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도 못한 '비대면 담보대출'…케뱅은 무슨 재주를 부렸나

담보물 아파트로 한정해 가격 표준화
대출대환에 집중해 대출 과정 줄이고 우량 고객 확보
카뱅 "우린 주담대 전체 대상 서비스 개발 중"
시중은행 "복잡한 대출 규제, 비대면화 장애물"
  • 등록 2020-08-07 오전 6:21:00

    수정 2020-08-07 오전 7:54:02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케이뱅크가 지난 4일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 상품을 공개했다. 자본금 확충 문제로 개점휴업이란 비아냥까지 들었던 케이뱅크의 첫 야심작인 셈이다.

이 상품의 특징은 최저 1.64%의 대출금리를 제공한다는 점과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비대면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금리도 낮을 뿐 아니라 기존 시중은행은 물론 카카오뱅크도 하지 못한 비대면 대출 상품을 내놨다는 점에서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하지만 케이뱅크의 야심작이 2%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담보물을 아파트로 제한하고 있는 데다 대출대환(대출 갈아타기)에만 초점을 맞춘 상품이기 때문이다.

이문환 케이뱅크 행장 (케이뱅크 제공)
아파트에 한정 대출→담보물 가치 측정 쉬워

우선 상품의 이름이 ‘비대면 아파트 담보대출’이다. 은행권에서는 ‘아파트 담보대출’이란 말은 공식적으로 쓰지 않는다. ‘주택담보대출’이라고 부른다. 아파트는 빌라, 다세대주택, 단독주택 등과 함께 주택의 한 부분일 뿐이다. 단지 거래량이 많아 ‘주택담보대출=아파트담보대출’로 여겨질 뿐이다. 그런데 케이뱅크는 굳이 ‘아파트 담보대출’이라고 쓴다.

아파트는 빌라나 주택보다 가격의 표준화기 쉽다. 앞서 거래된 실거래가격이 아파트의 시세가 된다.

반면 빌라나 주택은 아파트와 달리 거래량이 많지 않고, 가격 산정도 쉽지가 않다. 집의 형태 등이 제각각인 경우가 많아서다. 케이뱅크 입장에선 비대면으로 대출담보 가치를 산정해야 하기 때문에 빌라나 주택보다 아파트가 더 취급하기 편하다.

케이뱅크는 최대 1억원까지 생활자금을 아파트 담보로 대출해준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아파트는 있지만 신용도가 낮아 신용대출을 받을 수 없는 사람들이 주된 대출자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출 대환에 특화→대출 과정 간소화

케이뱅크의 비대면 아파트 담보대출은 대출대환에 특화됐다는 점도 한계다. 집을 살 때 새롭게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기존 아파트담보대출을 받은 사람이 대상이란 점이다.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이력이 없는 신파일러는 대출 대상이 아니다.

이런 대출대환 서비스는 비대면 업무에 유용하다. 신용평가를 기존 은행에서 이미 마쳤기 때문에 별도의 신용평가 작업이 필요없는 경우가 많다. 케이뱅크 입장에서는 복잡한 과정을 줄이면서 1.64%의 금리로 신용도 높은 은행 대출자를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

대출대환만 대상으로 해도 수요도 충분하다는 게 케이뱅크의 전략이다. 지난 2019년 안심전환대출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안심전환대출은 주택금융공사가 고금리 주택담보대출자들이 저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게 만든 상품이다. 연 1.85%~2.2% 고정금리로 갈아탈 수 있다 보니 기존 주택담보대출자들의 신청이 밀렸다. 신청자 수만 63만5000여명이었다. 이중 36만7000여명이 탈락했다.

카카오뱅크·시중은행 “안 한거지 못한 게 아냐”

케이뱅크의 첫 비대면 담보대출 상품을 두고 ‘단점’을 강조하는 쪽에서는 ‘못한 게’ 아니라 ‘안 한 거’라고 말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아파트 담보 대출대환 서비스 뿐만 아니라 전체 주택담보시장을 비대면으로 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 매수 시 받는 신규 주택담보대출 시장까지 노리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실제 계약부터 잔금 결제, 등기까지 주택담보대출의 전 과정을 비대면을 진행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부동산 중개업소와 법무사사무소, 은행 간 비대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중은행들의 경우 2016년부터 비대면 담보대출 상품을 출시했지만 지금은 슬그머니 사라졌다. 복잡하게 꼬인 대출 시장 규제를 맞추기 쉽지 않아 상품을 접었다. 정부가 서울 아파트 가격을 잡기 위해 스무차례 넘는 규제안을 발표하면서 갖가지 예외 규정이 생겼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바뀐 정책과 규제안을 하나하나 확인하려면 비대면보다는 대면이 당분간은 더 편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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