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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유럽(EU), 미국, 중국 등과 FTA를 잇따라 체결하면서 국내 농산물시장도 본격적인 글로벌 개방 시대를 맞았다. 정부는 작황과 수입량에 따라 들쑥날쑥한 농산물 가격 탓에 피해를 입은 농가를 지원하기 위해 FTA 피해보전 직불금 제도를 운영중이다. 그러나 현행 제도가 피해가 발생한 후에야 지급하는 방식인데다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를 더이상 주장하지 않기로 한 만큼 직접 지원금 제도는 제약이 불가피하다.
2012~2013년 한우파동…폐업지원 구조조정 효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2년 ‘FTA 농어업법’ 개정 이후 2013~2019년 총 27개 품목(중복포함)이 FTA 피해보전직불금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2015년 감자 파동때 지원된 233억원이 가장 많았고, 2016년 블루베리(222억원), 2013년 송아지(번식우 172억원), 2014년 송아지(번식우 164억원) 등의 순으로 많이 지급됐다.
폐업지원금은 2013~2019년 총 14개 품목(중복 포함)을 대상으로 지급했다. 2013년에는 2012년 4분기 기준 한우 사육농가 수와 사육마릿수의 각각 10.4%와 7.7%가 폐업했고, 번식우와 비육우를 포함한 전체 지급액은 1965억원에 달했다.
통계청의 ‘축산물 생산비 조사’를 보면 2012년 한우 번식우의 마리당 총수입은 96만5000원, 경영비는 150만1000원으로 53만6000원 적자를다. 2013년에도 마리당 총 수입이 98만7000원, 경영비는 155만1000원으로 56만4000원 적자를 나타냈다.
한우농가의 소득은 FTA 폐업지원금 효과가 나타난 2014년 마리당 총수입 180만1000원, 경영비 156만1000원으로 24만1000원 흑자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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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귀리와 목이버섯 농가 176호를 대상으로 FTA 피해보전직불금 총 4억8000만원을 지원했다. 이를 통해 귀리가격은 기준가격 대비 99.8% 수준으로 상승했고, 목이버섯은 95.1% 수준까지 오르는 효과를 거뒀다.
FTA 직접 피해보전 예산 들쑥날쑥…“제도개선 고민해야”
문제는 예산도, 집행도 들쑥날쑥하다는 점이다. 지난해의 경우 FTA 직접피해보전제도 관련 예산은 총 2020억원이었으나 이 중 집행금액은 10억3000만원에 그쳤다. 올해는 920억원의 예산이 배정돼 피해보전 직접직불금은 돼지고기, 녹두, 밤 3개, 폐업지원금은 돼지고기, 밤 2개 품목이 각각 선정됐다. 올해 FTA 직접피해보전 신청이 급증하자 내년에는 관련예산이 1300억원으로 다시 늘어났다.
특히 우리나라는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시 인정받았던 개도국 지위를 지난해 9월 차기 협상부터는 더이상 주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선진국 지위로 전환하면 직접 지원금 제도는 제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FTA 폐업지원제도는 2015년 한·중 FTA 발효 후 5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내년에 일몰 또는 연장 여부도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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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현재 FTA 피해 보전은 전품목 수입 피해를 측정해 행정비용이 많이 드는 반면 기준을 충족하는 실제 지원 대상 품목은 적어 실효성이 낮은 편”이라며 “미국 등 선진국처럼 주요 품목을 정하고 가격 하락분을 보전하는 가격안정 직불제를 도입해 농가소득 안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용어설명]
△FTA 피해보전직불제= FTA 이행으로 수입이 급격히 증가해 가격하락의 피해를 입은 농산물 품목의 생산자에게 가격하락의 일정부분을 지원하는 제도
△FTA 폐업지원제도= FTA 이행으로 과수·시설원예·축산·수산 등의 품목을 재배·사육하는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 곤란하다고 인정대는 품목에 대해 농어업인이 폐업하면 지원금을 지급하는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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