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중소슈퍼, 경쟁 관계 아냐…영업규제 실효 낮다”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대형마트와 중소 슈퍼마켓의 소비자 이용 패턴이 달라 경쟁 정도가 낮다는 분석이 나왔다. 따라서 현행 영업규제의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21일 정회상 강원대 교수에게 의뢰한 ‘대형마트와 중소슈퍼마켓 간 경쟁 관계: 서울시의 경우’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지난 8월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의무휴업일 안내문 모습. (사진=연합뉴스)

보고서는 지난해 1~12월 서울시 소재 유통업체에서 판매하고 있는 32개 제품의 가격 자료 등에 대해 한 유통업체에서 가격이 오르거나 내렸을 때 특정 유통업체에서 어떤 가격 대응이 있는지를 확인했다.

분석 결과 32개 제품 중 24개 제품이 대형마트끼리, 중소슈퍼마켓끼리 각각 가격 경쟁을 하고 있었다. 24개 제품이 같은 규모의 유통업체 간 대체재 관계에 있음을 의미한다.

26개 제품에 대해서는 대형마트와 중소슈퍼마켓이 경쟁 관계에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중소슈퍼마켓 근처의 대형마트에서 A 라면 가격이 오르거나 내려도 해당 중소슈퍼마켓은 이에 대응하지 않아 서로 독립재 관계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소비자들이 생필품 구매 시기나 목적 또는 수량 등에 따라 대형마트와 중소슈퍼마켓을 서로 다른 유통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로 보기 때문”이라며 판매 대상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어 “2021년 도입된 대형유통업체 영업 규제는 대형과 중소 유통업체가 서로 경쟁 관계에 있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다”며 “경쟁 정도가 낮다면 중소유통업체 보호를 위한 대형유통업체 영업규제의 실효성은 매우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영업 규제가 자칫 대형유통업체의 영업 자유와 소비자들의 선택권만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며 “영업을 규제하는 간접적인 방식이 아니라, 전통시장과 중소유통업체를 직접 지원하는 방식으로 정책 방향이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