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으나마나' 오피스텔 계약자 안전장치…소비자 피해우려

오피스텔 분양보증 1년간 15곳, 3101실 전부
상반기 인터넷 청약 사업장 6곳, 1779실 그쳐
  • 등록 2015-07-10 오전 8:10:55

    수정 2015-07-10 오전 8:47:15

[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부동산 투자 상품을 알아보러 다니던 박선화(서울 동작구 흑석동·45)씨는 지난해 모델하우스의 위력을 실감했다. 경기도 성남에서 나온 오피스텔로, 그가 모델하우스를 방문한 날은 하필 청약 신청 첫 날이었다.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 우루루 청약을 신청하자 박씨도 덩달아 그 대열에 합류했다. 그는 “전반적 분위기가 지금 청약 안하면 손해일 것 같은 거예요. 상담하시는 분들도 ‘수익률이 최소 6%는 나온다’, ‘서두르지 않으면 물량이 없다’고 강조하는 바람에 덜컥 신청을 한거죠.”

하지만 최근 박씨는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인근 지역에서 비슷한 오피스텔이 계속 선보이면서 벌써부터 공급 과잉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중개업소에 문의해봐도 연말에 입주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져 임차인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걱정스런 말 뿐이다.

계약자의 피해를 막기 위해 도입한 오피스텔 분양제도가 유명무실하다. 지난해 8월 도입한 ‘오피스텔 분양보증’과 2012년 시작된 ‘인터넷 청약시스템’이 그것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분양시장에 나온 오피스텔은 48개 단지, 1만 7175실에 달한다. 하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분양 보증을 받은 오피스텔 사업장은 9곳, 총 2810실(보증 11건·보증액 2645억 2400만원)이 전부다. 제도 도입 이후 지난해 2개 사업장에서 291실(보증 4건·701억8500만원)이 분양 보증받은 것을 포함하면 1년간 11개 사업장에 3101실에 불과하다. 보증 건수로도 총 15건에 그치고 있다.

오피스텔 인터넷 청약도 무용지물이긴 마찬가지다. 올해 상반기 금융결제원 청약시스템을 통해 인터넷 청약 절차를 진행한 사업장은 6곳, 1779실이 전부다. 사전에 대기 수요자가 많아 분양에 자신 있는 사업장만 공개 방식인 인터넷 청약을 진행하고 있다. 나머지 사업장들은 모델하우스에서 직접 청약을 받고 있다.

오피스텔 인터넷 청약시스템은 청약률을 공개해 경쟁률 부풀리기 관행을 없애고, 청약 거품도 없애기 위해 도입됐다. 분양보증제도는 분양 이후 사고 발생시 계약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것으로,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이어 뒤늦게 시행됐다. 하지만 공동주택과 달리 오피스텔은 분양 보증과 인터넷 청약이 의무가 아니어서 업체들이 적용하기를 꺼리고 있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오피스텔 분양을 진행했던 한 관계자는“인터넷으로 청약을 진행하면 청약률을 공개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지만 홍보 효과도 크지 않다”며 “모델하우스에 사람들이 모여야 분위기가 뜨거워져 청약률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분양 보증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도 팽배하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올해 나오는 물량은 이미 협력사들과 분양 방식에 대한 논의가 끝난 상태인데, 보증을 추가로 받으려면 시간과 자금이 더 들어가기 때문에 사업자로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분양 보증에 가입하지 않을 경우 건설사가 사업 도중 부도가 나면 계약금이나 중도금을 돌려받을 방법이 없다. 피해는 고스란히 계약자에게 돌아가는 셈이다. 인터넷 공개 청약이 이뤄지지 않아 경쟁률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기도 쉽지 않고, 청약 열기에 거품이 끼는 곳도 많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후분양이면 몰라도 선분양 제도 아래선 안전 장치가 반드시 필요한데 오피스텔 같은 수익형 부동산은 그 부분이 잘 안되고 있다”며 “계약자 보호를 위해서는 주거용이라도 인터넷 청약과 분양 보증 의무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사업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의견도 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서울 명동 PB센터 팀장은 “계약자 보호 차원에서는 여러 가지 방법을 검토할 필요가 있지만, 사업이 위축돼 소액으로 투자할 만한 상품이 줄어드는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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