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8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미국 플로리다 마러라고 트럼프 자택에서 만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경쟁자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정부 수반이 외국을 방문하면서 그 나라 정상을 만나지 않고 야당 대선후보와 만나는 건 이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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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두 사람이 얼마나 끈끈한 관계인지를 보여주는 예다. 오르반은 이번 주 “헝가리가 트럼프의 복귀에 베팅하는 건 도박이 아니라 유일하게 합리적인 가능성에 베팅하는 것”이라며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트럼프도 오르반에 대한 호감을 표시하며 반(反)이민·반동성애 정책, 언론 탄압, 선거조작 등으로 악명 높은 그를 감쌌다. 트럼프는 오르반을 “유럽의 위대한 지도자”라고 부르면서 “어떤 사람들은 그가 너무 강하기 때문에 좋아하지 않는다. 독재자가 나라를 다스린다는 건 좋은 일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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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가 나라 다스리는 건 좋은 일”
트럼프와 가까이 지낸 독재자·권위주의 통치자는 오르반만이 아니다. 트럼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전 러시아 대통령과도 밀월을 이어갔다. 그는 2020년 “나는 푸틴을 좋아한다. 우리는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7년엔 푸틴을 ‘살인자’라고 부르는 방송 진행자에게 “우리나라는 그렇게 깨끗한 줄 아느냐”며 푸틴을 두둔했다. 이 때문에 2016년 미 대선 당시 러시아가 트럼프 당선을 음으로 양으로 도왔고 트럼프도 푸틴의 독재를 방치했다는 의혹이 지금까지 제기됐다.
트럼프의 외교참모였던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의 ‘독재자 사랑’에 대해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대신) 하는 거물들을 좋아했다”고 워싱턴포스트에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의 조카이자 심리학자인 메리 트럼프는 이달 CNN에 출연해 트럼프가 권위주의적이고 폭력적인 아버지 프레드 트럼프의 훈육 때문에 강자와 친해지고 싶어하는 심리를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주러 미국 대사를 지낸 마이클 맥폴은 “(트럼프와) 그들 사이엔 일종의 이념적 동질성이 있었고 포퓰리즘 민족주의자들의 초국가적 움직임이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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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동맹도 돈 안내면 러시아 맘대로 하게 할 것’
전 세계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대로 11월 미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해, 백악관에 복귀하면 ‘트럼프의 친구’들이 기승을 부리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그러잖아도 트럼프는 미국 외교를 고립주의로 되돌리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는 지난달 유세에서 방위비를 내지 않아도 러시아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할 것이냐는 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정상의 물음에 “당신이 체납자라면 보호하지 않겠다. 나는 그들(러시아)이 원하는 대로 하라고 독려할 것”이라고 답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이는 미국 동맹국 사이에서 진짜 미국의 동맹은 어디인지에 대한 우려를 불러 일으켰다.
트럼프가 미국을 권위주의적인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스티브 베넨 MSNBC 프로듀서는 트럼프가 오르반의 권위주의적인 통치를 수용했다는 사실이 공화당의 과격화와 당내 민주주의 약화 배경을 설명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자신이 집권하면 석유 시추를 허용하고 국경을 폐쇄하기 위해 ‘독재자’가 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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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달래려 ‘한미 연합훈련 일방 중단’ 가능성도
트럼프가 백악관에 복귀한다면 북미 관계는 어떻게 될까. 트럼프는 2019년 유세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서신을 받은 사실을 공개하며 “우린 사랑에 빠졌다”고 표현했다. “좋은 성격을 가지고 있고 유쾌하며 아주 똑똑하다”고도 김정은을 치켜 세웠다. 그는 이번 주에도 “북한은 만만찮은 핵보유국이지만 (내가 재임했을 땐) 우린 북한과 잘 지냈다. 김정은과 우린 사이가 좋았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했다.
미국 대서양협의회의 제시카 테일러는 트럼프가 다시 집권한다면 구체적인 것 없이 허풍과 쇼맨십에 치중하는 대북정책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미국의 소리’ 방송에 말했다. 테일러는 북한을 달래기 위해 트럼프가 한미 연합훈련을 일방적으로 취소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