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우선 정치적 이념 보다는 정신의 무의식이 지배하는 신화의 이미지 상상력으로 정치를 이해한다. 이때 박근혜는 ‘근혜 공주’로, 문재인은 ‘진보 실장’으로 호명되어 역할을 부여 받는다. 박근혜는 정치인 이전에 ‘산업화 신화’의 주인공 박정희 대통령의 맏딸이고, 문재인은 느닷없이 나타나서 급작스럽게 사라진 다음 극적으로 부활한 ‘진보 신화’의 주인공 노무현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이기 때문이다.
‘공주’와 ‘진보 실장’ 중 누구를 찍을 것인가? 인간의 마음은 육하원칙으로 하자면 ‘왜’ (Why)에 가장 먼저 뜨겁게 반응한다. 후보자들이 열변을 토하는 ‘무엇’ (What)에는 가장 나중에 미지근하게 반응한다. ‘무엇을 하겠다’는 공약 보다는 ‘왜 출마했는가’라는 신념, 믿음 즉 비전에 반응한다. 그 이유는 인간의 뇌 진화에서 ‘왜’를 관장하는 부위 즉 감정을 조절하는 부위인 변연계가 가장 먼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떻게’를 관장하는 신피질은 가장 나중에 만들어진 현생인류의 뇌로서 언어를 담당한다. 신피질은 고작해야 변연계의 결정을 합리화시켜 줄 뿐이다. 그런데 바로 그 비전과 이미지는 우리말로 영상으로 번역될 수 있는 동의어다.
이때 유동층에게 ‘너무 고민하시지 말고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하며 낚시 밥을 던지는 것이 프레임과 스토리 전략이다. 박근혜 후보는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의 슬로건을 던지며 출마 선언했다. 이 프레임은 ‘근대의 긍정적 기억 속에 미래를 준비하면서 국민과 국가가 하나가 되자’는 담론으로 정치적 스펙트럼의 중간 지대를 공략하는 프레임이면서, 자신이 밝은 미래의 지도자라는 ‘창조 스토리‘의 첫 장면을 연출한 것이다. 이에 반해 문재인 후보는 독립문 앞에서 ’사람이 먼저다‘를 외쳤다. 나라의 주인이 사람이 아니라 자본이 되었음을 비판하는 그래서 공화국의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구출 스토리’를 전개하고 있다.
강한섭 (서울예술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