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하 순천향대 서울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 70세 남자 환자가 살짝 넘어졌는데 허리 통증이 너무 심해 정형외과를 찾았다. X-레이 검사에서 압박골절이 발견됐다. 이 환자는 7개월 전에도 비슷한 문제로 치료를 받은 적이 있었다. 노인들은 골다공증 등으로 골절이 쉽게 발생할 수는 있으나 반복적으로 골절이 발생하는 데는 다른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한 정형외과 선생님은 환자를 대학병원으로 의뢰했다. 뜻밖에도 환자의 진단은 단순골절이 아니고,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골수종’에 의한 압박골절이었다.
| 김경하 순천향대 서울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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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례와 같이 반복적인 골절과 뼈의 통증으로 내원해 다발골수종으로 진단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다발골수종은 우리 몸에서 면역을 담당하는 형질세포(혈액세포 중 백혈구의 일종인 세포)가 암으로 변하는 ‘혈액암’이다. 주로 60세 이상의 나이에 발생하는 병으로 고령화되면서 최근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다. 전체 종양 중에서는 1~2%를 차지하고 혈액암 중에서는 4번째로 많은 암이다.
다발골수종의 원인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유전병이 아니므로 가족 중에 환자가 있다고 발생 위험이 더 높아지는 병도 아니다. 다발골수종 세포는 비정상적인 면역 단백을 만들어내는데 이를 M 단백이라고 하며 혈액 및 소변검사에서 M 단백을 측정하고 골수검사에서 다발골수종 세포를 확인하면 진단할 수 있다.
환자들마다 증상은 다를 수 있으나 흔히 빈혈, 뼈 통증, 신장 기능 감소 및 고칼슘혈증으로 인한 증상 등이 있다. 빈혈은 피로감, 어지러움 및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뼈의 통증과 골절은 다발골수종의 가장 흔한 증상 중의 하나이다.
특히 척추뼈의 압박골절이 발생하는 경우 허리 통증 외에도 하지마비 등의 신경학적 증상이 생길 수도 있다. 고칼슘혈증으로 인한 구역감, 변비, 의식 및 정서 상태의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신장 기능 저하로 인한 문제들이 발생해 심한 경우 투석이 필요한 경우도 있고 면역 기능의 저하로 감염이 자주 발생하게 된다.
다발골수종은 항암치료를 기본으로 한다. 몸 상태가 양호한 70세 미만의 환자는 몇 가지 약제의 조합으로 항암치료 후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을 받고 필요에 따라 공고항암요법이나 유지항암요법을 추가로 받는다.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이 어렵거나 70세 이상의 환자의 경우 항암치료를 지속적으로 시행한다. 이 경우에 시행하는 항암치료는 흔히 생각하는 매우 강력하고 부작용이 심한 고강도의 항암치료와는 조금 다르다. 이 때 항암치료는 부작용이 심하지 않은 신약 표적치료제를 포함한 약제들로 구성해 생존율을 증가시키고 다발골수종으로 인한 증상을 완화시켜 삶의 질의 개선을 목표로 한다. 최근에는 초고령의 환자에서도 치료를 적극적으로 하게 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조혈모세포이식 성적의 향상과 활발한 신약의 개발은 고령화 사회에서 점차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는 다발골수종 환자의 생존율을 눈에 띄게 향상 시켰고 환자들에게 더 많은 희망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