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면서 회추위는 16명으로 후보군을 압축하면서 전의(戰意)를 불태웠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인터뷰 일정을 연기하라고 압박했다.(당국은 ‘요청했다’고 표현한다) 이틀 후 회추위는 일정대로 하겠다고 반격의 칼을 들었다. 당국은 “금융인은 간섭 안된다는 우월의식 버려라”(최 위원장)고 대포를 날렸다. 이날 하루종일 논란이 거세지자 청와대가 “하나금융인선에 관여 안한다”는 메시지를 보냈고, 금융당국도 총신을 내렸다.
하나금융은 지난 16일 회추위를 열어 김 회장과 김한조 전 외환은행장 등 최종후보 3명을 선정했다. 22일 차기회장을 선출하는데 김 회장이 9부 능선을 넘었다는 평이다.
금융계는 누가 차기회장이 되던 이번 사태는 관치(官治)와 노치(勞治)의 합작품이라고 평가한다. 금융당국은 하나금융 노조가 아이카이스트 특혜대출의혹을 제기해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어서 일정 연기를 요청했었다고 설명한다. 잘못은 바로 잡으면 되는데, 그런 논리를 대는 건 구차하다. 당국은 진작 3연임에 대해 부정적인 신호를 보내왔기 때문이다. 금융권 노조의 주장대로 김 회장을 전 정권에서 혜택 받은 수혜자로 몰아 적폐청산 차원에서 압박했다고 고백하는 게 차라리 낫다. 금융당국의 진정성은 김 회장의 3연임 이후에 드러날 것이다. 보복성 제재나 경영간섭을 받지 않게 된다면 금융당국의 진정성을 믿게 될 것이다. “관군과 싸우지 말라”는 격언이 있는데 김 회장이 당국에 밉보여 낙마한 라응찬 전 신한금융회장, 강정원 전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의 길을 걷을지, 제3의 길을 걸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우리도 3연임,4연임하는 금융사 CEO가 많이 나와야 한다. 그들의 고액 연봉을 배 아파할 게 아니다. 알파고의 ‘딥러닝’ 능력처럼 능력을 입증한 CEO의 성공법칙이 빛을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한다.
자본주의 종주국 미국에선 장수 CEO란 말을 쓰는 게 되레 생소할 것 같다. 잘하면 그대로 쭉 가니깐.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은 2005년, 골드만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페인은 2006년부터 각각 CEO를 맡고 있다.
다이먼 JP모건 CEO는 얼마 전 “민주당에 2020년 대선 이끌 후보없다”고 제1야당인 민주당에 쓴소리를 날렸다. 우리나라에도 정치권에 이런 쓴소리를 할 수 있는 금융사 CEO가 나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