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혈 적고 회복 빠른 로봇인공관절 수술...고령환자 수술 부담 줄여

출혈 줄인 인공관절 수술, 환자의 빠른 회복 도와
로봇수술, 뼈 절삭과 조직손상 최소화해 출혈 줄일 수 있어
  • 등록 2020-10-08 오전 6:30:09

    수정 2020-10-08 오전 6:30:09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이모 씨(여·78)는 몇 년 전부터 밤에 잠을 못 이룰 정도로 무릎이 아파 올해 초 병원을 찾았다. 무릎 연골 손상이 심해 인공관절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수술에 대한 두려움으로 선뜻 결정을 못 하고 지내던 차에 통증이 점점 더 심해져 갔다. 앉았다 일어날 때 무릎에서 뚝 소리가 나고, 걸을 때는 찢어지는 듯한 통증도 있어 지팡이 없이는 한 걸음도 걸을 수 없는 상태였다. 다시 병원을 찾은 이 씨는 수술 중 출혈이 적어 회복이 빨라 고령 환자에게도 비교적 안전한 로봇 인공관절 수술을 받고 일상을 되찾았다.

무릎 퇴행성 관절염은 노년의 삶을 괴롭히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말기 관절염은 통증 없이 걷는 것은 물론 가만히 있어도 통증을 느끼게 된다. 이때는 인공관절 수술이 큰 도움이 된다. 인공관절 수술은 손상된 연골과 관절을 제거 후 인공관절을 삽입해 관절의 기능을 회복시켜주는 수술이다. 수술 시간은 1시간 이내로 짧은 편이고, 수술 후 예후도 좋은 편이지만 고령의 나이에는 수술 중 출혈 및 합병증 등에 대한 걱정으로 수술을 망설이게 된다. 의료기술과 장비가 발전하며 인공관절 수술의 성공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확도를 높여 출혈을 최소화함으로써 수술 후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최근 로봇시스템이 인공관절 수술에 본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수술 후 빠른 회복…재활치료에도 도움

인공관절 수술 시 수혈이 불가피한 이유는 무릎을 절개하고 뼈를 깎아내는 수술인 만큼 환자에 따라 출혈이 많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혈액은 온 몸을 돌아다니면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고, 노폐물을 운반하며 세균 감염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출혈로 인해 몸 속 헤모글로빈 수치가 낮아지면 수혈이 필요할 수 있는데 수혈은 크고 작은 면역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인공관절 수술을 가장 많이 받는 연령대가 70대 이상인 고령층인 만큼, 수혈로 인한 감염이나 혈전증 등 합병증의 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 따라서 수술 시에 출혈량을 줄이고 수혈을 최소화하는 것이 환자 회복에 도움이 된다.

서동현 부평힘찬병원 병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인공관절 수술의 합병증은 1% 내외일 정도로 매우 낮은 편이지만 인공관절 수술 환자들의 대부분이 고령층인 만큼 수술의 안정성을 더욱 높이고, 환자의 부담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존 인공관절 수술을 할 때는 환자 100명 중 60명에게 수혈을 진행했다면 로봇시스템 활용 시에는 수혈을 하는 환자 비율이 여기서 20% 정도 더 줄일 수 있었다. 출혈을 줄이고 수혈을 최소화하면 합병증의 위험도 대폭 낮출 수 있고 환자의 회복속도도 빠르기 때문에 재활치료에도 도움이 돼 정상적인 관절기능을 회복할 수 있고 일상생활에도 더 빨리 복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리 정렬축·각도 정확히 맞춰 뼈 절삭,조직손상 최소화

인공관절 수술은 다리의 정렬 축과 각도를 정확하게 맞춰 뼈를 절삭하고 인공관절을 삽입하게 된다. 마코 로봇 수술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허벅지 뼈와 종아리 뼈를 정밀하게 계산하여 절삭 범위를 최소화하고, 더불어 주변 연부조직 손상을 최소화해 출혈 감소에 도움이 된다.

로봇시스템은 수술에 필요한 여러 데이터를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해 정밀하게 계측해 최소한의 뼈 절삭범위를 계산할 수 있다. 인공관절 삽입을 위해 꼭 필요한 부분만 절삭하게 되는 것이다. 뼈를 많이 깎아내지 않으면 그만큼 출혈을 줄일 수 있다. 이를 도와주는 기술이 바로 햅틱 장치다. 인공관절 수술 시 수술 부위 주변에 햅틱존을 형성해 절삭 기구가 계획된 범위를 이탈하는 것을 차단하게 된다. 의사가 로봇 팔을 잡고 절삭을 진행할 때 로봇 팔이 햅틱 존을 약간이라도 벗어나면 그 즉시 로봇의 절삭 기능이 멈추기 때문에 계획한 대로 정확한 절삭을 진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변 근육, 인대, 힘줄 등의 연부조직이 미세하게 손상되는 것까지 방지할 수 있다.

인공관절 수술의 성공을 판가름하는 다리 축 정렬 역시 로봇을 활용한다. 로봇프로그램을 활용하면 기존에 다리 축을 맞추기 위해 허벅지 뼈 골수강 내에 긴 구멍을 뚫어 장비로 고정하는 과정이 생략되기 때문에 이 또한 출혈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2018년 인공관절 수술 환자의 회복 시간에 관해 연구해 영국 정형외과 학회지에 발표한 논문 ‘로봇수술은 기존 수술에 비해 조기 기능 회복 및 퇴원기간 단축과 관련이 있음’에 따르면 기존 인공관절 수술과 로봇 수술 환자의 수술 전후 헤모글로빈 수치를 비교한 결과 로봇 수술 환자는 평균 18.7g/L(헤모글로빈 수치) 감소한 반면 기존 인공관절 수술 환자는 평균 26.1g/L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봇 수술 환자의 헤모글로빈 수치 감소 폭이 더 적은 것을 통해 로봇시스템을 활용하면 기존 인공관절 수술보다 출혈이 더 적은 것을 알 수 있다.

김태호 부평힘찬병원 원장은 “햅틱기술이 적용된 로봇 팔로 뼈 절삭을 진행하면 관절 주변의 정상조직을 최대한 보존해 출혈을 줄일 수 있다. 수술 중 정상조직이 손상되면 수술 후 원인 모를 통증에 시달릴 수 있으며 회복도 더딜 수 있다. 로봇시스템을 이용해 이를 최소화함으로써 고령 환자의 수술 부담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호 부평힘찬병원 정형외과 전문의가 고령의 퇴행성관절염 환자의 무릎을 로봇을 이용한 로봇인공관절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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