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1400원 공포, 그래도 과거와 다른 이유"

하이투자증권 보고서
美신용스프레드·경기사이클 안정
달러 외 통화 함께 약세…"셀코리아 나타나지 않아"
신용위기 및 유가 추가상승 우려는 주의해야
  • 등록 2024-04-17 오전 7:48:25

    수정 2024-04-17 오전 7:48:25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환율이 고공행진하며 원·달러가 전날 장중 한 때 1400원을 터치한 가운데, 이번 환율 1400원 돌파는 과거와는 다르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신용리스크 증폭과 추가 유가 급등은 경계해야 한다는 평가다.

17일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1400원을 터치하며 공포심이 확대할 수 있지만, 현 시점의 환율은 이전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부의 구두개입으로 전날 원·달러 환율은 1394.50원으로 마감했다. 그런데 장 중 원·달러환율은 17개월만에 1400원을 터치했다. 원·달러가 1400원을 기록한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미 연준 금리인상과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신청 사태(소위 랜드 사태) 그리고 이번을 포함해 4차례에 불과하다.
박 연구원은 “앞서 3차례의 사례를 보듯 사실상 국내신용위기거나 글로벌 위기 국면이었던 만큼, 1400원이 주는 공포심이 클 수 밖에 없다. 더욱이 국내의 경우 ‘IMF 위기=환율급등’이라는 트라우마가 있어 주가 급락보다도 환율 급등에 대해 금융시장이나 정부 당국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곤 한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현 시점에서는 이전 1400원 환율과는 다소의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먼저 가장 큰 차이점으로 신용리스크 혹은 자금경색 리스크 차이를 들었다. 박 연구원은 “이전 1400원 환율은 신용위기가 동반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던 IMF와 글로벌 금융위기는 물론 2022년 당시에도 미 연준의 공격적 금리인상에 따른 신용위기와 함께 국내적으로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신청발 신용리스크가 현실화됐다”며 “그러나 현재는 우려는 있지만 신용위기가 크게 현실화되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 신용스프레드는 하향 안정 추세로 이전 1400원대의 원·달러환율 국면에서 미국 신용스프레드가 급격히 상승하던 것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두 번째는 경기사이클이다. 미국 경기는 예상보다도 더욱 견조한 추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비(非) 미국 경기 역시 저점에서 탈피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박 연구원은 “국내 경기 역시 내수불안 등의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경기가 회복세에 진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 1400원 환율 당시 경기 사이클 위치와는 다른 위치에 있으며 더욱이 경상수지를 보더라도 과거 1400원 환율 당시 국내 경상수지 적자 내지 흑자 폭이 상당부문 축소된 국면이었지만 현재는 경상수지가 다행히 개선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또 최근 통화의 약세가 원화만의 약세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엔·달러 환율도 155엔 수준에 근접하고 있고 위안·달러 환율도 상승하는 등 사실상 비달러 통화가치가 동반 하락하고 있다”면서 “최근 원·달러 환율의 급등 현상을 과도한 위험으로 해석하는 것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그는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순매도를 보이고 있지만 외국인 셀 코리아 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음도 외국인 역시 원화의 약세가 한국만의 고유현상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이라고 평가했다.

또 추세적으로 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원·달러환율 수준이 팬데믹 이전에 비해 높아졌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미국 경제가 팬데믹을 기점으로 글로벌 패권을 장악하면서 경제 호조와 더불어 달러화 가치도 상승했다”면서 “이는 원화를 포함한 비달러 통화 가치 수준을 전반적으로 하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결국 1400원의 원·달러 환율은 금융시장입장에서 새로운 위기가 발생할 수 있는 시그널일 수 있지만 이전과 같이 위기로 이어지는 바로미터는 아니라는 게 박 연구원의 분석이다.

다만 그는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예상치 못한 신용위기가 돌발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면서 “국내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부동산 리스크 등 신용관련 위험이 잠재해 있음을 고려할 때 이후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 여부는 신용 리스크에 달려 있다”고 우려했다. 그리고 단기적 신용위험을 자극할 변수는 중동발 유가 급등으로 꼽았다.

아울러 그는 “또다른 차원에서 원화 약세를 경계해야 할 부문은 국내 경제의 취약성”이라며 “일본 엔 및 중국 위안화 약세에는 일정부분 경기 부양차원의 인위적 통화가치 약세 정책이 작용하고 있는 반면 원화의 경우 글로벌 공급망 확대에서 다소 소외되는 현상과 대내적으로 각종 구조적 리스크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음은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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