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여름이 되면 일본 전역에서는 2400여개의 ‘마츠리’(祭り·축제)가 열린다. 지역 주민들은 물론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마츠리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길거리 음식이 있다. 바로 일본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는 ‘야끼소바’(燒きそば)다.
야끼소바는 ‘굽다’라는 의미의 ‘야끼’(燒き)와 ‘면’을 뜻하는 ‘소바’(そば)의 합성어로 말 그대로 ‘구운 면’을 뜻한다. 야끼소바가 일본 마츠리 단골 손님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한 재료와 저렴한 가격 덕분이다. 야끼소바 재료는 야끼소바면, 소스, 양배추, 얇게 썬 돼지고기, 절인 생강, 숙주면 충분하다. 가격도 저렴해 1인분에 500엔(약 4700원) 정도면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
| 마츠리에서 300엔에 판매 중인 야끼소바 (사진=일본 닛코시청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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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을 사로잡는 조리법도 마츠리와 잘 어울린다. 큰 철판 위에 기름을 두르고 면과 각종 재료를 넣고 볶는 모습은 마치 흥에 겨워 춤을 추는 모습 같다. 재료를 볶다가 그 위에 소스를 뿌리면 나는 ‘치이익’ 소리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입맛을 자극하기도 한다.
야끼소바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지만 1950년대 태평양전쟁 패망 직후 식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양을 늘리기 위해 국수를 값싼 양배추, 소시지 등과 함께 볶아냈다는 설이 유력하다.
이 때문에 야끼소바는 일본에서 고급 음식보다는 서민 음식 내지는 B급 음식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년층에게 야끼소바란 주린 배를 채울 수 있었던 추억의 음식이며, 주머니가 가벼운 청소년에게는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간식이다. 일본 청춘 영화나 드라마에서 빵 사이에 야끼소바를 끼워 넣은 야끼소바빵이 단골로 등장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야끼소바는 소스에 따라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우스터소스를 활용한 보통의 야끼소바와 소금 소스를 활용해 담백한 맛이 특징인 ‘시오’(鹽·소금) 야끼소바다.
최근에는 우스터소스와 소금 소스뿐만 아니라 후추, 간장, 토마토, 케첩, 굴 소스 등 다양한 소스를 활용한 야끼소바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야끼소바 매장을 찾으면 소스부터 곁들임 재료까지 모두 고를 수 있어 수백개의 조합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