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A아파트 모델하우스 앞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사가 청약을 권하며 이 같이 말했다. 모델하우스 앞에 줄 서 있던 40여명의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도 뒤이어 모델하우스 찾은 방문객에게 다가가 청약에 도전하라며 이름과 전화번호 등을 물었다.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이유를 묻자 그는 “강남 일대 공인중개업소들이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분양대행사 등에 넘기고, 이들 고객 중 당첨자가 나와 계약까지 이뤄지면 사례금으로 200만원씩을 받기로 했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모델하우스 앞에서 방문객의 이름과 주소, 연락처를 묻는 사람들 중에는 인근 중개업소에서 일당 10만원을 주고 고용한 아르바이트생들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분양시장이 침체 조짐을 보이면서 이른바 ‘MGM(고객 권유) 마케팅’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MGM 마케팅은 최근 얼어붙은 주택시장을 의식해 청약 경쟁률을 끌어올리고 계약까지 순조롭게 이어가려는 판촉 전략이라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그러나 MGM 마케팅에 들어간 비용이 결국 주택 수요자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많다. 더구나 개인정보 노출에 따른 2차 피해도 있을 수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강남 등 인기 지역에서도 MGM 마케팅 판쳐
이랬던 MGM 마케팅이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과거와 달라진 점은 시장의 관심을 받는 주요 지역에서도 이 같은 판촉 행위가 일반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부동산 활황기를 이끌었던 강남 재건축 분양시장은 물론 위례·광교·동탄2 등 수도권 신도시, 부산·대구 등 지방 광역시 분양 현장에서도 MGM 마케팅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 위례신도시에서 분양된 주상복합단지 ‘위례신도시 보미리즌빌’은 116가구 모집에 1만8271명이 청약해 15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MGM 마케팅이 청약률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위례신도시 W공인 관계자는 “MGM 마케팅 수수료를 받기 위한 공인중개업소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덩달아 아파트 단지의 청약 경쟁률도 높아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마케팅 비용 소비자에게 전가…분양가 상승 원인으로
문제는 마케팅 비용이 고스란히 수요자들의 몫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지난달 분양 계약에 들어간 ‘송파 헬리오시티’(서울 가락동 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 단지)도 MGM 마케팅을 펼치며 주택형별로 100만~200만원의 수수료를 내걸었다. 총 9510가구 가운데 일반 분양분이 1558가구인 점을 감안하면 MGM 마케팅 활동에 적지 않은 비용을 책정한 셈이다.
더욱이 이렇게 분양대행사 등에게 흘러들어간 일반인의 이름과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가 시장에 고스란히 노출돼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본인도 모르게 거주지와 이름, 전화번호 등이 부동산중개업자들 사이에서 거래되는 것이다. 회사원 김모(32)씨는 “얼마 전 분양 판촉원에게 전화번호를 알려준 이후로 분양과 관련한 전화 및 문자 메시지가 계속 온다”며 “내 개인정보가 여기저기 떠돌고 있는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 자문위원은 “MGM 마케팅에서 쓰인 예비 청약자들의 개인정보가 사실상 방치된 상황”이라며 “주택 수요자들의 개인정보 유출과 유통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MGM 마케팅:‘멤버스 겟 멤버스(Members Get Members)’의 머리글자로, 기존 고객이 새 고객에게 특정 상품을 권유해 판매가 이뤄지면 기존 고객 유치자에게 금품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판매 촉진 방식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