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팬에는 세 부류가 있다.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안방팬’, 공개방송을 보러 다니는 ‘공방팬’, 연예인의 사생활을 좇는 ‘사생팬’이다. 그렇다면 빠순이는? ‘오빠순이’의 줄임말인 빠순이는 ‘오빠에 빠진 어린 여자아이’란 뜻을 담고 있다. 좋아하는 대상에 좀더 적극적이고 맹목적인 태도가 특징이다.
책은 그런 ‘빠순이’에 대한 예찬론을 편다. 대학교수와 그의 딸인 저자들은 빠순이를 ‘부정적이고 이기적’이라고 보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대중문화의 젖줄이며 열정·시간·돈까지 갖다 바침으로써 대중문화가 돌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들은 스타를 좋아하는 팬 사이에서 생겨나는 소통·연대·결속·우정과 같은 공동체적 가치에 주목한다. 가정과 학교는 소통을 위한 공동체가 되지 못한 지 오래다. 그런 의미에서 팬덤공동체는 어디서도 맛보지 못한 연대감을 주는 창구가 된다. 그뿐인가. 팬덤의 창발과 진화는 긍정적인 문화를 형성하기도 한다. 자신의 스타가 상업적으로 이용당하는 것에 저항해 ‘가요순위 프로그램 폐지운동’을 벌이기도 하고 2008년 ‘광우병집회’에는 팬심에 의해 대거 참여하기도 했다.
저자들은 빠순이가 당당해져야만 책임의식도 커지면서 팬덤문화의 진보가 이뤄질 수 있다고 봤다. 그런 긍지를 토대로 할 말을 하다 보면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기회와 힘도 자연스럽게 생겨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