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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지난주말 발표된 미국의 6월 고용지표 호조가 간밤(현지시간 11일) 유럽증시 급등을 이끌었고 이는 또다시 뉴욕증시 상승으로 이어졌다. 글로벌 증시가 끌거니 밀거니 하면서 동반 상승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전세계지수(ACWI) 기준으로도 이미 지난달초 수준까지 반등하면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공포감을 말끔히 지워버린 듯한 모습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씨티그룹이 산출하는 글로벌 경기서프라이즈지수(CESI)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지수를 이끌어주고 있다는 점이다. CESI는 각종 경제지표에 대한 시장 전망치와 실제치 차이를 수량화한 지수로, 경기선행지표 성격을 갖는다. 이 지수가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뛰었다는 건 그 만큼 우려에 비해 경제지표가 괜찮게 나오고 있다는 뜻이 된다.
무엇보다 브렉시트 충격을 가장 크게 받을 것이라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지표가 양호하게 나오고 있다는 점이 위로가 되고 있다. 6월 유로존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예상치를 훌쩍 넘겨 경기 확장세를 이어갔고 유로존 최대 경제국인 독일을 이끌고 있는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브렉시트 이후에도 강한 내수 덕에 독일 경제는 여전히 좋은 상태”라고 평가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브렉시트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되지 않은 지표라는 지적도 있지만 브렉시트 결정 이후 유럽중앙은행(ECB) 등이 강력한 부양카드를 꺼내들면서 경기 둔화를 막으려 하고 있다는 점은 우려 수준을 낮추는 대목이기도 하다. 미국에서도 이달말 발표될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속보치가 2%대를 기록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 타격의 전설인 테드 윌리엄스는 쳐내기 좋은 공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심이야말로 타격의 비결이라고 했다. 야구경기를 보면 잘 던지던 투수가 실수로 타자들이 치기 쉬운 한가운데 높은 공을 던지다가 홈런을 얻어맞곤 한다. 이런 공을 `팻 피치`(fat pitch)라고 한다. 이에 영감을 받은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1998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 “투자에서도 주식이 저평가돼 투자하기 좋은 팻 피치의 시기가 있는데 이 때까지 잘 기다리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지금은 그런 시기일 수 있다. 성급하고 무리한 추격 매수보다는 편안하게 주식을 살 수 있는 조정을 기다리거나 적어도 선별적으로 종목을 고르는 전략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