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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와 한국재정정보원은 심 의원 보좌진들을 정보통신망법·전자정부법 위반 혐의로 지난 17일 검찰에 고발했다. 재정정보원이 관리하는 30여개 정부 기관의 47만건에 이르는 비인가 행정정보를 무단으로 열람·다운로드 받고 반환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심 의원은 이같은 비인가 행정정보를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청와대, 정부부처가 불법적으로 예산을 사용했을까.
심재철 “업추비 사적 유용”..靑 “황당”
청와대 예산을 중심으로 팩트체크를 해봤다. 심 의원이 특정 정부부처명을 거론하지 않아 부처에 대한 사실 확인은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우선 심 의원이 밝힌 ‘예산 지침’에 대해서 살펴봤다. 기획재정부가 올해 1월 중앙부처에 배포한 ‘2018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을 확인했다. 집행 지침에는 각 기관이 클린카드를 발급받아 업무추진비를 사용하도록 했다.
집행지침에 따르면 △법정공휴일 및 토·일요일 △관할 근무지와 무관한 지역 △비정상 시간대(23시 이후 심야시간대 등)에 클린카드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유흥업종, 안마시술소 등 위생업종, 골프장 등 레저업종, 카지노 등 사행업종, 성인용품점 등 기타업종은 ‘의무적 제한업종’으로 클린카드 사용이 금지됐다. 청와대가 이 같은 예산 집행지침을 어겼다는 게 심 의원 주장의 핵심이다.
실제로 한 언론은 지난 18일 ‘심 의원 측이 내려 받은 카드청구내역승인 내용 중에 단란주점에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주점이 사용 내역에 올라가 있다. 이는 일부 업종의 거래제한 코드가 풀린 클린카드가 불법적으로 사용된 것’이라는 취지로 보도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예산 집행지침을 어기는) 그런 게 있을 수가 없다”며 “황당하다”고 일축했다. 그는 업무추진비 등 예산 집행과 관련해 “유흥주점에서 쓴 것이 하나도 없다.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며 “매일 아침에 그 전날에 쓴 것도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자회견 전에 한 번만이라도 우리한테 사전에 물어보셨다면 소상히 설명했을 것”이라며 “그런 사전 확인도 없이 말씀을 툭툭 던지시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예산 집행지침을 마련한 기재부도 “행정부 절차가 있는데, 업무추진비를 그렇게 수차례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클린카드를 쓰는 행정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기재부 예산 집행지침에 따르면 업무추진비를 집행하면 집행목적, 일시, 장소, 집행대상 등을 증빙서류에 기재해 사용 용도를 명확히 해야 한다. 각 기관의 회계, 감사부서 담당자는 클린카드 사용에 대한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 기관별로 자체 세부지침도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 이후 감사원으로부터 사용 내역도 감사 받는다. 청와대, 정부부처 모두 감사 대상이다. 심 의원의 주장대로 공무원이 업무추진비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면 감사원 감사를 통해 징계를 받든지, 형사고발을 당하게 된다.
기재부·감사원 “靑 사적유용 없다”
감사원에 청와대의 업무추진비 사적 유용 사례가 적발된 게 있는지 확인해봤다. 감사원은 지난 6월 ‘2017회계연도 국가결산검사 보고’ 자료를 공개했다. 청와대 및 정부부처의 예산집행 내역을 감사한 1600여쪽에 달하는 자료다. 이 자료는 문재인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됐다.
이 때문에 ‘사적 유용’이 아니라 ‘전산 착오’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지난 21일 심 의원은 업무추진비 사용내역과 관련해 “(청와대가) 한방병원에서 썼다고 허위로 기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청와대는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부인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호텔의 국제업종코드인 7011은 한국에선 한방병원 업종코드(7011)다. 한국의 신용카드사가 해외승인 내역을 통보받아 입력할 때 호텔로 코드를 정정해야 하는데, 전산 착오로 그렇게 자동전환 되지 않았다는 게 청와대 해명이다.
이 같은 예산내역을 관리하는 재정정보원의 관계자는 ‘재정정보원이 혼선이 없도록 코드를 자동전환 해야 하지 않나’는 질문에 “업종코드를 관리하는 주체는 카드사”라며 “카드사에서 받은 정보를 임의로 수정할 수 없다”고 답했다. 다만 그는 “이번 일을 계기로 카드사에 업종코드를 제대로 넘겨달라고 해 정비 작업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지난 21일 “유출된 자료를 중심으로 예산집행 실태를 정밀 재검토하고 필요 시 감사원 감사를 요청할 계획”이라며 “정부는 문제가 있을 경우 일벌백계 차원에서 엄중히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 부처의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에 문제가 있는지는 조만간 감사원을 통해 재점검될 것으로 보인다.
종합하자면 현재로선 심 의원의 주장대로 청와대가 예산 지침을 어겨 업무추진비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 심 의원 및 의원실에 ‘청와대 예산집행 내역 문제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문의했지만 설명을 들을 수 없다. 심 의원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법률 검토를 끝내고 적절한 시점에 공개할 것”이라며 기존 입장만 되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