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박물관]①'투게더'…가족 둘러앉아 밥숟가락 퍼먹던 아이스크림

1974년 '투게더' 출시 후 한국 고급 아이스크림 시장 선도
초창기 아이스케이크 60개 값, 아빠 월급날 함께 먹던 추억
21세기 저출산 시대 다양한 맛과 형태로 변신 중
  • 등록 2019-10-10 오전 7:01:01

    수정 2019-10-10 오전 7:01:01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20세기 아빠들은 월급날, 누런색 월급봉투와 통닭을 들고 집으로 왔다. 아이들은 반색하며 아빠를 반겼다. 통닭과 함께 당시 아이들이 좋아하던 제품이 있었다. 바로 빙그레 ‘투게더’다. 투게더를 사들고 온 날은 온 가족이 모여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1974년 이후 반세기 가까이 투게더는 한국인들의 추억에 남아있다.

투게더 인쇄광고 (빙그레 제공)
빙그레 투게더는 지금까지 황금색 용기에 바닐라맛, 900㎖ 용량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누적 판매 개수 2억2000만개. 연매출 400억원 정도다. 1990년대 이후 해외 유수의 브랜드 아이스크림이 들어왔지만 떠먹는 아이스크림 절대강자는 빙그레 투게더였다.

현재 유통 중인 빙그레 투게더 (빙그레 제공)
빙그레 前身 ‘대일유업’, 아이스크림 첫선

빙그레의 옛 이름은 ‘대일유업’이었다. 1982년 사명을 변경했다. 1967년 설립된 대일유업은 베트남전 참전 미군을 상대로 아이스크림을 납품했다. 때마침 젖소가 우리나라에 들어오고 낙농업이 시작되면서 대일유업은 경기도 남양주군 미금면 도농리에 유제품 가공공장을 세웠다.

당시만 해도 ‘아이스케이크(일명 아이스케끼)’라고 해서 설탕물을 얼린 빙과류가 전부였다. 유제품을 얼려서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기술은 없었다. 우유로 만든 아이스크림은 기존 하드(얼음과자)류와 비교해 생산 원가도 비쌌다. 진짜 아이스크림은 보기 힘들던 시절이었다.

퍼모스트 맥킨사와 협력해 퍼모스트 아이스크림을 생산하던 초창기 모습(빙그레 제공)
대일유업은 미국의 퍼모스트 맥킨슨사(社)와 아이스크림 제조 기술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소비자들을 위한 첫 아이스크림을 개발해 판매하기 위해서였다. 원조 차관 95만달러까지 들여와 제조시설을 지으려 했다. 그러나 대일유업은 부도를 냈고 아이스크림 공장은 건설부터 차질을 빚었다. 건설 도중 대일유업의 자금 사정이 급격히 안 좋아졌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업을 찾던 한국화약그룹(현 한화)은 대일유업이 추진하던 아이스크림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된다. 한국화약그룹은 식품사업이 현찰 거래가 많고 자금 회전이 빨라 수익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한국화약그룹은 화약 등 기간 산업에 집중 투자를 하고 있었다. 식품 사업에 대한 경험도 일천했다. 초기 투자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투자를 망설이던 한국화약그룹은 우유 소비가 부진해 낙농 농가들의 어려움이 가중된다는 소식을 듣고 투자를 결정했다. 공장 완공에 필요한 자금이었다.

1973년 들어 한국화약그룹은 대일유업 주식 50%를 인수했다. 지지부진했던 아이스크림 사업도 탄력을 받게 됐다. 공장 건립에 이어 사업 자금까지 확보한 대일유업은 1973년 6월 6일 국내 첫 아이스크림 제품인 ‘퍼모스트 아이스크림’을 내놓는다. 오늘날 ‘투게더’의 전신(前身)이다. 한국 아이스크림 역사의 새로운 시작이기도 했다. ‘전천후 영양식’, ‘주고 싶은 마음 먹고 싶은 마음’ 등을 내세운 퍼모스트 아이스크림은 높은 인기를 끌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미국 아이스크림서 한국 아이스크림으로

미국회사와 함께 퍼모스트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내놓긴 했지만, 대일유업은 미국산을 능가할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을 개발하고자 했다. 아이스밀크 정도나 만들던 당시 국내 식품기업의 기술 수준으로 봤을 때 대단한 도전이었다.

대일유업은 제휴사였던 퍼모스트와 별개로 아이스크림 개발에 나섰다. 퍼모스트 아이스크림이 나오고 1년 만인 1974년 ‘투게더’를 출시했다. 아이스크림을 일일이 손으로 담아야 하는 등 대량 생산까지는 어려움이 많았지만 생우유로 만든 우리만의 아이스크림이란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투게더’라는 명칭은 사내 공모를 통해 채택됐다. ‘온 국민이 함께, 온 가족이 함께 정통 아이스크림을 즐기자’라는 취지였다.

1970~80년대 투게더는 고급 아이스크림으로 통했다. 출시 초창기 가격은 600원으로 아이스케이크(개당 10원) 60개를 살 수 있는 가격이었다. 아버지 월급날처럼 목돈이 들어오는, 특별한 날에만 아이들은 투게더를 먹을 수 있었다.

빙그레 마케팅실 관계자는 “투게더는 먹을거리가 귀하던 1970년대 국내 고급 아이스크림 시장을 본격적으로 개척한 제품”이라며 “투게더 출시 당시 대리점 차량들이 제품을 먼저 받기 위해 공장 앞에 길게 늘어설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고 전했다.

온 가족이 먹는 아이스크림이란 이미지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아빠가 일찍 퇴근한 날, 친척들이 모인 날, 친구들과 식사 후 수다 떠는 날에도 투게더는 늘 함께다.

21세기에 태어난 아이들에게도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투게더. (이데일리DB)
아이들이 줄어드는 시대, 진화하는 투게더

최근 빙과 시장은 어린이 인구 감소의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해 국내 아이스크림 소매시장 매출 추정액은 1조6291억원이다. 최근 2년간 17% 줄었다. 투게더도 예외가 아니었다.

더욱이 투게더는 온 가족이 먹을 수 있는 900㎖ 대용량을 고집했다.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1인용 제품 시장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빙그레는 2016년 프리미엄 소용량 컵 제품인 ‘투게더 시그니처’를 출시했다. 기존 제품 대비 8분의 1로 제품 용량을 줄인 제품이다.

투게더 시그니처는 프리미엄 제품에 사용되는 100% 국내산 3배 농축 우유를 사용해 더욱 진하고 풍부한 맛을 구현했다. 변화하는 소비자 입맛에 따라 디저트 양식을 따른 것이다.

빙그레는 올해 투게더 원래 맛을 유지하면서 용량을 기존제품 대비 3분의 1로 줄인 ‘오리지널 투게더 미니어처’를 추가로 선보였다.

변화하는 입맛을 따라잡기 위한 다양한 시도도 하고 있다. 호두맛, 딸기맛 등이다. 현재 투게더는 오리지널 바닐라 맛 외 7종이 유통되고 있다. 덕분에 2017년까지 200억원대에 머물렀던 투게더 매출은 2018년 31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37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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