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냅타임] 20대 경제독립? 용돈이 취업까지 좌우

  • 등록 2018-06-28 오전 8:00:40

    수정 2018-07-03 오후 9:08:17

청년층 고용률 42.2% 시대. 20대 절반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취업난’ 속에서 취업준비생들이 힘든 것은 '좁은 취업의 문'뿐만이 아니다. "꿈보다는 편안함만을 찾아 고시에만 매달린다”, “중소기업에서는 일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 취준생을 바라보는 사회적 통념이 때로는 취업 경쟁률보다 매섭다. 그러나 취준생들도 할 말이 있다. 취준생들의 애환과 고민에 대한 이해 없이 사회적 통념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억울하다. 우리 주변에는 취업이라는 벽을 뛰어넘기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평범한 20대가 있다. 취업시장에 뛰어들어 치열한 하루를 살고 있는 20대의 일상과 고민을 통해 취준생들의 '현재'를 함께해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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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20대가 용돈이 왜 필요해? 그 나이면 경제적으로 독립해야지!
기성세대가 참 많이 하는 말 중에 하나다. 곁들여 "예전에는 하숙하면서 과외를 몇 개 하면~"으로 시작하는 옛날 얘기도 잊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의 20대는 용돈 또는 부모님의 지원 없이는 사회에서 홀로 서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다. 임금은 제자리 수준인데, 학비와 월세 등은 기성세대가 20대일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올랐기 때문이다.

20대의 가장 큰 고민은 취업 다음으로 돈이라고 한다. 용돈, 부모님의 지원 유무에 따라 직업과 미래까지 바뀌는 세상.

이 때문에 대학교 게시판에는 용돈을 묻는 글이 자주 올라온다. 한 대학교 익명 게시판에 한 달 용돈을 묻는 글이 올라오자 '30만원이라 알바는 필수다', '0원이다'라는 댓글부터 '150만원 받는데 부족하다', '친구는 170만원 받는데 부럽더라', '200만원 받는다'는 댓글까지 다양한 답변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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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게시판에서 학생들이 용돈이 얼마인지 묻고 답한다. 0원부터 200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사진=대학 커뮤니티 및 시간표 앱 )


배고픈 청년들 "월세, 통신비 안 밀렸으면"

대학생 박초롱(23·가명)씨가 한 달 동안 커피전문점에서 일해서 버는 돈은 40만원이다. 서울에서 자취하는 박씨는 월세부터 식비까지 한 달 생활비를 40만원으로 모두 해결해야 한다.

주말 알바만으로는 생활비를 감당하기 벅찼던 박씨는 최근 알바를 하나 더 시작했다. 한 달에 많으면 20만원을 더 벌게 됐지만, 풍족한 건 아니다. 알바비를 받자마자 밀렸던 공과금과 통신비가 빠져나간다.

생활이 이렇다보니 취업 준비는 먼 얘기다. 취업에 필요한 학원은 꿈도 못 꾼다. 최근에는 돈 때문에 학원 수강생 모집기간을 놓쳤다.

같이 다니기로 했던 친구는 부모님이 바로 돈을 내주셨다. 그는 "공부에도 시기가 있는데 돈이 없어 타이밍을 놓치는 건 아닐까" 걱정했다.

지방 출신 대학생인 김지원(21·가명)씨는 월세 내는 날만 되면 하숙집에서 눈칫밥을 먹는다. 알바로 생활비를 벌고 월세는 부모님이 내주시기로 했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워 항상 밀리기 때문이다.

대학 입학 후 가세가 기우는 바람에 김씨는 주 4일 편의점에서 일한다.

취준생 이다영(24·여)씨는 하루에도 몇 번이나 구직 앱에 들어가 단기 아르바이트를 찾는다. 취업이 급한 상황에 고정 알바는 부담스러운데 당장 돈은 필요해서다.

이씨는 "자소서를 쓰고 공부해야 할 시간에 1시간 넘게 알바앱과 구인공고를 들여다본다"고 털어놨다. 돈이 급해 빨리 취업하고 싶은 동시에 돈이 부족해 취업준비가 뒷전이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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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네이버웹툰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


넉넉한 20대는 '청춘'

잠실에 사는 전혜진(24·가명)씨는 넉넉한 집안 덕에 원하는 공부를 막힘없이 해왔다. 대학생 때는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왔고 몇 달 뒤 미국 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이다.

알바를 한 번도 안 해본 그는 대학생활도 알차게 즐겼다. 밴드동아리·영상학회·봉사동아리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해 동아리장도 맡았다. 시험기간엔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어 만점에 가까운 학점으로 졸업했다.

용돈은 따로 없고 원하는 만큼 카드로 쓰면 된다. 덕분에 공모전이나 학교 과제를 준비할 때 필요한 장비를 부모님 눈치 보지 않고 그때그때 살 수 있었다.

인턴 등 다양한 경험에도 크게 관심이 없다. 취업 준비하다 막히는 부분은 유학이나 학원으로 해결하면 되기 때문이다. 인문계열 학과를 나왔지만 게임회사 취업도 관심 있어 지금은 프로그래밍 학원에 다니며 공부 중이다.

본가는 강남, 지금은 뉴욕에 사는 이재현(24·남)씨는 뉴욕의 명문 패션학교에 다닌다. 사진과에 진학해 매년 고가의 전문가용 카메라로 뉴욕 패션위크를 누빈다.

한국에서든 미국에서든 원하는 곳에 취업할 수 있을거란 자신감이 있지만 빨리 취업해야 한다는 생각은 없다. 뉴욕에서 '청춘'을 좀더 즐기고 싶은 마음이 크다. 물가가 높기로 유명한 뉴욕 맨해튼에 살면서 한 번도 돈 걱정은 해본 적 없다. 부모님이 이씨가 하고 싶은 것 외에는 신경쓰지 않게끔 충분히 지원해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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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이미지투데이)


용돈이 대학도 직장도 결정한다

박씨는 "용돈이 대학생활을 넘어 취업까지 결정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용돈을 많이 받을수록 학업과 인간관계, 대내외활동에 투자할 시간적 여유가 생기니 자연스레 취업 준비가 수월한 것. 반대로 부모의 지원이 없는 20대는 돈에 얽매이다 보면 정작 해야할 취업준비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박씨는 "알바로 생활비를 벌 수밖에 없는 사람과 용돈을 100만원, 200만원씩 받는 사람의 취업 준비는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돈 걱정을 하며 공부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경우가 취업 결과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차라리 가난이 내 능력 부족 때문이라면 덜 억울했을거야."

20대의 경제력은 대개 부모의 경제력에 큰 영향을 받는다. 지금의 가난이 '내탓'이 아닌데도 남과 비교하며 작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회 생활을 시작도 하기 전에 출발점이 다르다는 현실을 체감하는 기분이다.

학식과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알바 투잡을 뛰는 20대는 많다. 하지만 이들의 현실이 더욱 씁쓸한 이유는 그들 주변에 '배부른 20대'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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