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경기 위축에도 불구, 탄탄한 실적을 거두고 있는데다 호황기때 비축해 놓은 실탄(현금)도 많다. 전문가들은 한 번 불붙은 IT 업계의 M&A전쟁이 전방위로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 어도비·델, 포문을 열다
포문을 연 것은 어도비다. 포토샵과 애크로뱃(Acrobat) 등의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어도비는 지난 15일(현지시간) 경쟁사 옴니추어를 18억달러에 인수키로 했다고 밝혔다. 인수가로 옴니추어의 30일 평균 주가에 45%의 프리미엄이 더해졌다. 어도비는 이번 인수를 통해 매출 증대 효과를 거두길 바라고 있다
어도비의 깜짝 발표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세계 2위 컴퓨터 제조업체인 델이 39억달러짜리 M&A를 발표했다. 대상은 컴퓨터서비스 업체인 페롯시스템이다.
인수가는 주당 30달러로 지난 18일 종가 대비 67.5%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었다. 델은 이번 페롯시스템의 인수를 통해 PC제조와 함께 컴퓨터서비스 부문을 강화 매출을 확대할 기회를 잡았다.
우선 이들이 보유한 실탄 규모는 막대하다. 21일 CNN머니에 따르면 시스코는 350억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시스코는 한번 목표를 정하면 몸을 사린 적이 없는 업체로 유명하다.
MS도 거의 300억달러에 달하는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 검색엔진 부문 강화를 위해 야후와 손 잡으면서 자금을 썼지만, 여전히 풍부한 실탄을 보유하고 있다.
검색엔진 1위업체인 구글과 애플도 각각 200억달러어치의 현금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는 "맥아피와 세일즈포스닷컴 레드햇 등이 소프트웨어 공룡업체의 사냥감이 될 수 있다"면서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팜 역시 IT공룡들의 관심권에 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 "탈 날라.." 걱정의 목소리도
IT 공룡들의 식탐이 자칫 화를 자초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M&A의 결과가 자신들의 전략과 부합하지 않거나 너무 많은 돈을 들여 재무 건전성을 위협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오라클과 선마이크로시스템즈의 합병에 대한 평가도 그렇다. 올초 오라클이 74억달러란 거액을 들여 썬을 인수한다고 밝히자 시장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합리적인 선택이란 반응과 무리수라는 비난이 엇갈렸다.
그러나 IT업계의 M&A는 다른 업종에 비해 성공적인 경우가 더 많다. 탄력적인 기업 문화와 조직원들의 높은 적응력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결과물을 낳았다. 노스스타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스티븐 머글러 사장은 "통합이 벅차거나 이해하기 힘든 딜이 나타나고 있다는 경고음은 울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알프랑크 에셋매니지먼트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크리 암브러스터는 "IT업계의 M&A는 향후 몇개월 더 지속될 것"이라면서 "M&A추세가 지속된다 해서 놀라운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