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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생존해나가는 것이 우리의 주된 목표가 됐다” 지난 23일 궈 핑 화웨이 순환 회장이 연례행사인 ‘화웨이 커넥트 2020’ 기조연설에서 이같은 언급을 하면서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해마다 큰 폭의 성장세를 이어가며 세계 통신장비시장 1위, 스마트폰시장 2위로 자리 잡은 화웨이가 ‘성장’이 아닌 ‘생존’을 논하게 된 상황입니다.
화웨이 최고 경영진이 미국 제재에 따른 압박감을 공식적으로 토로하게 된 것은 통신장비 뿐 아니라 스마트폰 사업에서도 피해가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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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제재 완화 기대했지만 더 강화…반도체 공급까지 막아
미국에 대한 화웨이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였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5월 국가안보를 이유로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미국 기업들이 화웨이와 거래를 하려면 사전 승인을 받도록 했습니다.
미국은 물론 미국의 우방국들에도 화웨이 통신장비를 쓰지 않도록 압박을 가했고, 5세대(G) 이동통신으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화웨이에 적잖은 타격을 줬습니다.
스마트폰의 경우도 더이상 화웨이 폰에 유튜브, 지메일, 구글지도 등 구글모바일서비스(GMS)를 탑재하지 못하게 됐지만, 화웨이 앱 갤러리를 만들고 자체 운영체제(OS)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독자 생태계’ 구축을 선언했지요.
그러나 지난달 미국이 사실상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공급을 막는 추가 제재안을 발표하면서 화웨이는 막다른 골목에 몰리게 됩니다. 미 상무부는 전 세계 기업을 대상으로 미국의 소프트웨어나 장비·기술을 조금이라도 활용한 반도체를 화웨이에 공급할 경우 미 당국의 사전 허가를 받도록 하는 규제안을 지난 15일부터 시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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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부터 스마트폰 생산량 감축하며 버티기 들어갈 듯
화웨이는 미국의 조치에 앞서 최근엔 전세기까지 띄워가며 반도체를 공수해 재고를 비축했으나,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IT 시장에서 이같은 비축 물량으로 버티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업계에서는 화웨이가 5G 기지국을 구축하는 데는 수년 동안 문제가 없겠지만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고성능 반도체는 길어야 1년 정도 버틸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도 하드웨어도 미국의 제재에 막힌 상황에서 답이 나오지 않는 해외 시장은 깔끔히 포기하고, 당분간 중국 내수 시장에만 집중하며 제재의 폭풍이 지나가길 기다리겠다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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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 장기화될수록 삼성·애플이 수혜
이대로라면 화웨이 스마트폰을 사고 싶어도 못 사는 상황이 될 수밖에 없는데요. 그렇다면 화웨이 폰이 빠진 빈자리는 누가 채우게 될까요.
우리나라에선 화웨이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이 적어 실감이 나지 않지만 화웨이는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2위 스마트폰 업체입니다. ‘홈그라운드’인 중국을 비롯해 아시아, 유럽 등이 모두 화웨이의 주력 시장이었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의 판매 실적을 보면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따른 반사이익을 가장 크게 본 곳은 샤오미입니다. 화웨이와 같은 중국 제조사인데다, 가격 경쟁력이 높고, 애플의 아이폰과 닮은 디자인 등이 강점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삼성전자와 애플이 더 큰 수혜를 볼 것이라는 관측이 중론입니다. 우선 중저가 모델을 중심으로 승부를 거는 샤오미·오포·비보 등은 화웨이 프리미엄 폰의 빈자리를 채울 수 없다는 겁니다. 또 삼성과 애플이 최근 중저가 모델을 공격적으로 출시하면서 중국 외 시장에서는 브랜드 파워와 기술력에서 중국 제조사들이 삼성과 애플에 밀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