 3년 연속 1위 자리를 기록했다. 한기평은 32회에서 한신평에게 밀려나면서 2위를 차지했지만 이후 바로 다시 1위 자리를 탈환한 뒤 3년 연속 1위를 이어가고 있다. 한기평의 이번 SRE 등급신뢰도는 3.86점으로 지난회와 동일한 점수를 기록했다. 지난 33회 3.95점보다 낮아진 수준이지만 꾸준히 선두 자리를 지키는 모습이다. 2위 한신평(3.79점)과는 0.07점 차이가 났다. 지난회 2위였던 NICE신평과 0.14점 차이가 났던 것과 비교하면 2위와의 점수 차는 좁혀진 셈이다. 이번 회에서 3위를 기록한 NICE신평(3.73점)과는 0.13점 차이였다.
특별한 크레딧 이슈가 없었던 해였던만큼 신평사에 대한 기존 인식이 순위에 그대로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 SRE 자문위원은 “과거 2년 순위가 다소 특이했던 결과로 제 자리를 찾아간 순위로 보인다”라면서 “사람들의 머릿속에 있는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자문위원 역시 “한신평이 레고랜드 사태로 실축하며 스스로 내려간 부분이 원래대로 회복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NICE신평이 현대차 신용등급을 선제적으로 올리는 등 적극적으로 등급을 상향한 부분에 대해서도 평가는 엇갈렸다. 한 응답자는 “NICE신평의 경우 선제성을 높여가려는 정책을 취한 것 같다”면서 “때로는 그런 움직임이 성급해 보일 때가 있다”고 답했다. 또 다른 응답자 역시 “NICE신평은 적시성에 최우선 순위를 두는 것은 좋았다”면서 “하지만 속도에 치중한 나머지 섬세한 모니터링이 다소 아쉽다”고 평가했다.
평가보고서를 자주 이용하는 평가사는 한신평이 56표(30.6%)로 1위를 기록하면서 2위를 차지한 NICE신평(55표, 30.1%)을 근소한 차이로 앞질렀다. 지난회에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던 한기평은 53표(29.0%)로 3위로 밀려났다. 다만 평가보고서 만족도는 한기평이 3.78점으로 1위에 이름을 올렸고, 2위는 한신평(3.77점), 3위는 NICE신평이 3.75점을 기록했다. 전체적인 보고서 만족도 점수는 3사 차이가 매우 근소했다. 1위 한기평과 3위 NICE신평의 점수 차가 0.03점에 불과할 정도다.
세미나 만족도에서는 NICE신평이 총 107명(참석률 20% 이하 제외) 중 43명(40.2%)의 선택을 받으면서 1위 자리에 올랐다. 이어 한신평(28명, 26.2%), 한기평(22명, 20.6%) 순으로 뒤를 이었다. NICE신평이 대동소이한 세미나 주제 속에서 과감하게 위험 업종과 기업에 대해서 언급하면서 눈길을 끌었다는 평가다. 한 SRE 자문위원은 “NICE신평이 다른 신평사들이 만족시키지 못했던 부분을 과감하게 언급하면서 주목을 많이 받았다”면서 “좋지 않은 업종으로 석유화학 이야기가 많았는데 NICE신평은 2차전지 이야기를 하면서 관심을 많이 받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연구보고서 만족도도 역시 NICE신평이 65명(35.5%)으로부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으면서 1위 자리를 차지했고 2위 한신평(53명, 29.0%), 3위 한기평(32명, 17.5%) 순이었다.
아웃룩·트리거 소폭 하락
아웃룩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트리거는 높게 나타나고 있는 점에 대해 한 SRE 자문위원은 “트리거가 상대적으로 의견을 교환하기에 좋은 지표”라면서 “‘트리거 여유있다’ 이런 식으로 말하기 편하고 계량적으로 걸어놓다보니 의미가 더 있다고 보는 듯하다”고 말했다.
등급 속도는 ‘적당’하지만 여전한 불안감
이번 설문에서는 여전히 등급상하향배율(3사 단순평균)이 1배를 밑돌았지만 지난 회차보다는 상향쪽으로 방향을 튼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23년 9월말 기준 0.53배였던 등급상하향배율은 올해 9월 말 기준 0.97배로 높아진 상태다. 다만 상하향배율이 1배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은 신용등급이 올라간 회사보다 내려간 회사가 더 많았다는 뜻이다. 이번 조사기간(지난해 10월1일부터 지난 9월30일까지 1년간)동안 국내 3대 신평사는 투기 등급 포함 70개 기업 등급(평가사별 중복포함)을 내렸고, 47개사의 등급을 올렸다.
35회 응답자 절반 이상(141명, 77.1%)이 ‘현 수준의 등급 조정 속도는 적당하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 설문에서 현재 수준의 등급 조정 속도가 적당하다고 봤던 응답자 수(122명, 69.3%)보다 8%포인트 상승한 수준이다. ‘하향 추세를 더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자는 40명(21.9%)였다. 반면 ‘상향 추세로 전환해야 한다’는 응답은 한 명도 없었고, 기타 답변은 두 명이었다. 기타 의견 중에는 ‘하향 조정이 감소한 것은 인정되지만 상향 조정이 증가한 부분은 빠른 감이 있다’는 응답이 포함됐다. 현재 등급 상승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우려감이 담긴 답변이다.
다만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는 부드러워졌다. 33회 설문조사 당시만해도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하향 추세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과 하향 조정을 크게 확대해야한다는 응답이 상당 수 차지하는 등 불안감이 컸다. 하지만 지난 회에서부터 2년 연속 현재 수준의 등급조정 속도가 적당하는 의견이 압도적인 표를 받는 모습이다. 그만큼 레고랜드 사태 이후 시장 불안이 사라지고 안정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SRE 자문위원은 “등급 상향이 작년보다 높아진 상황에서 적당하다는 응답이 많았다”면서 “다만 불안감이 아직 남아 있다보니 하향 추세를 확대해야한다는 답변도 일부 존재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35회 SRE(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 책자에 게재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