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동남아시아가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기업)의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
동남아시아는 경제 규모 대비 많은 수의 스타트업이 창업하고 있고 투자 유치액도 지난해 기준 82억달러(9조7000억원)에 달한다. 코로나19를 전후로 동남아시아 디지털화가 빠르게 이뤄지며 운송수단 호출, 전자상거래, 핀테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유니콘을 넘어선 데카콘(기업가치 10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기업)도 나오고 있다.
| 지난 8월 자카르타 거래소에 상장한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인 부깔라팍은 15억달러를 조달하며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뤘다. (사진=AFP) |
|
시기적으로 보면 2018년을 기점으로 동남아시아의 스타트업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도 2019~2020년 투자 규모는 예년을 웃도는 수준을 기록해 우수한 스타트업들이 데카콘과 유니콘으로 변화하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동남아시아의 스타트업 고속 성장 배경에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비대면·디지털 환경이 조성됐다는 점이 꼽힌다. 특히 인구 구조상 20~30대 비중이 높은 동남아시아는 휴대폰과 인터넷 사용이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를 주축으로 변화에 빠르게 적응해 인터넷 경제 규모가 급성장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변화는 디지털 기반의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중국 정부의 규제로 인한 반사이익도 이유로 꼽힌다. 중국 정부가 공동 부유, 반독점 규제 강화를 목적으로 자국 테크 기업을 규제하며 글로벌 벤처 투자자들이 대안으로 동남아시아를 주목하고 있어서다.
개별 정부의 스타트업에 대한 육성 의지도 강하다. 실제로 인도네시아 정부는 창업기업 육성 활성화를 위해 Gerakan Nasional 1000 Start-Up(국가적부흥운동)을 시작으로 멘토링, 자금 펀딩 등을 지원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2016년을 ‘국가 창업의 해’로 지정하며 2030년까지 최소 10개의 유니콘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세제 지원, 규제 샌드박스 도입 등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동남아시아 스타트업 초기 단계에 투자했던 재무적투자자(FI)들이 투자 수익 회수에 나서며 기업 간 인수 합병이나 IPO(기업 공개)가 늘어나고 있다. 기업 규모와 자금 조달 니즈에 따라 미국과 싱가포르, 또는 자국 거래소에 상장을 추진 중이다.
유니콘 기업이 2개에 불과한 베트남에서 해당되는 사례가 아직은 없다. 그러나 데카콘 1개사, 유니콘 4개사를 보유한 인도네시아에서는 지난 8월 자카르타 거래소에서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인 부깔라팍이 15억달러를 조달하며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뤘다.
이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 규모나 접근성 등으로 일반 투자자에게 동남아시아의 스타트업 투자는 ‘그림의 떡’이었으나 잇따른 IPO 열풍으로 ‘나도 살 수 있는 주식’으로 변모하고 있다”며 “유니콘 기업들의 거래소 입성은 해당 증시의 레벨업을 앞당기는 촉매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여 2022년부터 주식시장에 입학할 유니콘 새내기들의 활약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