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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간) 스웨덴 한림원에서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강(54)을 호명하자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술렁였다.
한국(K)문학이 결코 넘을 수 없을 것 같았던 노벨문학상의 허들을 넘었다. K무비, K드라마, K팝을 필두로 한 대중문화는 세계 중심에 올라선 데 반해, 언어의 벽을 깨지 못한 K문학은 ‘아시아의 변방’에 머물렀다.
한강(54)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K문학을 세계의 중심으로 단번에 끌어 올렸다. 한국 작가 사상 처음이자, 아시아 여성 작가의 최초 수상이다. 전 세계 문화계는 K콘텐츠의 원형이던 K문학이 비로소 세계적인 인정과 주목을 받게 됐다고 평가했다.
한국 사회는 “우리도 이제 한강 보유국”, “원서로 수상작을 읽는 날이 왔다”며 대한민국의 첫 노벨문학상을 자축했다. 정치권은 잠시 정쟁을 멈추고 함께 환호했다. 외신도 연일 기사를 쏟아냈다. AP는 “한강의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은 점점 커지고 있는 한국 문화의 세계적 영향력을 반영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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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한강의 노벨상 수상에 대해 “깜짝쇼(surprise)였다”고 표현했다. 주류와 거리가 먼 여성·비영어권·비백인 작가의 성취인 만큼,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스웨덴 한림원의 공식 발표 전까지 영국 유명 베팅사이트 나이서오즈는 ‘중국의 카프카’라 불리는 찬쉐(71)와 호주의 제럴드 머네인(85)을 유력한 수상자로 지목했다. 예상 후보로 26명이 열거됐지만 한강의 이름은 없었다. 1970년생인 한강이 비교적 젊은 나이의 여성이라는 점도 예상 범위를 뛰어넘었다. 최연소 수상자는 ‘정글북’의 영국 작가 러디어드 키플링으로 41세 나이에 받았다. 그동안 총 121명이 문학상을 받았고, 그중 여성 작가는 17명뿐이었다.
평단은 “노벨문학상 그 자체가 전 인류를 향한 하나의 거대한 메시지”라는 점에 주목했다.
김성신 출판평론가는 13일 이데일리에 “매해 수상자 발표 후 수십억 세계인들은 ‘왜 그 작가’인지, ‘대체 어떤 작품을 썼는지’ 동시에 궁금해한다”며 “노벨문학상은 바로 이 지점에서 지금 당장 인류가 함께 생각하고 모색해야 하는 메시지를 심어 전달한다. 이런 맥락에서 올해 노벨문학상의 메시지는 ‘증오와 폭력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라고 짚었다.
김 평론가는 “한강의 문학은 폭력과 상처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거기엔 일관되게 ‘청산’이 아니라 ‘회복’이어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면서 “그래야만 우리 인류에게 희망이 있지 않겠느냐고 한강의 문학은 인류 전체에 묻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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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산문이 결합한 작법도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림원은 한강의 문체에 대해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 산문의 혁신이 됐다”고 평했다. 어두운 역사나 내면의 갈등을 정교하게 담아내 인간의 내면, 삶에 대한 의문을 곱씹고 질문하게 만든다는 점도 흥미롭다.
광주에서 태어난 한강은 고향의 민주화운동뿐 아니라 제주 4·3사건, 서울 용산 참사 등 기득 권력의 역사를 꾸준히 기억하고 복원하는 글쓰기를 해왔다. ‘소년이 온다’는 박근혜 정부에서 ‘사상적 편향성’을 이유로 세종도서 사업에서 배제됐고, 한강을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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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수상으로 한국 문학의 위상이 한 단계 도약할 것이란 전망에는 국내외 이견이 없다.
문화평론가인 이광호 문학과지성사 대표는 “‘노벨문학상 콤플렉스’라는 주변부 의식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결정적인 역사적 계기가 만들어졌다. 한국어 문학이 세계적인 보편성으로 나아가게 됐다”며 “번역이라는 지난한 과정이 필요함에도 동시대 세계인의 주목 안에서 창의적 다양성을 폭발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한국 문학 출판의 부흥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의 근·현대사는 그야말로 스토리의 보고다. 서양의 굵직한 스토리들은 이미 다 우려먹었고, 일본의 개인과 가족 서사도 한계에 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평론가는 “한국인들은 식민지와 독재 시대를 거치며 오랫동안 폭력적이고 야만적 권력에 맞서야 했다”며 “오늘날 전 세계는 K컬처를 통해 끝내 무릎 꿇지 않은 한국인의 정신적 가치에 관심을 두는 것으로 보인다. 혐오와 폭력, 전쟁으로 위기에 처한 오늘날의 인류에게 노벨문학상은 한국의 문학, 한국인들의 정신을 통해 성찰을 촉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NYT 역시 “이전의 K문학이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처럼 모성과 여성 서사에 관심을 얻었다면, 이제 독자들은 페미니즘 소재 이상의 작품을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2000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한강 모두 한반도 분단과 전쟁, 군사 독재, 민주주의와 노동권을 위한 피비린내 나는 긴 투쟁 등 격동의 현대사와 관련이 깊다”고 매체는 짚었다.
아울러 한국 독자들이 이번 수상으로 자국 문학의 수준에 대해서 의심하거나 낮잡아 볼 이유가 사라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 평론가는 “문화적 자부심과 자신감을 배경으로 한국문학에 대한 전반적 수요가 늘어나고, 지속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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