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가전 ‘쌍두마차’ 삼성·LG..제품 혁신의 답은 ‘고객’[CES2023]

삼성·LG. 6일(현지시간) CES 기자간담회 열어
작년 4분기 어닝쇼크..불황 돌파 전략 밝혀
"고객집중 토대로 기술혁신·체질 개선할 것"
  • 등록 2023-01-08 오전 11:00:00

    수정 2023-01-08 오후 7:40:25

[라스베이거스(미국)=이데일리 최영지 박민 기자] “삼성이 그간 위기를 극복한 데에는 항상 본질에 집중한다는 평범한 진리가 있었습니다. 사업 근간인 고객에 집중해 기술혁신으로 고객 가치를 창출하고자 합니다.”(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제품을 파는 것보다 (제품) 경험을 전달하는 것이 고객 관점에서 훨씬 옳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불황의 장기화에도 지속적으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사업 체질을 개선해 경쟁력 있는 사업 구조를 만들어 가겠습니다.”(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이날 양사가 진행한 간담회는 올 한해 각사의 가전·IT제품 트렌드를 제시하는 자리라기보다는 지난해 실적부진에 대한 분석과 앞으로 돌파구를 묻는 질문이 집중돼 실적발표 콘퍼런스를 방불케 했다.

양사 최고경영자(CEO)가 구매 수요 둔화에 따른 실적악화를 극복하기 위해 제품보다 경험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은 일맥상통한다. 이제는 고객이 제품이 아닌 경험을 구매하기에 본질적인 가치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종희 “실적 부진 예상했다…사업 본질인 고객에 집중할 것”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시저스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종희 부회장이 가장 먼저 받은 질문은 실적부진에 대한 분석 및 전망이었다. 한 부회장은 “IT시장 수요 감소 및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경영환경이 악화하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경기가 상당히 위축되고 불황이 지속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이 빗나가지 않았던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전날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잠정실적 공개를 통해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9% 감소한 4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했다. 4조원대 영업익은 2014년 3분기(4조7000억원) 이후 33분기 만이다. 매출은 70조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6% 줄었다.

이어 올해 경기상황에 대해 한 부회장은 “일단 올해 1분기가 지나봐야 할 것 같지만 지난해 1분기보다 기대가 되지는 않는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경기침체 장기화뿐 아니라 국제정세 불안 및 공급망 리스크, 기후변화까지 복합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고객에 집중하겠다고도 강조했다. 삼성의 사업 근간은 고객이기에 기술혁신으로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본질에 충실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올해 CES 전시 제품을 토대로 고객 가치를 창출하겠다고도 강조했다. 이번 CES에서 삼성의 주제이기도 한 ‘초연결’이 결국 고객 가치 창출이라는 본질에 부합해 근본적인 위기돌파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부회장은 “스마스싱스 경험을 통해 더 많은 서비스를 연결해 고객에 한차원 높은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했다.

이번 전시에 신제품이 많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가장 많이 고민한 것은 퍼블릭 부스 전시를 어떻게 할지였고, 제품 설명을 하진 않았다”며 “앞으로 기기 간 연결로 누릴 수 있는 행복, 가치를 알리기 위한 전시에 주력했다”고 답했다. 또 “고객이 삼성 제품만 쓰는 것이 중요한 건 아니다”며 “HCA(Home Connectivity Alliance)와 매터(Matter)를 모두 지원할 것이고, 연결해서 사용하기 편리함을 추구하는 게 궁극적인 사업 목적”이라고 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사진=LG전자)
조주완 “경영 불확실성, 이제 상수…기회는 고객에 있다”

조주완 LG전자(066570) 사장도 같은 날 오전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실적부진에 대한 대책으로 고객 경험을 토대로 사업 체질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0분의 1수준으로 급감한 655억원을 기록하며 어닝쇼크를 냈지만, 실적 감소 요인을 원자재값과 물류비 등의 외부 요소에만 따지지 않고 내부적으로도 성장과 변화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고객은 제품이 아닌 경험을 구매한다는 관점에서 하드웨어(HW) 중심이던 사업 영역을 플랫폼, 콘텐츠·서비스, 솔루션 등 비하드웨어(Non-HW)로 확대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확보하고 있는 자원을 연결해 HW와 함께 제공할 수 있는 맞춤형 서비스·솔루션을 발굴하며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하는 차원이다.

우선 전 세계 1억8000만대 이상의 LG 스마트 TV를 구동하는 독자 운영체제 웹(web)OS를 기반으로 콘텐츠·서비스 사업을 더욱 고도화한다. 맞춤형 고객경험을 제공하는 LG피트니스(홈트레이닝), LG 아트랩(NFT 아트 플랫폼) 등의 콘텐츠·서비스는 이번 CES 2023에서 혁신상을 수상하는 등 차별성을 인정받고 있다.

조 사장은 “(LG전자 webOS를 쓰는) 1억 8000만대 이상의 TV에는 인공지능 ACR 기능이 있어 TV를 시청하는 사람이 뭘 보는지 알아 타깃 광고도 가능하다”며 “즉 TV가 일종의 (타깃 광고를 할 수 있는) 광고판이 된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이러한 장점으로 광고 기반 무료방송 서비스 LG 채널 등을 필두로 하는 웹(web)OS 콘텐츠 사업의 지난해 매출은 2018년 대비 10배 가까이 성장했다.

이밖에 스마트홈 플랫폼 LG 씽큐(ThinQ) 또한 기기 간 단순 연동에 그치지 않고 고객 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통해 고객 맞춤형 제품을 개발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고객경험 여정 전반을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LG전자는 전장 부품, 전기차 충전 솔루션 등 전기차 관련 사업도 지속 확대하고, 디지털 헬스케어와 메타버스 등 미래 핵심기술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지난 10년 간의 적자에도 흔들림 없이 도전한 차량용 부품 솔루션 사업은 최근 투자 성과가 가시화와 함께 본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사업 확대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조 사장은 “글로벌 경기침체와 공급망 불안이 장기화하며 경영환경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더 이상 변수(變數)가 아닌 상수(常數)가 됐다”며 “다만 위기 상황에서도 기회는 늘 있어 왔으며, 기회는 결국 고객으로부터 나온다는 신념을 가지고 위기를 돌파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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